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군, 서해 NLL 무인섬 3곳 제외한 모든 섬에 군사시설 구축
김당
dangk@kpinews.kr | 2019-11-26 02:17:02
북한, 하린도∙석도∙옹도 제외한 NLL 인근섬에 연평도 보복 전초기지로 군사기지화 가능성
군 당국, 해안포 시범사격 알고서도 '한-아세안' 의식해 북한매체 보도할 때까지 은폐 의심
북한군이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창린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지시 하에 해안포사격 훈련을 실시함으로써 9∙19군사합의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북한은 서해 NLL 일대 암석지대로 된 무인도서 3곳(하린도, 석도, 옹도)을 제외한 거의 모든 섬에 군사시설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해 NLL 일대 섬들에 대한 북한군의 군사기지화 실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 국방정보본부의 '북한의 서해도서 요새화 작업 실태' 및 관련 지도에 따르면, 북한군은 서해5도 중 대연평도와 인접한 기존의 NLL 인근 무인 5도(함박도·갈도·장재도·무도·아리도)에 이어 백령도 동남쪽의 마합도, 기린도, 창린도, 어화도, 비압도, 순위도 일대까지 연평도 '보복의 전초기지'로 군사기지화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UPI뉴스〉가 입수한 '북한의 서해도서 요새화 작업 실태' 및 관련 지도에 따르면, 북한은 남북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던 2015년부터 연평도 북방 무인도서(갈도∙아리도)들을 군사기지화 했으며, 최근 영토 및 관할권 논란이 된 함박도도 그 연장선 상에서 군사기지화를 추진한 것으로 국방정보본부는 판단했다.
이는 함박도 사례처럼 현재까지 군이 파악하고 있는, 서해 무인도서를 북한이 유인화해 군사시설을 구축한 '북한의 서해도서 요새화 작업 실태'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국회 정보위의 요구에 국방부 국방정본부가 지난 6일 국정감사에 서면 제출한 것이다.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의 서해도서 요새화 작업 실태'에서 북한군이 아리도와 함박도에 레이더를 설치해 감시기지로 운용 중이며, 갈도에는 화포를 배치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국방정보본부는 갈도∙아리도∙함박도를 제외한 다른 도서는 2015년 이전부터 이미 군사기지로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함박도는 지난 6월 등기부등본상 '인천광역시 강화군 서도면 말도리 산97'이라는 주소로 등록돼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등본에는 대한민국 산림청이 이 섬을 소유한다고 적시돼 있고, 국토부는 공시지가까지 발표했다. 인터넷상의 각종 지도에도 함박도는 NLL 이남에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또한 관련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함박도는 6.∙25 한국전쟁 이후 북파공작에 참여한 대원들의 귀환 루트로 활용된 섬으로, 우리 군(공군 및 해병대)이 관리 또는 경비를 한 대한민국 영토인데 우리 정부의 관리 부실을 틈타 북한군이 점유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지난 9월 16일부터 국토교통부, 강화군, 민간 전문가 등과 합동 검증팀을 조직해 함박도의 위치를 조사해 함박도는 NLL 이북 약 700m 지점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관할 섬이며, 정전협정상 '황해도-경기도 도경계선' 북쪽 약 1km 지점에 위치함을 확인했다. 함박도가 우리 땅(주소지)으로 기재된 것은 행정착오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관할권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은 가운데 지난 10월 15일 국방위 국정감사에서 이승도 해병대사령관(중장)은 북한의 함박도 군사기지화 움직임 관련 질의에 "(함박도에) 타격 장비가 배치된다면 큰 위협이 된다"면서 2017년 5월 4일 북한 선박이 서해 NLL 근처에 위치한 함박도에 접안 당시 유사시를 대비해 '초토화 계획'을 세웠다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이 시점은 문재인 정권 출범 엿새전이다.
그러자 북한은 지난달 19일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TV에 공개한 '연평도를 벌써 잊었는가'라는 영상을 통해 "리승도로 말하면 골수까지 동족대결에 환장한 대결광신자"라며 "연평도 해병대포대장으로 있던 지난 2010년 감히 우리를 건드렸다가 우리 군대의 불소나기의 맛을 톡톡히 본 자"라고 연평도 포격 도발을 다시 거론하며 위협했다.
북한은 2010년 11월 23일 당시 서해 연평도 해병대 기지와 민간인 마을에 해안포와 방사포 150여발을 발사하며 공격했다. 6·25 이후 북한이 한국 영토를 포로 타격한 첫 도발이었다.
당시 150발 중 90여발은 해상에 떨어지고 60여발은 연평도에 떨어져 해병대원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민간인도 2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당했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다시 연평도 인근 창린도 해안포 기지를 찾은 것은 연평도 포격 9주기를 맞아 화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 25일 새벽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은 창린도 해안포중대 포진지와 감시소를 찾아 전투준비태세를 점검하고, 직접 목표를 정해 사격을 지시했다. 통신은 이어 "해안포중대 군인들은 (김정은에게) 평시에 자기들이 훈련하고 련마(연마)해온 포사격술을 남김없이 보여줬다"고 전했다.
북한은 창린도를 '전선(戰線) 섬'이라고 칭했다. 방어대에 대해선 '조국의 전초선 섬방어대'라며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임의의 단위가 임의의 시각에도 전투임무수행에 동원될 수 있게 철저히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기습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중앙통신은 김정은의 창린도 방어대 시찰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의 동정을 통상 그 다음날 보도하는 경향으로 미뤄, 창린도 방어대 시찰은 지난 23~24일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국방부는 이날 중앙통신 보도 이후 북한의 해안포 사격에 대해 "군사합의 위반"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가 9∙19군사합의 이후 '군사합의 위반' 사실을 표명한 것은 이번 처음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구체적으로 북한이 언제, 어떤 종류의 해안포를 어느 방향으로 몇발 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국방부가 중앙통신 보도 이후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 사실을 밝혔다는 점에서 우리 군 당국이 북한의 해안포 사격 사실을 알고도 한-아세안 정상회의 등을 의식해 북한 발표가 나올 때까지 침묵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북한의 해안포 동향 감시가 강화되었는데, 김정은이 현지 시찰까지 한 가운데 실시된 해안포 사격 시범을 군 당국이 북한 보도를 보고 알았을 가능성은 낮다.
그동안 군이 보고해온 대북 감시태세에 따르면, 해안포의 포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감시가 시작되고, 포문 개방을 포착하지 못했더라도 포성을 통해 파악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UPI뉴스〉가 입수한 지난 6일 정보위 국감 자료에 따르더라도, 국방정보본부는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 사례' 질의에 "일부 해안포 포문 개방이 간헐적으로 식별되고 있는데, 이는 내부건조를 위한 시설관리 목적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군의 해안포 포문 개방을 다 식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창린도는 황해남도 최남단에 있는 섬 중 하나로 서북5도 중 가장 가까운 대청도에서 동쪽으로 37km 떨어져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교환한 9.19 군사합의에 따라 '적대행위 금지' 구역으로 설정된 곳이다.
군사합의에 따르면 서해 남측 덕적도로부터 북측 초도까지 80km에 이르는 해역이 완충수역으로 설정됐다. 완충수역에서는 해안포·함포 사격과 해상기동훈련을 할 수 없다. 해안포·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 폐쇄 조치도 해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해안포 일부를 개방하며 군사합의 위반 가능성을 종종 노출했다. 정부는 북한의 해안포 개방에 대해 "습기 문제로 인한 환기용"이라며 9.19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해왔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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