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도 제친 '펭수'…한국은 왜 열광하나
김지원
kjw@kpinews.kr | 2019-12-19 15:15:53
광고계의 '블루칩'…10억 원 넘는 고액연봉
인기비결 '직장인 공감' '2030세대 대변인'
방탄소년단을 누르고 '2019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펭귄캐릭터, '펭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에서 폭발적 인기 광풍이 불며 펭수의 캐릭터 정체, 인기 요인 등 다방면의 분석이 이뤄지는 것. 캐릭터라는 한계를 넘어 하나의 입체적 인물이자 상징이 된 펭수의 인기요인은 무엇일까.
최근 펭수가 한 취업사이트 조사에서 '2019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BTS를 제치고 방송·연예 분야 1위에 오른 것. 캐릭터가 실존 인물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적은 처음이다. 인크루트 관계자는 "캐릭터가 올해의 인물에 선정된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주로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정치인이나 유명 연예인이 뽑혔었다"고 말했다.
펭수는 교육방송 EBS가 만든 펭귄 캐릭터다. 펭귄의 첫 글자인 '펭' 그리고 빼어날 '수(秀)'자가 이름의 의미다. 남극 출신이며, 2미터10센티미터의 '자이언트 펭귄'이다. EBS의 연습생으로 스타가 되기 위해 헤엄쳐 건너왔다. 독특한 생김새와 위트있는 언행 구사가 특징이다. 인형 탈을 쓴 연기자와 캐릭터 성격이 분리됐던 기존 캐릭터와 달리, 일명 '자아를 가진 캐릭터'다. 펭수에게는 대본이 주어지지 않는다. 캐릭터가 하나의 인물화됐다. 즉, '펭수는 그 자체로 펭수'다.
방탄소년단과 비견되는 '펭귄'의 등장에 해외도 관심을 보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0일(현지시각) 'Bigger than BTS? Why South Korea's millennials fell for Pengsoo the giant penguin' 라는 기사에서 방탄소년단과 올해의 인물을 두고 겨룰 정도인 펭수 열풍을 언급했다.
2019년 대한민국 인기 검색어 10위, 유튜브 구독자 수 130만
그렇다면 펭수의 인기는 어느 정도일까. 펭수의 인기는 한국에 있는 사람이라면 실감할 수 있다. 일단 높은 검색 빈도수를 자랑한다. 구글의 2019년 대한민국 인기 검색어 '인물 및 펭귄'에서 당당히 10위를 차지했다. 수많은 유튜브 구독자도 지녔다. 펭수의 유튜브 채널인 '자이언트 펭TV' 구독자 수는 130만을 넘어섰다.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펭수의 각종 움짤과 짤방을 쉽게 볼 수 있다. 펭수가 했던 인상적인 말을 모아 둔 일명 '펭수 어록'도 돌아다닌다. 높은 인기만큼이나 '펭수 탈 안에 있는 사람은?' 등 각종 궁금증이 따라다니기도 한다.
'자이언트' 펭귄답게 팬층도 크다. 두터운 팬층은 "펭수는 펭수다"라며 인형 탈 속 사람의 정체를 밝히려하기보다 '펭수를 그 자체로 인정'한다. 나아가 펭수 모조품을 신고하는 등 성숙한 '팬심'도 보이고 있다. EBS 관계자는 "팬 분들이 시중에 돌아다니는 모조품을 제보해주시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높은 인기에 '굿즈' 제작도 활발하다. 팬들의 요구에 힘입어 제작된 펭수 에세이 다이어리 '오늘도 펭수, 내일도 펭수'는 사전 예약 판매 시작 3시간 만에 1만 부가 팔렸다. 카카오톡에서 출시된 펭수 이모티콘은 지난달 출시 이후 하루 만에 인기 판매순위 1위에 올랐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톡 캐릭터인 카카오 프렌즈 이모티콘을 제외하고 최단기간 최다판매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이랜드 SPA 브랜드 스파오 의류, 파자마 등의 콜라보레이션도 진행 중이다. EBS도 문구용품, 생활용품 등 자체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영화 '백두산'과의 콜라보레이션은 물론 해당 영화의 주연을 맡은 이병헌과 하정우까지 펭수와의 만남에 기대감을 드러낼 정도였다.
펭수의 인기가 치솟으며 일종의 생가(?)인 남극까지 인기여행지로 급부상했다. 트립닷컴의 항공권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펭수의 인기가 시작된 지난 9월부터 11월 15일까지 우수아이아(Ushuaia) 행 항공권 검색량이 전년 대비 227% 증가했다.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는 한국에서 남극으로 가는 가장 빠른 경로다. 남극 여행은 보통 남극 항로의 기점인 우수아이아를 거쳐, 크루즈 및 해협 투어 업체를 이용해 배로 방문한다.
