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 월드] 불타는 호주…"불길 잡힐 기미가 안 보인다"

임혜련

ihr@kpinews.kr | 2020-01-02 15:22:12

수개월째 호주 전역서 동시다발 산불
17명 사망…900채 넘는 주택 불에 타
고온·건조·강풍 요인…미국 등 지원

호주가 수십년 만의 최악의 산불로 황폐화하고 있다. 9월에 시작된 화재 이후 호주 전역에서 17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으며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만 900채가 넘는 주택이 소실됐다. 화재 지역이 광대하게 번지면서 가까운 시간 내에 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을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발생한 화재로 화염이 치솟고 있다. 호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뉴사우스웨일스와 빅토리아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3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주민 4천여 명이 해변으로 대피하는 등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AP 뉴시스]

CNN은 1일(현지시간) 호주 정부가 다른 국가의 소방 지원을 받으며 화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호주의 재앙은 지속적인 고온과 가뭄으로 가속화됐으며, 많은 이들이 '기후 변화'를 자연재해가 악화한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고 CNN은 설명했다.

호주의 모든 주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NSW 주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덤불과 숲이 우거진 지역은 물론 블루마운틴과 같은 국립공원이 화재의 영향을 받았다.

멜번과 시드니를 포함한 호주 최대 도시들도 피해를 봤다. 도시 외곽의 주택들이 화재 영향을 받았으며 짙은 연기가 도시 중심부를 뒤덮었다. 12월 초 시드니의 매캐한 공기는 '유해한' 수준의 11배에 달했다.

CNN은 호주의 여름은 덥고 건조하기 때문에 불씨가 퍼지기 쉽다고 설명했다. 불은 가뭄의 영향을 받아 바싹 마른 수풀에 번개가 떨어져 자연발화되는 경우가 많으며 간혹 방화에 의한 산불도 발생한다.

빅토리아 동부 깁슬랜드 지역에는 번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했으며, 불은 5시간 만에 20km 이상(12.4 마일)을 확산했다.

캘리포니아나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에서도 계절에 따라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호주의 경우는 바람이 불씨를 옮겨 처음 불이 난 곳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화재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최악의 산불 겪고 있는 호주

2009년 호주에서 발생한 '검은 토요일' 화재로 빅토리아에서만 173명이 사망하며 사상 최대의 산불 재해로 기록되기도 했다.

올해의 산불은 예년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심각한 상황이어서 소방 당국이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2월 일부 지역은 섭씨 40도를 훨씬 넘기는 폭염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강한 바람으로 화재와 연기가 더 빨리 퍼졌고 사망자가 속출했다.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가 화재 및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의 범위와 영향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날씨 변화는 더욱 극심해지고 있으며 지난 몇 년 동안 화재는 더욱 일찍 시작되어 강렬하게 퍼져나가는 양상이다.

NSW 주 소방당국과 몇몇 고위급 공무원들은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기후 변화가 호주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 1일(현지시간) 호주 수도가 자욱한 산불 연기에 뒤덮인 가운데 화재지역에서 피신한 캥거루들이 풀을 뜯고 있다. [AP 뉴시스]

화재 피해…150만 헥타르 불에 타

도시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며 많은 주민들이 집을 잃었다. 가장 큰 피해는 NSW 주로 900개 이상의 주택이 소실됐다.

서호주에는 120만 헥타르, 퀸즐랜드에서 최소 25만 헥타르, 남호주에서 9만1000헥타르 이상이 피해를 봤다. 전국적으로는 160만 헥타르 이상의 지역이 불탔다. 올해 아마존 열대 우림의 경우 화재로 100만 헥타르가 불탄 것으로 알려졌다.

야생 동물과 생태계도 큰 피해를 보았다. 수잔 레이 연방 환경부 장관은 NSW에 서식하던 코알라의 약 3분의 1이 죽고 서식지 3분의 1이 파괴됐다고 전했다.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호주 빅토리아주 이스트 깁스랜드에서 발생한 화재로 숲이 타고 있다. 호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뉴사우스웨일스와 빅토리아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3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며 주민 4000여 명이 해변으로 대피하는 등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AP 뉴시스]

호주 '소방관 지원·군사 지원' 등 산불 대처

호주 연방 정부는 몇 달 동안 화재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NSW는 12월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는 자원을 할당하고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하여 NSW주 소방 위원회에 '특별 권한'을 부여했다. 퀸즐랜드주 역시 11월 긴급 상황을 선언했다.

현재 NSW에만 2000명의 소방관이 화재 진압에 투입됐으며, 더 많은 지원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및 뉴질랜드에서도 소방 요원을 지원하고 있다.

연방 정부는 또한 소방, 수색 및 구조, 잔해 청소를 위한 육군 요원, 공군 항공기 및 해군 순양함 등의 군사 자원을 지원했다.

모리슨 총리는 산불 피해 가족과 기업에 최소 2300만 호주 달러(약 186억 원)에 달하는 재해 복구 비용을 할당하고, 10일 이상 화재 진압이에 참여한 자원봉사 소방관에게 각각 최대 6000 호주 달러(약 486만 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화재 진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는 이제 막 여름에 들어갔으며 기온은 일반적으로 1, 2월에 정점에 달한다.

화재는 매년 발생하기 때문에 완전히 진압하기 어려울뿐더러 지난 몇 년간의 사태를 보았을 때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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