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 너무 좋아서 문제? 갤럭시 S20 '100배 줌' 몰카주의보

임민철

imc@kpinews.kr | 2020-02-24 15:04:49

"달 사진 찍기보다 '몰카' 걱정" vs"기술 잘못 없다·도촬 형량 높여야"
삼성"사생활 침해는 불법" vs 시민단체 "우려 타당, 제조사 대응 필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0 울트라'의 고성능 카메라 기능이 젊은 여성을 노린 불법촬영 범죄에 악용될 것이란 우려가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신제품은 멀리 떨어진 피사체를 100배까지 확대해 촬영할 수 있도록 개발된 '스페이스 줌(Space Zoom)' 기능을 갖췄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불법촬영 방지 목적으로 도입된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이 피해자에게 들리지도 않는 거리에서 불법촬영이 가능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의 우려는 국내에서 불법촬영, 불법 촬영물 제작과 유포 행위를 포함한 디지털 성범죄 수사와 처벌이 미흡하다는 인식과 맞물려 증폭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 없는 만큼, 불법촬영 범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기술의 범죄 악용 우려가 당연하다는 게 관련 시민단체 활동가들 생각이다. 삼성전자가 제조사로서 보급하는 기술이 범죄에 남용되지 않도록 조치할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샵을 찾은 시민들이 삼성 갤럭시 S20과 S20+ 등 최신 스마트폰 광고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갤럭시 S20 울트라는 원거리 촬영이 가능한 100배 스페이스 줌 기능을 지원한다. [정병혁 기자]

100배 줌, '원거리 촬영' 난도 낮추고 거리 늘려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갤럭시 S20 울트라 모델을 공개하며 고성능 카메라 기능을 강조했다. 다음달 정식 출시를 앞두고, 제품이 사용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사물이나 장소를 최대 100배 크기로 확대해 촬영할 수 있는 '스페이스 줌'을 탑재했다고 홍보 중이다.

100배 스페이스 줌은 갤럭시 S20 울트라 모델의 후면 카메라 넷 중 하나인 4800만 화소 망원 카메라로 작동한다. 화질 손상 없는 4배 광학 줌과 화질 손상이 있지만, 결과물을 보정하는 '디지털 줌' 방식을 혼용해 100배 확대 촬영 기능을 구현했다.

삼성전자 측은 지난 14일 유튜브에 공개한 '갤럭시 S20 배워보기 - 스페이스 줌' 영상을 통해, 스페이스 줌 기능으로 "100m(떨어진 거리)의 사물도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촬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가 100배 스페이스 줌 기능을 소개한 뒤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를 이용한 '달 사진 찍기'가 유행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 이 기능만으로 지구에서 평균 38만4000㎞ 떨어진 달 사진을 선명하게 찍을 수는 없지만, 그만큼 어두운 환경에서 먼 거리의 사물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는 점이 관심을 집중시켰다.

미국 경제지 포춘 보도에 따르면 갤럭시 S20 울트라 기기로 "카페에 앉아 20피트(약 6.1m) 거리에 떨어진 계산대 뒤편 게시판의 업무교대 순서를 읽어볼 수 있었다"고 묘사했다. 여러 리뷰를 통해 밝은 날씨에 수십m 떨어진 건물이나 사물을 비교적 또렷하게 볼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일반적인 촬영 결과물의 품질은 광학 줌 기능을 쓸 때만 유지된다. 광학 줌의 배율을 초과하면 배율이 늘어날수록 화질이 손상된다. 또 고배율 촬영시 결국 100배 촬영 결과물의 품질은 일반 촬영 사진보다 상당히 떨어진다.

높은 배율의 광학 줌 기능은 그만큼 큰 렌즈와 카메라 부피를 필요로 하기에 일반 스마트폰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2018년 출시된 '니콘 쿨픽스 P1000 모델'이 지원하는 광학 125배 줌 기능 사용시, 렌즈의 경통이 몸체 앞으로 20㎝ 가량 돌출된다.

하지만 갤럭시 S20 울트라 모델의 스페이스 줌 기능은 덩치가 큰 전용 카메라 장비 없이, 훨씬 작고 가벼운 몸체로 전례 없는 원거리 촬영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여타 스마트폰 기기들과 차별화된다.

▲ 삼성전자가 지난 14일 유튜브에 공개한 '갤럭시 S20 배워보기 - 스페이스 줌'을 통해 갤럭시 S20 울트라 모델의 100배 줌 기능을 소개했다. [삼성전자 유튜브 영상 캡처]

소비자들, 사생활 침해 가능성 제기

이런 고성능 카메라를 악용하면 불법촬영 범죄자가 이전보다 적은 수고만으로 자신의 행위를 은폐하면서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갤럭시 S20 제품을 언급한 뉴스의 댓글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이를 우려하는 소비자 반응이 쉽게 발견된다.

한 이용자는 "광고 보고 '달 사진 예쁘게 찍을 수 있겠다'보다는 불법촬영이나 사생활침해 문제들이 일어날까봐 걱정부터 되더라"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도 "아빠한테 그 카메라 확대 엄청 잘 되는 거 보여드렸더니 몰카 걱정부터 하신다"며 "생각해보니 그렇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나는 집에서 편하게 쉬고 싶어도 옆집, 옆 아파트, 다른 단지 등등에서 불법촬영 할 거 라고 생각하면 끔찍하다"고 평했다.

