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던 이' 엘리엇 퇴장…현대차 '정의선 리더십' 날개 단다

김혜란

khr@kpinews.kr | 2020-01-23 15:11:35

현대차-기아차-모비스 지분 전량 매각…'경영참여' 선언 20개월만
지배구조 개편 반기, 사외이사 선임·고배당 요구 등 사사건건 참견
현대차 적극 투자로 명분 상실하고 '투자손실'이 철수결정 배경된 듯
정의선 주도 지배구조 개편작업 가속화와 미래사업 확대 탄력받을 듯

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발목을 잡아온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가 현대차와 기아차 등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 주식 참여목적으로 '경영참여'를 선언한 지 20개월 만이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2.9%)와 현대모비스(2.6%), 기아차(2.1%) 지분을 지난해 말 전량 매각했다.

엘리엇은 2018년 4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보통주 10억 달러(당시 1조500억 원 상당)를 매입하면서 경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엘리엇은 다음 달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지배구조 개편에 제동을 걸어 임시 주총 취소를 끌어냈다.

그러나 작년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정기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패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8조3000억 원 고배당과 사외이사 선임 등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엘리엇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판단한 주요 주주들이 현대차그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이 최근 미래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으면서 공격 명분은 사라졌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 부회장은 미래 사업에 5년간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그간 엘리엇은 현대모비스의 이익잉여금을 미래 사업에 투자하고 주주들에게 환원하라고 목소리를 내왔다"며 "그러나 현대차가 지난해 2조4000억 원을 투자해 미국 자율주행 업체 앱티브와 합작 회사를 만드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엘리엇의 주장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현실적인 손실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이 그룹 경영에 참여하던 2018년 초엔 현대차 주가가 15만∼16만 원대였는데 최근엔 12만 원대 전후를 기록했다.

일각에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현대차 주가가 다소 올랐을 때 주식을 판 것으로 추정했다.

지배구조 개편을 방해하던 엘리엇이 철수하고, 현대차 실적이 개선되며 정 부회장의 리더십은 공고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의 퇴장으로 현대차그룹이 중장기 투자와 지배구조 개편 작업과 관련된 불확실성을 해소하게 됐다"며 "미래차와 모빌리티 사업을 향한 중장기 투자를 확대해 갈 여력이 생겼다"고 전했다.

지난해 현대차 매출액은 사상 최대치인 105조790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9.3% 늘었고, 영업이익은 3조6847억 원으로 전년 대비 52.1% 증가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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