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계열사·경영진 위법행위 직접 조사한다

임민철

imc@kpinews.kr | 2020-02-05 23:57:43

첫 회의서 권한 확정…계열 7개사 후원금·내부거래 감시
세부 규정 마련…사무국에 계열사 파견·외부인사 4명씩
위원장·위원·사무국 직원 모두 임기 2년에 연임 가능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앞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계열 7개사의 대외 후원금 및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모니터링하고, 합병·기업공개 등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간 거래와 조직변경 보고를 받는다. 관련 문제에 대해 별도 체계를 마련해 각 계열사로부터 익명 신고도 받는다.

각 계열사 최고경영진 준법의무 위반 위험 인지시 이사회에 위험 고지 등 의견을 내고 실제 위반행위 발생시 자체 조사와 보고를 요구하고, 그게 미흡하면 위원회 사무국과 외부 전문가 조력을 받아 직접 조사한다.

계열사가 위원회 요구·권고를 거듭 수용하지 않을 때 그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공표하고, 업무수행에 부적절한 점이 있는 관계사 준법지원인 등의 임명과 해임 승인에 관해 계열사 이사회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7인의 임기를 2년으로 정하고 연임할 수 있게 했다. 위원회 실무를 맡을 사무국장을 선임하고 계열사로부터 사무국 직원 4명을 파견받았으며 외부 인사 4명도 직원으로 영입할 예정이다.

▲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5일 저녁 서울 삼성생명 서초타워에서 제1차 회의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임민철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5일 오후 서울 삼성생명서초사옥 회의실에서 제1차 회의를 통해 이같은 위원회 권한 등 제반 규정 승인, 계열사 준법감시 프로그램 등 현황 파악, 향후 활동 일정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오후 9시까지 6시간 가량 진행됐다. 당초 한 두 시간 걸릴 것이란 예상과 달리 저녁을 거른 채 장시간 열렸지만 현장에서 위원간 의견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계현 위원(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회의장을 떠나면서 "이제 위원회 틀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계열사 컴플라이언스팀 구성을 꼼꼼히 살피느라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월 1회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봉욱 변호사, 심인숙 중앙대 교수, 이인용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 위원 6명이 먼저 건물을 떠났고 오후 9시40분 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오늘은 주로 계열사 준법 프로그램 내용, 현황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위원들이) 궁금한 것들이 많이 있어서 질문을 많이 하고 의견도 얘기했고 앞으로 논의해야 할 것, 개선해야 할 것, 보완해야 할 것 정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회의에는 김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회 위원 7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장에 계열 7개사 준법감시업무 담당자들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현황보고 때문에 계열사 컴플라이언스 팀이 참석했다"며 "7개사 얘기 듣는 것만으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재차 강조했다. 앞으로 계속 삼성생명 건물로 나오는 것이냐는 물음에 "제가 삼성에 들어와 일 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위원회는 원칙적으로 외부 기구"라며 "(위원들은) 각자 자기 생업을 하면서 회의가 있을 때 여기 와서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후속 의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슈를 무엇으로 잡을지, 각자 위원들이 의견을 내서 논의 대상으로 삼을 쟁점을 정리하고 있다"며 "(위원회 차원의) 간담회라든지 전문가 의견을 듣는다든지 그런 의견수렴, 청취하는 절차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위원회 제2차 회의는 오는 13일 오전이다. 오는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준비기일을 하루 앞둔 날짜다.

위원회는 앞서 삼성그룹 7개 계열사(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화재)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협약'을 공동 체결하고 지난 3일까지 각사 이사회 의결을 마쳤다. 앞으로 7개사 대상으로 위원회 권한에 정의한 준법감시 업무를 수행할 계획이다.

회의 결과에 따라 위원회는 삼성그룹 7개 계열사가 대외적으로 후원하는 돈을 사전·사후 통보받아 모니터링한다. 각사 내부거래도 사전·사후 통보받아 모니터링한다. 합병·기업공개를 포함해 7개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사이에 이뤄지는 각종 거래, 조직변경에 대해 보고받아 자료제출을 요구와 의견제시를 할 수 있다.

위원회는 7개 계열사와 별도 신고시스템을 갖추고 신고자 익명성과 비밀 보장 장치를 통해 신고를 받을 예정이다.

7개 계열사 최고경영진이 준법의무를 위반할 위험이 있다고 인지하면 각사 이사회에 직접 위험 고지 등 의견을 낸다. 관계사 준법지원인 등에게 이사회 보고를 요구하는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최고경영진이 관여한 준법의무 위반행위가 생기면 관계사 준법지원인 등에게 해당 사안 자체 조사, 결과 보고,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자체 조사가 미흡하면 위원회가 사무국이나 외부전문가 조력을 받아 해당 사안을 직접 조사할 수 있다.

위원회 요구나 권고를 수용하지 않는 계열사는 사유를 적시해 위원회에 통지해야 한다. 위원회는 필요시 재권고·재요구를 할 수 있고, 관계사가 다시 수용하지 않을 경우 법령상 허용 범위 안에서 그 사실을 위원회 홈페이지에서 공표할 수 있다.

위원회는 실무를 맡을 사무국 운영 규정을 만들고 사무국 업무를 총괄하기 위해 선임된 사무국장과 직원 구성 등 현황을 밝혔다.

사무국장은 위원장의 지휘⋅감독에 따라 사무국 업무를 총괄한다. 법무법인 지평 소속 심희정 파트너변호사가 사무국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사법연수원 27기로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은행분과 자문위원, 금융감독원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TF 위원 등을 맡은 금융규제분야 컴플라이언스 전문가다.

사무국에 삼성 관계사들 중 준법감시인 업무를 맡고 있는 변호사 2명, 회계사 1명, 소통업무 전문가 1명 등 4명을 파견받았고 현재 이와 동수로 영입할 외부 인사를 선정하고 있다. 사무국 규정에 따라 직원들은 관계사 업무 겸직을 할 수 없고, 위원장 및 위원 위촉기간 같이 '임기 2년 및 연장 가능'한 신분이다.

이날 위원회의 회의결과는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조치의 실효성 확보라는 과제를 남겼다.

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한 계열사 관련 내용 공표 외에, 준법의무 위반행위 발생에 따른 형사고발 등 조치나 부적절한 준법지원인 인사조치 관련 의견 제시를 넘어선 권한을 설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또 삼성그룹의 준법감시위원회 구성 계기가 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서울고법 형사1부)가 지난 17일 위원회 운영을 평가하기 위해 도입하겠다고 밝힌 '전문심리위원' 관련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위원회 측은 "앞으로 적극적이면서도 엄정한 활동을 통하여 삼성의 준법감시 및 통제 기능을 강화하고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도 경청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향후 관계사들의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세밀하게 검토한 후 보완하거나 개선할 점은 없는지, 있다면 어떠한 방안을 권고할 것인지 등에 관해 필요한 논의를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KPI뉴스 / 임민철 기자 imc@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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