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대우일렉 ISD '패소'...이란 '다야니'에 730억 배상해야

김혜란

khr@kpinews.kr | 2019-12-21 11:43:10

영국 고법, 한국 정부 취소소송 불수용
"이란 다야니 투자자 맞아" 지난해 판정 확정

대우일렉트로닉스(이하 대우일렉) 인수·합병(M&A) 사건의 투자자-국가간 소송(ISD) 패소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를 영국 고등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뉴시스]

금융위원회는 21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이란 다야니 가문 대(對) 대한민국 사건의 중재 판정 취소소송에서 영국 고등법원은 중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한국 정부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UN 산하 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 판정부는 "2010년 대우일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채권단의 잘못이 있었다"며 "이란의 가전 회사 엔텍합의 대주주 다야니 가문에 계약 보증금과 보증금 반환 지연 이자 등 약 73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국 정부는 이 같은 판정에 불복해 지난해 7월 중재지인 영국의 고등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냈다.

당시 금융위는 영국 중재법 제67조의 실질적 관찰 부존재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이때 금융위는 "다야니가의 중재신청은 한국정부가 아닌 채권단(39개 금융기관들)과의 법적 분쟁 내용이므로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 ISD 대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채권단 대표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대한민국 국가기관으로 볼 수 없고 캠코의 행위가 대한민국에 귀속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 금융위의 취소소송 요구가 기각되면서 지난해 6월 중재판정이 확정됐다.

이 사건의 발단은 2010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야니는 가문이 세운 싱가포르 회사 D&A를 통해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최대주주였던 대우일렉을 인수하려다 실패했다.

당시 다야니 측은 채권단에게 계약금 578억 원을 지급했으나 채권단은 '투자확약서(LOC) 불충분'을 근거로 계약을 해지했다. 총 필요자금 대비 1545억 원 부족한 LOC를 제출했다는 게 이유다.

다야니는 계약 보증금 578억 원을 돌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캠코를 비롯한 대우일렉 채권단은 '계약 해지의 책임이 다야니에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다야니는 이에 2015년 보증금과 보증금 이자 등 935억 원을 반환하라는 취지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했다.

중재 판정부는 지난해 6월 한국 정부가 디야니 측에 배상금 730억 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이는 외국 기업이 낸 ISD에서 한국 정부가 패소한 첫 사례로 기록됐다.

정부는 "다야니의 중재 신청은 한국 정부가 아닌 대우일렉 채권단과의 법적 분쟁에 관한 것이라 ISD 대상이 아니다"며 곧바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또 이번 사건의 계약 당사자는 D&A이며 D&A의 주주인 다야니가 ISD를 제기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었다.

영국 고등법원은 이에 한-이란 투자보장협정상 '투자'와 '투자자'의 개념을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해 다야니를 한국에 투자한 투자자로 판단해 ISD를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이번 결과에 대해 긴급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판결문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필요한 후속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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