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누구인가
임민철
imc@kpinews.kr | 2020-01-31 18:02:24
1990년대 베트남·중국 진출 등 신발산업 부흥기 이끈 주역
태광실업은 지난해 말까지 경영을 맡아 온 박연차 회장이 지병인 폐암으로 31일 오후 3시 별세했다고 이날 밝혔다. 박 회장은 그간 서울 삼성병원에서 치료에 전념해 왔으나 최근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하며 끝내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실업 관계자는 "박 회장은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영면에 들었다"며 "장례는 평소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최대한 간소하고 조용하게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태광실업은 이날 내부 성명을 내고 "항상 임직원 여러분들과 유대와 신뢰를 강조해온 회장님은 눈을 감으시는 순간에도 태광실업이 더욱 번창하리라는 믿음을 전했다"며 "태광실업이라는 지붕 아래서 여러분들과 같은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어 행복하셨다는 말씀도 남기셨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1945년 12월 경상남도 밀양에서 5남 1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1966~1968년 월남전 파병군으로 복무 후 1971년 10월 경남 김해시 안동에 신발 제조사 '정일산업'을 창업했다. 1980년 법인명을 '태광실업'으로 전환하고 약 50년간 회사를 경영했다.
박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조사 계기로 작용한 2009년 '박연차 게이트'의 당사자다. 노 전 대통령이 1988년 13대 총선, 2002년 대선 출마 때마다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의 부동산을 사들여 선거 자금을 지원했다. 노 전 대통령 재직 당시 사업적 이익을 봤고 퇴임 후 봉하마을 사저 건축비를 빌려주기도 했다.
2009년 박 회장이 다수 정치인에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박연차 게이트라는 이름으로 드러났을 때 박 회장은 구속된 뒤 노 전 대통령 가족과 측근에 불리한 진술을 해 조사를 받게 했고, 자신도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아 복역 후 2014년 만기 출소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과 그 가족들에게 죄송하다"며 사업에 집중할 뜻을 밝혔다.
박 회장은 태광실업 경영으로 국내 신발산업 부흥기를 이끈 기업가로 평가된다. 1984년 스포츠브랜드 '리복'의 부상과 함께 세계 신발 산업 트렌드 변화로 몰린 경영 위기를 극복하고, 1987년 '나이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1991년부터 나이키에 물량을 독점공급하며 급성장 계기를 맞았다.
태광실업은 1994년과 1995년 각각 베트남 호치민시와 중국 칭다오에 설립한 현지법인에서 생산되는 신발 완제품을 해외 시장에 판매하고 있다.
2006년 정밀화학회사 휴켐스를 인수하며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다. 2008년 태광파워홀딩스 설립, 2012년 난방배관자재업체 일렘테크놀러지 인수, 2013년 섬유제조가공업체 정산인터내셔널 설립, 2014년 배관제조업체 정산애강(구 애강리메텍) 인수 등을 거치면서 화학, 소재, 전력, 레저 등 산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11월 공시 기준 국내외 24개 태광실업 계열회사가 있다.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했다. 태광실업은 1999년 재단법인 정산장학재단을 설립해 장학사업, 재난기금, 사회복지, 의료, 문화, 스포츠사업 등에 수백억 원 비용을 지원해 왔다.
박 회장은 1988년 제25회 무역의 날 대통령 표창, 1997년 제34회 무역의 날 금탑산업훈장, 1998년 제1회 중국청도시금도상, 2000년 캄보디아 총리포상, 2001년 제35회 납세자의 날 대통령표창, 2003년 베트남 친선훈장, 2008년 캄보디아 공로훈장, 2013년 제50회 무역의 날 대통령표창, 2014년 고용창출우수기업 선정 대통령상 등을 받았다.
1999년 제5대 한국신발협회 회장, 한국신발피혁연구소 이사장, 2000년 주베트남 대사관 명예영사, 김해상공회의소 회장, 2003년 주베트남 대사관 명예총영사를 맡으며 국내 신발산업 발전과 한국·베트남 민간교류 협력 증진에 일익을 맡았다. 김해시 복싱연맹 회장, 김해군 체육회 부회장, 국제장애인협회 부회장, 경상남도생활체육협의회 고문, 대한레슬링협회 부회장 등 역할로 여러 분야에 자취를 남겼다.
KPI뉴스 / 임민철 기자 imc@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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