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속 뜨면 문 닫는 중개업소…합동점검 실효성 있나

김이현

kyh@kpinews.kr | 2019-11-01 17:57:30

정부, 시장교란 행위 등 불법거래 제재 위한 부동산 현장점검 실시
첫 단속서 6건 적발…중개사 "집값은 안 잡고 사소한 오류만 잡아"
올해 말까지 합동 점검 예정…"상시 단속 체계로 실효성 높여야"
▲정부 합동 현장점검반이 지난달 18일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인근 공인중개업소를 합동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부동산 시장을 잡아야하는데 왜 애먼 부동산중개업소를 잡는지 모르겠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부동산 불법거래 단속을 시작한 지 20일.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A 씨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작 집값은 정부가 다 올려놓고 왜 상관없는 공인중개업소만 잡느냐는 것이다. 그는 "일단 뭐라도 하고 있다는 요식행위일 뿐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 국세청, 금융감독원, 서울시 등 총 32개 기관은 지난달 11일부터 합동으로 서울 주택시장에 대한 점검을 진행 중이다. 부동산 거래질서 확립을 위해 서울 주요 지역 공인중개업소를 대상으로 불법거래 여부를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공식적으로 첫 합동점검이 이뤄진 건 지난달 18일. 점검 대상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와 마포구 아현동 '래미안푸르지오' 인근 공인중개업소였다.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지난 9월 전용면적 84㎡가 27억9800만 원에 거래됐고, 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은 지난 8월 중순 12억5000만 원에 팔려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바 있다. 두 단지가 강남과 강북의 집값 상승을 이끈다고 판단해 기습 점검에 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점검을 받은 중개업소는 3곳에 불과했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인근 상가 1층에 있는 11곳의 공인중개업소 중 8곳이 점검 당시 문을 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점검에 동행했던 유혜령 국토부 부동산산업과장은 "오전에는 모두 문이 열려  있었지만 낌새를 챈 건지 오후에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합동점검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리면 공인중개업소는 문을 닫는 외부로 나가는 '숨바꼭질'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인근 중개업소. [정병혁 기자]  

합동점검 이후 이러한 '숨바꼭질'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공인중개업소는 문의 전화가 오거나 상담의뢰가 들어오면 장소를 카페로 옮겨 거래를 진행하는 식이다. A 씨는 "한번 단속이 시작했다는 정보가 돌면 부동산들은 밖으로 돌아다니면서 영업하기 때문에 문을 열고 닫는 일이 빈번하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지난달 31일 래미안대치팰리스 정문과 후문 주변 중개업소 19곳 중 7곳은 문이 닫혀있었다. 7곳 중 불이 켜진 채 사람이 없는 곳은 4곳이었다. 근처 공인중개업소 관계자 B 씨는 "여전히 부분 단속이 시행되고 있지만 오늘은 단속소식을 듣지 못했다"면서 "전화로 상담의뢰가 오면 직접 찾아가기도 하기 때문에 문이 잠겨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동점검 당시 B 씨도 문을 닫아놓은 건 마찬가지였다. B 씨는 "지금 조사하는 불법거래라는 건 집값을 잡자는 게 아니다"면서 "글씨를 잘못쓰거나 용적률이 서울시 조례가 아니라면서 마구잡이로 잡고 과태료를 과다하게 물린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전산조회로 모든 게 다 나온다"면서 "매도인, 매수인 연락처와 개인정보동의서까지 다 받았으면 자기들(정부)이 알아서 할 일이지 불법도 아닌 사소한 것으로 중개업소만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오개역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C 씨도 "요즘 공인중개사는 불법거래를 하고 있지 않다"면서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근처에서 불법거래가 있다는 건 한 번도 목격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 전화로 영업하는 건 사실이긴 한데, 아무리 떳떳하게 영업한다고 해도 점검 시 서류에 0.001%라도 모자란 내용이 있으면 과태료를 매기니까 문닫고 나가버리는 것"이라면서 "집값은 안 잡고 공인중개사만 죽인다"고 말했다.

지난 합동점검 당시 국토부가 발견한 위법사항은 총 6건이었다. 강남구 2개 업소에서 4건, 마포구 1개 업소에서 2건이 적발됐다. 가장 많은 건수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의무' 위반이었다. 총 4건으로 용적율이나 투기지역 여부, 주변 입지조건을 잘못 설명한 경우였다.

아울러 3년간 보관해야 하는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를 제시하지 못하거나, 중개사 공동 거래임에도 매수인 측 중개사의 서명이 누락된 경우도 있었다. 부동산업계가 '사소한 오류잡기'만 이뤄지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이유다. 시장 교란행위를 잡고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점검이지만, 영업을 방해하고 중개산업을 죽인다는 것이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중개사 자격증 불법대여, 설명 의무 위반 등 실거래조사로는 확인할 수 없는 점검 사안을 현장에서 중점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단속을 시행할 예정"이라면서 "일시적으로 문을 닫고 단속을 피해가는 공인중개업소에 대한 대책도 논의해 실효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매수자나 매도자를 점검해서 위법한 사항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매개하는 공인중개사를 단속하는 것"이라면서 "부동산 거래질서 문란이나 투기에 대해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전시행정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일시적 단속이 아니라 상시단속을 통해서 불법중개를 막는 체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관계부처 합동조사는 12월까지 약 80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상시조사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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