'가족들에게 코로나 옮길라'…34층 아파트 옥상 오른 할머니의 사연

조채원

ccw@kpinews.kr | 2020-03-09 17:45:35

"옥상 꼭대기 난간에 어떤 여자가 올라가 있어요!"

신고를 받은 중국의 한 아파트 보안팀장은 서둘러 옥상으로 올라갔다. 난간에 멍하게 앉아있는 할머니와 그를 붙잡고 있는 두 사람. 난간이 좁은 데다 바람까지 세게 불어 자칫하면 추락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할머니는 왜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려고 했을까. 사연은 이렇다. 
 
지난 6일 중국의 매체 톈윈신문(津云新闻)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5시경 톈진(天津)시 베이천(北辰)구 한 아파트의 보안팀장인 리(李) 씨는 주민으로부터 '옥상 꼭대기 난간에 누군가 올라가 있다'는 신고를 받았다. 서둘러 옥상으로 올라간 리 씨는 34층 난간에 앉아있는 74세 장(张)할머니와 그를 붙잡고 있는 남성 두 명을 발견했다. 
 

▲ 인근에서 작업중인 전화선 기사와 아파트 직원이 34층 꼭대기 난간에 앉아있던 장 할머니를 붙잡고 있다. [환구망 캡처]


몇 년 전 암 진단을 받은 남편과 살고 있는 장 할머니는 코로나19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자 발열 등의 증세가 없음에도 자신을 코로나19 감염자로 의심했다. 할머니는 자신 때문에 남편과 이웃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봐 집 밖을 나서지도, 인근에 사는 딸을 불러 도움을 청하지도 못했다.

홀로 전전긍긍하던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 

그러나 막상 옥상 꼭대기 34층 난간에 올라서자 할머니는 두려움에 발을 떼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 인근에서 전화선을 고치던 기사와 아파트 보안직원이 할머니를 발견했고 이후 주민의 신고를 받은 리 씨도 옥상으로 달려갔다. 이들은 할머니를 꽉 붙잡고 일상 이야기 등을 하며 할머니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려고 노력했다. 

장 할머니는 저녁 6시 10분경 출동한 소방관과 경찰관의 도움으로 무사히 구조됐다. 

▲ 소방관이 장 할머니를 구조하고 있다. [환구망 캡처]


리 씨는 코로나 감염을 걱정하는 장 할머니의 체온을 세 차례 잰 후, 증상이 없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평정을 찾은 장 할머니도 "정말 죽고 싶었던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후 연락을 받고 달려온 할머니의 딸은 "도와준 분들께 감사하다. 앞으로 부모님을 더 세심하게 돌보겠다"고 전했다.

톈진은 10일 오전 9시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36명으로 확진자 수가 비교적 적은 도시에 속한다. 그 중 3명만이 사망했고 3명은 치료 중이며 129명은 격리해제됐을 정도로 의료 수준도 높다. 반면 '느슨한 완치 기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일 톈진에서 코로나19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환자 2명이 일주일 만에 양성 판정을 받고 다시 입원한 한 바 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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