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중국은…거리 텅 비고, 마스크는 필수

조채원

ccw@kpinews.kr | 2020-01-28 17:18:4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중국 현지상황과 전망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날로 늘고 있다. 발생 지역 또한 중국을 넘어 아시아, 미국, 유럽, 호주 등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28일 0시 기준 전국 30개 성과 성급 도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는 106명, 확진자는 4515명이다. 전날 2744명이었던 확진자 수가 하루 만에 1000명 이상 '폭증'하고 사망자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인들의 걱정도 만만치 않을 터. 중국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현지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바이러스 전염 심각성 느끼지만 대처는 달라

"거리에 사람은 거의 없고 밖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다."

산둥성 칭다오·상하이·지린성 옌지, 세 지역에 사는 중국인은 "괜찮아? 거기 상황 어때?"라는 기자의 질문에 공통적으로 답했다. 우한과 다소 거리가 있는 지역들이지만 신형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을 경계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칭다오에서 일하는 A 씨는 춘제를 맞아 칭다오 시골 할머니 댁에 방문했다. 그의 가족은 칭다오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인 옌타이에 산다. 매년 할머니 댁에서 가족들이 함께 춘제를 보내지만, 이번에는 자신만 할머니 댁에 갔다. "원래 그리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24일자로 산둥성에 1급 대응조치가 선포되면서 지금 있는 시골마을에까지 방역 관련 지침이 전달됐다. 그때부터 다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말한다.

▲ A 씨는 집 밖 상황에 대한 기자의 물음에 골목 사진을 보내며 "다들 집에 있다"고 답했다.


1급 대응이란 특별히 중대한 공중위생관련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각 성의 지휘부와 중국 정부(국무원)가 발동하는 가장 높은 단계의 조치다. 27일 기준으로 중국 전역 30개 성과 성급 도시에 '1급 대응'이 선포됐다. 그는 이 1급 대응도 그렇지만 중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까지 질병의 상황과 예방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이 내려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상하이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B 씨도 마찬가지다. 그의 고향은 우한에서 2~3시간 떨어진 곳인 후베이성 톈먼(天門)시 이기에 이 사태를 일찍이 주시해왔다. 그리고 22일에 고향에 가기 위해 산 기차표를 취소하고 상하이에 남기로 했다.

그 역시도 불과 일주일 전까지 '사태가 심각하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러나 21일, 중국 내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서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사람 간 전염 가능성'을 언급한 후부터 길거리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고 한다. 귀성을 포기한 그도 23일에 마스크를 쓰고 슈퍼에 가서 필요한 먹을거리를 산 후, 집 안에서만 생활하고 있다.

옌지에 거주하는 C 씨. "거기 상황 어때"라는 질문에 C 씨도 '모두가 마스크를 쓴다'고 대답했지만 막상 본인은 고속철을 타고 어딘가 가고 있었다. 그가 보내 준 사진 속 기차역은 매우 한산했고 열차 안에는 사람이 드문드문 보였다. 옌지가 속한 지린성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는 27일 기준 8명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다. 

▲ C 씨가 보내 준 옌지 기차역의 모습.


정부 대처에 엇갈린 시선…"문제 없다" vs "초기 대응 늦어"

A 씨는 중국 정부가 철저하게 대처 하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해결할 것으로 본다. 그는 "중국 정부도 춘제 연휴를 2월 2일까지로 연기하고, 학생들의 개학 일정도 연기하는 등 감염을 막기 위한 예방 조치에 힘쓰고 있다. 후베이 후오선산(火神山)과 레이선산(雷神山) 지역에 확진자와 의심 환자들을 충분히 수용할 병원도 신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변에 우한에서 온 사람이 있을까봐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 국민이 우한을 응원하고 기부행렬도 이어진다. 우한에서 온 사람도 보건 당국에서 긴밀하게 관찰할 것이니 문제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우한에 대해 너무 막연한 공포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우한은 아무것도 드나들지 못한 채 죽어가는 유령 도시가 아니다. 이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조치하고 있기 때문에 생필품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 우한에 있는 이를 수소문해 묻고 싶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또한 한국어로도 공유되고 있는 위챗(wechat) 메시지를 보내며 중국 전역이 마스크 품귀 현상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알렸다.

▲ A 씨가 공유해준 위챗 메시지. 그는 한국어를 아주 잘하는 중국인이다. 


그러나 B 씨와 C 씨의 대답은 조금 달랐다. 두 사람은 이제야 대처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는 느낌이고, 사태가 악화된 원인에 대해 정부의 초기 대응이 늦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코로나바이러스가 '신형'이고 사람 간 감염 가능성이 뒤늦게 밝혀졌더라도 중국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이다.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가 화난수산시장에서 발생한 것은 지난해 12월 31일이다. 중국 방역당국은 지난 14일이 되어서야 한커우역과 우한 국제공항 등에 적외선 체온계를 설치해 발열 환자를 24시간 감시하기 시작했다. 이후 23일 공항과 철도, 고속도로를 모두 봉쇄하는 '우한봉쇄' 조치가 이루어졌다. 저우셴왕 우한 시장은 춘제와 전염병 탓에 500여만 명이 우한을 떠났다고 밝혔다.

'중국인 입국 금지' 청원엔 "한국 입장 이해하지만, 인도적 차원 조치해주길"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의견을 물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한국인의 불안감을 전했다. 중국인의 입국 금지를 지지하는 인원은 28일 오후 6시 30분 기준 54만4000명을 돌파한 상태다.

이에 대해 A, B, C 씨 모두 "이해가 가는 반응"이라고 답했다. A 씨는 "우한을 응원한다"는 우회적인 말로 답을 대신했다. 그렇지만 B 씨와 C 씨에게서는 "나라마다 조치가 다를 수 있다", "솔직히 나도 우한에서 온 사람들과는 조금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B 씨는 "사실 중국 국내에서도 우한 등 후베이성에서 온 사람들을 조금 배척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그렇지만 정부에서 이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각 성, 시 별로 지정된 곳에 머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인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다른 나라들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비슷한 조치를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KPI뉴스 / 조채원 기자 cc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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