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잡기' 나선 블룸버그…美 대선 '쩐의 전쟁' 되나
장성룡
jsr@kpinews.kr | 2020-01-25 07:25:02
"트럼프 낙선에 '올인'...최종 후보에 1조원 지원"
광고 단가 뛰어 "대선을 돈으로 사려 한다" 비난도
세계 9위 갑부 억만장자이자 블룸버그통신 미디어그룹 창업자인 마이클 블룸버그(77) 전 뉴욕시장이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 경선에 뛰어들면서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돈 잔치판이 벌어지고 있다.
블룸버그의 자산은 약 555억 달러(65조 원)로, 31억 달러(3조6177억 원)를 가진 도널드 트럼프(73) 대통령보다 18배나 많다.
블룸버그는 이 모든 재산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해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쫓아내는 데 쓸 용의가 있다며 트럼프와 맞불놓기를 불사하고 정치판을 돈 잔치판으로 뒤바꾸고 있다.
그는 자신이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민주당의 최종 후보 지명자에게 10억 달러(1조1670억 원) 이상을 지원하겠다고 밝혀 올해 미국 대선은 이래 저래 금권(金權)이 난무하는 선거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vs 블룸버그, 슈퍼볼 60초 중간광고도 똑같이 사들여
블룸버그가 출마를 선언하고 민주당 후보 경선에 뛰어든 지 두 달만에 대선의 '판돈'은 급속도로 늘어났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그 여파로 미국 전역의 TV 정치 광고 단가는 최근 두 달 사이에 20% 폭등했다.
블룸버그는 두 달 동안에만 2억4800만 달러(2894억 원)를 쏟아부어 황금시간대 대선 광고를 싹쓸이하다시피했다. 그가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은 텍사스주에선 광고 단가가 45%나 뛰어올라 "블룸버그가 대선을 돈으로 사려고 한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다.
블룸버그가 쏟아붓고 있는 물량 공세는 대선의 틀과 양상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1월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블룸버그 등 대선 주자들이 지난 12개월간 쓴 정치 광고 총액은 5억4000만달러(6301억원)로, 이전 대선의 같은 기간 광고비 총액의 10배에 달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블룸버그는 이제까지 다른 후보들이 지출한 선거운동 자금을 모두 합한 것의 4분의 3에 달하는 비용을 썼고, TV와 디지털 광고에만 총 2억1700만 달러(약 2514억8100만 원)를 들였다.
지난해 11월 뒤늦게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한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재선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면 돈은 얼마든 쓰겠다"고 호언하고 있다.
이를 과시라도 하듯이 그는 트럼프 측이 다음달 2일 열릴 슈퍼볼(미국 프로미식축구 NFC 우승팀과 AFC 우승팀이 겨루는 챔피언 결정전) 결승전의 60초짜리 중간 광고를 샀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곧바로 똑같은 60초 광고를 사서 맞불을 놓았다.
슈퍼볼은 세계에서 광고료가 가장 비싼 이벤트 중 하나다. 트럼프와 블룸버그는 이 60초짜리 광고 한 편에만 각각 1000만달러(117억원)씩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3월 3일 민주당 후보 결정 '슈퍼 화요일'에 눈독
블룸버그는 이와 관련, "악수만 하고 다녀서는 3억3000만 명의 미국 국민을 얻을 수 없다"며 "슈퍼볼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관심 갖는 행사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돈을 내지 않았을 것이다. 이게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방식"이라며 돈의 위력을 숨기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는 케이블TV 뉴스도 광고 매체로 적극 공략하고 있다. 그가 출마 선언 첫 주에 가장 비싼 시간대 프로그램의 광고를 대거 구입하고 나서면서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선 황금시간대 광고료가 2만4000달러까지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초기 경선지인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을 포기하는 대신 나머지 48개 주 경선에 참여하는 전략을 마련한 뒤 이들 주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벌이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14개 주에서 일제히 경선을 치르는 3월 3일, 정당의 대통령 후보자를 결정하는 이른바 '슈퍼 화요일'의 광고 물량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지난 11일 슈퍼 화요일 경선 지역 중 하나인 텍사스주의 샌안토니오에서 열린 유세에서 "나의 최우선 목표는 트럼프를 쫓아내는 것이고, 이를 위해 내 모든 돈을 쓸 것"이라고 밝혔다. 텍사스는 슈퍼 화요일이 열리는 14개의 주 중 두번째로 영향력이 큰 주다.