고성능 카메라 기기를 동원한 원거리 불법촬영을 막을 방법은 과거부터 마땅치 않았지만, 이제 일반화된 스마트폰조차 그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불안감이 한층 더 고조되는 모습이다.

한 이용자는 100배 스페이스 줌 기능에 대해 "이거 너무 소름 돋는다, 길거리 다니다가도 누가 멀리서 날 찍을지 모르는 거잖아"라고 걱정했다.

다른 이용자는 "갤S20 나오면 얼마나 더 몰카에 대한 공포가 더 생기겠느냐"며 "저렇게 줌이 많이 되면 촬영음 나는 게 무의미 하잖아"라고 지적했다.

국내 정식 출시되는 스마트폰 카메라 기기에는 지난 2004년 제정된 '휴대폰 카메라 촬영음' 표준에 따른 셔터음이 적용된다. 스마트폰에서 음량을 최소화하더라도 카메라 촬영시 60~68데시벨(㏈) 크기의 셔터음이 나온다. 60㏈은 1m 거리에서 들리는 말소리, 70㏈은 시내 번화가의 소음 정도 크기 소리다.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으로 셔터음을 내지 않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무음 카메라 앱'이 제공되고 있다. 그리고 갤럭시 S20 울트라처럼 멀리 떨어진 피사체까지 비교적 선명하게 찍을 수 있는 기기를 사용하면 더 이상 셔터음에서 불법촬영 방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 이용자는 "기술의 발전에 감탄하는게 아니라 두려움부터 느끼는 게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 삼성전자가 지난 14일 유튜브에 공개한 '갤럭시 S20 배워보기 - 스페이스 줌'을 통해 먼 거리 사물을 가까이 있는 것처럼 촬영할 수 있는 스페이스 줌 기능을 설명했다. [삼성전자 유튜브 영상 캡처]

"기술 발전 흐름 맞춰 불법촬영 범죄 형량 높여야"

우려의 근원은 불법촬영 범죄에 미흡한 사회적 인식과 대책에 있다. 신기술은 빠르게 발전해 기존 불법촬영 범죄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지만, 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의 무게와 수사 및 처벌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현행법상 카메라 등으로 타인의 동의 없이 그 신체를 촬영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물 또는 그 복제물을 전시, 상영, 배포할 경우에도 형량이 같고, 영리 목적일 경우 7년 이하 징역형을 받는다.

발생 범죄의 심각성에 비해 제재 대상과 형량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제안된 아동포르노 사이트 운영 및 이용에 대한 처벌 강화, 가해자 중심적 성범죄 양형기준 재정비, 텔레그램을 이용한 성 착취 불법촬영물 유포 사건 국제 공조 수사, 디지털성범죄 처벌 강화 등 청원에 8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청원자들은 그간 불법촬영과 촬영물 유포 범죄자 대상 처벌이 약한 수위에 그친 사례를 근거로 미비한 사법당국의 수사와 낮은 형량 때문에 범죄를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뉴스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불법촬영 형량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이용자는 "기술은 잘못이 없다"며 "진짜 법 좀 강력하게 개정할 순 없나"하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는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불법촬영 형량을 매우 높여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한 이용자는 "이건 진짜 법 개선밖에 답이 없다"며 "(불법촬영 범죄에) 형량을 매우 세게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 프라이버시. [Pixabay 제공]

삼성전자 "타인 사생활 침해 행위는 불법"

삼성전자는 오는 26일까지 갤럭시 S20 울트라 등 신제품을 사전 판매하고 다음달 6일 정식 판매한다. 회사는 주력 신제품의 본격 시판을 앞두고 형성된 소비자 우려를 어떻게 볼까.

삼성전자 측에 갤럭시 S20 울트라의 100배 확대 촬영 기능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타당한지, 회사의 기술이 범죄에 남용되지 않도록 조치할 방법이 있을지 문의했다.

이에 회사는 "갤럭시 S20 Ultra 100X Zoom 기능은 소비자가 보다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라며 "개인이 고성능의 카메라 줌 기능 등을 이용하여 몰래카메라 촬영 등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는 당연히 불법이며, 법에 의해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사이버성폭력 및 디지털프라이버시 침해 문제에 대응해 활동하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소비자들의 우려가 필연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조사인 삼성전자 측이 소비자들의 불안을 감안해 대응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의 활동가 신성연이 씨는 "가정용 캠코더가 보급된 1990년대 후반부터 불법촬영 문제가 불거졌지만, 이제까지 그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사법적인 처벌은 미흡했다"며 "고성능 카메라를 갖춘 스마트폰이 유용한 범죄 도구가 돼 문제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이어 "모든 기업은 생산 및 영업활동에 불거지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다"면서 "자신의 기술을 악용해 벌어지는 일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의 활동가 오병일 씨도 "불법촬영 범죄가 극성인 만큼 사람들이 제기하는 우려는 타당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제품의 어떤 특성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발이 크다면 제조사가 기업윤리 차원에서 대응 조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KPI뉴스 / 임민철 기자 imc@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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