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 만든다…위원장에 김지형 전 대법관

임민철

imc@kpinews.kr | 2020-01-02 14:23:53

내부 법무실 '준법지원인'과 별개…준법감시 강화
이재용 재판서 판사 주문 '준법감시제도' 확충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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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고 노동법 전문가 김지형 전 대법관을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김지형 조정위원장,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반올림 황상기 대표가 2018년 11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삼성전자는 2일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정하고 노동법 전문가이자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가 기업 내부 의사결정 및 업무집행과 관련해 위법사항을 예방하기 위해 선임하는 '준법지원인' 직책의 역할을 넘어선 준법감시기능 강화 목적의 행보다.

삼성전자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인 법무실 안에 컴플라이언스 관련 위원회를 두고 "준법 문화를 정착시켜 인권, 안전보건, 환경 등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공시된 삼성전자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 법무실 김영수 컴플라이언스팀장이 지난 2018년 3월부터 준법지원인 업무를 맡고 있다. 준법지원인은 지난해 사내에서 공정거래, 영업비밀, 개인정보보호, 기술유출, 기술유용 등 분야 대상으로 준법 점검 활동을 수행했다.

구성 중인 준법감시위원회에는 외부 인사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회의 성격이나 운영 방향은 기존 삼성전자 법무실 소속 '준법지원인' 역할과 구별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측은 위원의 세부 구성, 법무실 준법지원인과의 관계나 역할 분담 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지형 전 대법관은 1979년 사법시험 합격 후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거쳐 지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대법관을 지냈다.

그는 대법관 후보자였던 지난 2005년 11월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제출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의 인사의견서를 통해 "노동법 전문가인 김 후보자가 대법관이 되는 것은 우리 나라 사법부가 노동사건의 특수성과 노동법의 취지를 충분히 고려한 재판을 하도록 하는데 긍정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기도 했다.

당시 참여연대는 의견서를 통해 "김 후보자가 실제 노동사건 재판에서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의 지위를 보호하는 판결을 한 사례가 있다는 점, 또 도덕적인 면 등에서 개인적인 흠결이 두드러진 바가 없다는 점"을 바탕으로 김 후보자 대법관 임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전 대법관은 이후 지난 2014년 '삼성전자 반도체 등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조정위원장을 맡았다. 조정위원회에서 지난 2018년 11월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업무 영향으로 발생한 백혈병 발병 피해보상 중재안을 이끌어내는 데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12월부터 중재안에 정한 지원보상안, 더불어 별도 구성된 '반도체·LCD 산업보건 지원보상위원회'가 정한 세부사항에 따라 지원보상신청을 접수하고 오는 2028년까지 보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삼성 계열사 경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위, 불법행위 등을 차단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수립하는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위원회 위원은 외부 인사 위주로 구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하려는 배경에 현재 진행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관련 재판이 있다.

지난해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삼성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에게 제공한 수십억원 규모 금품 등을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최 씨 등에게 제공한 뇌물'로 판단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과 삼성 측에 과감한 혁신, 내부 준법감시제도, 재벌체제 폐해 시정, 세 가지를 주문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3회 공판에서 오는 17일로 잡힌 다음 공판기일까지 "(정치권력의)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기업이 응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삼성그룹 차원에서의 답을 제시해 달라"고 밝혔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이같은 재판부의 주문에 대응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준법감시위원회 초대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 전 대법관은 현재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고, 지난 2018년 3월부터 대통령 소속 규제개혁심사위원회 민간위원장으로 활동해 왔다. 그는 지난 2016년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장, 2018년 김용균 씨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대법관 시절 김영란 전 대법관 등과 함께 진보성향 '독수리 오형제' 대법관으로 불렸다.

KPI뉴스 / 임민철 기자 imc@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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