블룸버그는 뉴욕시 맨해튼의 가장 비싼 지역인 타임스스퀘어에 캠프 본부를 차려놓고, 직원 1000여 명에게 최고 1만2000달러(1400만 원)의 월급을 주며 재력에 민감한 트럼프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과 민주주의를 돈으로 사려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생각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을 기싸움에서부터 압도하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
미 컨설팅 회사 보렐은 블룸버그가 이번 선거기간 동안 약 200억 달러(약 23조1900억 원)를 써 이전 기록인 2016년 12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재력 동원해 흑인 유권자들 표심 사로잡기 집중 공략
블룸버그는 자신의 막대한 재력을 활용해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구상도 발표했다. 그는 오클라호마주 북동부 도시 털사의 흑인 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흑인 100만 명이 새로 주택을 보유하고, 10만 명이 기업체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를 위해 미국 내 최빈곤 지역 100곳에 자신의 자산을 포함한 700억 달러(약 81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빈곤지역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흑인 소유 은행에 대한 지원 확대, 차별 축소와 연계한 연방정부 주택자금 운용 등도 제안했다.
블룸버그는 또 "수백 년간 미국은 체계적으로 흑인의 생명과 자유, 노동력을 빼앗았다"며 흑인 노예제에 대한 배상 여부를 연구하는 위원회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블룸버그의 이러한 구상은 흑인 노예제도에 대한 배상과 유사한 계획으로, 엄청난 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감히 제시할 수 없는 금권력 공약인 셈이다.
블룸버그는 이미 경선 이후 치러질 본선 캠페인을 위해 주요 지역에 선거조직을 만드는 등 준비에 착수했다. 뉴욕타임스는 민주당 경선에서 블룸버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 최종 후보로 결정되더라도 돈 잔치로 벌여놓은 블룸버그의 정치적 자산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블룸버그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자신이 탈락하더라도 최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사람에게 개인 재산으로 10억 달러(약 1조1600억 원)를 후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 11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후보가 민주당 대선 주자가 되더라도 10억 달러를 후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유로 "그들의 정치적 견해와 방식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그의 정치 광고는 민주당 경선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존스홉킨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고 투자은행 살로몬 브라더스에 입사해 주식 거래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전 세계 주식시장과 금리, 채권 등에 대한 각종 정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용 단말기를 임대해 주는 사업을 시작해 20여 년 만에 세계 최대 경제 미디어 그룹으로 키워냈다.
총자산 555억 달러를 보유한 세계 9위 갑부 억만장자인 동시에 2002년부터 세계 경제·금융의 중심지 뉴욕에서 3선 시장을 지낸 정치 경력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언론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일찍이 그를 트럼프 대통령을 낙선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항마로 지목하기도 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대한 지지율은 지금까지 쏟아부은 물량 공세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현재 여론 지지율은 7% 안팎으로, 조 바이든, 버니 센더스, 엘리자베스 워렌, 피트 버티기그에 이어 민주당 주자 5위에 머물고 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4분의 1 수준이다. 그래서 그 동안 쏟아부은 돈 액수에 비해 '가성비'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과거에 민주당이 아닌 공화당 후보로 뉴욕시장에 당선됐다가 민주당에 합류한 정치 이력과 시장 재임 당시 물의를 빚었던 흑인 신체 불심검문 정책 등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KPI뉴스 / 장성룡 기자 js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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