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이 이마트 구할까? 유통업계 CEO '컨설턴트' 전성시대

남경식

ngs@kpinews.kr | 2019-10-28 17:55:46

쿠팡·위메프·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 대표, 컨설팅 펌 출신
이마트, 온라인 및 해외 사업 강화 전망…M&A 가능성도 제기
한국콜마, 야놀자, 여기어때, 할리스 대표도 컨설턴트 출신
SK 최윤정, 아모레퍼시픽 서민정, BGF 홍정국 등 재벌자녀들 '컨설턴트' 많아

사상 최대 실적 부진에 빠진 이마트가 컨설팅 펌 베인앤컴퍼니(이하 베컴) 출신 대표를 선임했다. 창사 이래 첫 외부인사 선임이라는 실험이 통할지 관심이 모인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를 위기에 빠뜨린 쿠팡, 마켓컬리,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의 대표 다수가 컨설팅 펌 출신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1일 이마트 부문에 대한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장수 CEO로 손꼽혔던 이갑수 전 대표가 물러났다. 빈자리는 강희석 베인앤컴퍼니 유통 및 소비재 부문 파트너가 메꿨다. 강 대표는 이마트에 대한 컨설팅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분기 창립 이래 첫 적자를 내는 등 부진한 실적이 파격적인 인사의 원인으로 분석됐다. 쿠팡, 마켓컬리 등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격적인 행보에 대응하지 못하며 매출 성장은 정체되고 수익성은 악화하는 상황이다.

▲ 강희석 이마트 신임 대표이사 [이마트 제공]

1969년생으로 젊은 대표 선임을 통해 이마트는 혁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온라인 사업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 대표는 지난 몇 년간 국내 포럼 등의 자리에서 "온·오프라인 구분이 더는 의미가 없다", "오프라인에서 성공했다고 온라인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해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대표는 소비재·유통 기업이 트렌드 변화 속에서 펼칠 수 있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옴니채널'과 함께 '수출'을 손꼽은 바 있다.

온라인 업체들과의 전략적 제휴 확대 혹은 인수 가능성도 점쳐진다. 강 대표는 베인앤컴퍼니 아시아·태평양 지역 파트너들과 함께 지난해 말 작성한 보고서에서 "오프라인 사업자들이 디지털 파트너들과 협업하는 형태가 점진적으로 보편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통상 컨설턴트 출신들이 M&A에 적극적이기도 하다.

쿠팡, 위메프, 마켓컬리 등 국내 이커머스 업체 대표들이 대형 컨설팅 펌 출신이라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커머스 업체들은 초저가, 새벽배송 등 기존의 관념을 뛰어넘는 마케팅으로 이마트 등 대형마트의 위기를 야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 김범석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출신이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필두로 지난 9월 G마켓과 옥션 등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를 제치고 이커머스 업체 중 거래액 1위에 올랐다.

▲ 쿠팡 김범석 대표 [쿠팡 제공]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는 맥킨지, 베인앤컴퍼니 등의 컨설팅 펌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시장에서 약 40% 점유율로 선두를 지키고 있다.

위메프 박은상 대표는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이다. 박 대표는 허민 전 대표가 물러난 2013년부터 단독 대표로 위메프를 이끌고 있다.

티몬을 창업한 신현성 의장도 맥킨지 출신이다. 이베이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이재현 전 대표, 박주만 전 대표는 모두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출신이다.

맥킨지와 베인앤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은 세계 3대 경영컨설팅 회사로 손꼽힌다. 이들 컨설팅 펌 출신들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형성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외에도 여러 산업군에 컨설턴트 출신의 경영진들이 진출하고 있다. 숙박 앱 야놀자 온라인부문 김종윤 대표, 여기어때 황재웅 전 대표도 각각 맥킨지,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이다. 할리스커피 김유진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이다.

기업 오너의 자제들이 컨설팅 펌을 거쳐 경영 승계를 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 윤동한 한국콜마 전 회장의 장남 윤상현 한국콜마 대표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했다. 그는 CJ헬스케어 인수 등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최태원 회장의 장녀 최윤정 씨,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의 장녀 서민정 씨도 베인앤컴퍼니 출신이다. BGF 홍석조 회장의 장남 홍정국 부사장은 보스턴컨설팅그룹 출신이다.

컨설팅 펌은 기업 운영 전반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너 2, 3세들의 직장으로 인기가 높다. 컨설팅 펌 입장에서는 기업 프로젝트를 따올 가능성이 커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마트 강희석 대표와 가장 비슷한 케이스로는 해태제과식품 신정훈 대표가 꼽힌다. 크라운해태홀딩스 윤영달 회장의 사위이기도 한 신 대표는 베인앤컴퍼니 재직 당시 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 자문에 참여한 바 있다.

이후 2005년 해태제과에 상무로 입사했고, 2008년 대표에 올랐다. 신 대표는 '낙하산 인사' 논란을 딛고 2015년 허니버터칩으로 대박을 내며 영업이익을 468억 원까지 성장시켰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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