광고계의 '블루칩'…셀러브리티라면 10억 원 넘는 고소득자
이런 인기에 힘입어 펭수는 광고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기업의 러브콜이 쏟아진다. 동원 참치와 롯데 빠다코코넛을 좋아한다고 밝힌 펭수에게 동원그룹과 롯데제과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빙그레 역시 이전 인연을 강조하며 광고 모델 논의를 하고 있다. 펭수가 빙그레가 진행한 손흥민 선수의 춤을 따라하는 마케팅 행사인 '슈퍼콘 댄스 챌린지'에 참여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KGC인삼공사와 손잡고 정관장 홍삼CF에 출연했다. 이 밖에 시몬스침대와도 손잡고 디지털콘텐츠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超슈퍼스타급 영향력과 인기를 가진 셀러브리티 펭수의 몸값은 얼마일까. 유명 유튜버들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구독자 50만 명 채널이 버는 돈은 연 6억 원 정도다. 펭수는 현재 139만 구독자를 지니고 있다. 10억 원이 넘는 수입이 들어온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여기에 광고모델료, 방송 출연료 등을 합치면 그야말로 '고액 연봉자' 펭귄이다.
펭수 인기이유 1. 센스있는 언행
펭수에 한국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먼저 '센스있는 언행'을 들 수 있다. 펭수는 EBS 소속임에도 다양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데, MBC의 '마이리틀텔레비전2'에 출연해 "EBS 김명중 vs MBC 최승호"라는 질문을 받았다. 현 직장 사장과 당시 녹화 중이었던 방송사 사장 중 한 명을 택해야하는 곤란한 상황에서 펭수는 "최승호가 누구예요?"라며 "한번도 뵌 적 없다. 밥 한끼해요"라고 답변하는 센스를 보였다.
펭수 인기이유 2. "할 말은 한다"
또 '할말은 하고', '금기를 깨는' 펭수는 직장인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나이가 중요한게 아니고, 어른이고 어린이고 중요한 게 아니다"며 "이해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면 되는거다"등 한국 사회의 어른공경 강요 분위기에 도전한다. 25년 차 대선배 캐릭터인 '뚝딱이'의 "나 때는 말이야"라는 잔소리에 귀를 막으며 그만하라고 외친다.
"맛있는 건 참치, 참치는 비싸, 비싸면 못 먹어, 못 먹을 땐 김명중"이라며 소속사인 EBS사장 이름을 거리낌 없이 부르는 등 딱딱한 위계질서를 깨기도 한다. 팬을 위한 이벤트를 하면 돈은 누가 부담하느냐는 말에도 지체없이 "김명중"이 튀어나온다. "사장님이 친구같아야 회사도 잘 된다"는 명언도 탄생시켰다.
펭수 인기이유 3. 직장인의 '공감'
직장인의 '공감'을 사는 것도 인기요인이다. 펭수는 회사에서 신이 날 리 없다고 한다. 나아가 "왜 일은 한꺼번에 오는 걸까요", "잘 쉬는 게 혁신"등의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한다.
펭수 인기이유 4. 2030세대의 현실 반영
'현실 반영'이 인기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펭수의 인기 비결은 현 한국의 2030세대를 철저히 반영한 데에 있다는 것.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현재 2030 세대가 어떤 위치에 처해있는가를 보면 인기의 비결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EBS소품실에서 주거하는 펭수의 모습은 원룸이나 고시원에 사는 등 자기 공간이 충분하지 않은 2030의 현실과 비슷하며, '연습생'이라는 신분도 인턴이나 비정규직 상태인 2030을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지나치게 정상만을 대접하는 한국사회에서 펭수는 큰 몸통과 짧은 팔다리 때문에 택시조차 못 타는 등 살아남기에 힘들다"며 "하지만 펭수가 거대한 몸이 택시에 끼어 타지 못하는 모습이 사진으로 돌아다니며 유머코드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펭수는 그런 상황을 좌절하거나 비관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가 '잘했다, 최선을 다했다, (스스로를)매력있다'고 이야기한다"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존감과 유머를 잃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했다.
'할 말은 하되,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는' 대화법도 짚었다. 김 평론가는 "예의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굉장히 직설적으로 자기가 처해있는 부조리를 이야기하는 점도 펭수의 매력 포인트다"라고 분석했다.
펭수, 한국 사회의 모든 바람과 공감, 유머코드의 집합
즉, 한국사회는 펭수의 처지와 상황에 공감을 보내며, 말 센스와 위트에 울고 웃고, 할 말은 하는 태도에 감탄하고 있다. 연습생 신분이라는 어찌보면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웃음과 당당함을 잃지 않으며 할 말은 하는 펭수.
펭수는 현재 한국사회의 축소판이다. 펭수의 삶은 바로 한국인의 삶이며, 펭수의 언행에는 한국 사회의 모든 바람과 공감, 유머코드가 담겨있다. 펭수는 지친 이들에게 "힘내라는 말 대신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는 따스한 말을 건넨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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