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같이 살아야죠" 삼척시장 상인들, 노브랜드에 기대감

남경식

| 2019-10-24 15:39:00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0호점, 삼척 중앙시장에 오픈
시장과 판매 품목 중복 최소화…청년몰로 젊은 층 공략

"노브랜드에 물건이 싸게 들어왔대. 가는 길에 사고 가."

강원도 삼척 중앙시장 C동 1층 중앙 통로. 이곳에서 호떡 등 분식을 판매하는 70대 사장 A 씨는 자신의 가게에 들른 동년배의 단골 손님에게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 가보라고 권유했다. "오픈 기념으로 달걀을 싸게 팔고, 물건을 많이 사면 키친타월도 준다"며 2층에 한번 올라가라고 말했다.

24일 강원도 삼척 중앙시장 안에 약 95평 규모로 오픈한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찾았다. 건물 2층에 위치한 노브랜드 매장에 가기 위해서는 중앙 통로를 지나 어시장을 거쳐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중앙 통로 가운데쯤 위치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어느 경로든 시장 골목을 거칠 수밖에 없다.

▲ 강원도 삼척 중앙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입점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남경식 기자]

이마트는 노브랜드 출점 과정에서 지역 상인들과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대기업 신세계 이마트가 규제를 피해 골목상권을 침탈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대형마트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자 노브랜드라는 새로운 업태를 만드는 꼼수를 썼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상생스토어에서는 이같은 반발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 일반 노브랜드 매장과는 다른 과정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삼척 중앙시장 매장의 경우에도 삼척시의 권유를 받은 시장 상인회가 논의를 거쳐 이마트에 공문을 보내면서 출점 검토 작업이 시작됐다.

정종광 삼척 중앙시장 상인회장은 "노브랜드 매장이 생긴 자리에 원래 대폿집이 있었다"며 "어둠침침한 곳에서 청소년들이 몰래 술을 마시는 등 분위기가 안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낚시를 할 때도 밑밥이 있어야 고기가 모인다"며 "노브랜드 매장을 밑밥으로 생각하자고 상인들을 설득했고, 이제 삼척 중앙시장의 터닝포인트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노브랜드 매장에서는 인근 주민들 여럿이 장을 보고 있었다. 인산인해 수준은 아니었으나 평일 낮 시간대임을 감안하면 많은 숫자였다. 이날 이마트는 노브랜드 매장에서 1만 원 이상, 삼척 중앙시장에서 상품을 1개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했다. 오전 10시 오픈 이후 2시간여 동안 약 100명의 고객이 사은품을 받아 갔다.

▲ 한 고객이 삼척 중앙시장 노브랜드 상생스토어에서 물건을 산 후 계단을 통해 1층 어시장 쪽으로 내려가고 있다. [남경식 기자]

소비자 입장에서야 노브랜드 매장이 들어오면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이곳 상인들은 왜 노브랜드 매장을 반기는 것일까.

삼척 중앙시장은 과거 탄광 산업 호황기에 번성했던 시장이다. 그러나 탄광 산업이 쇠퇴하면서 시장도 침체를 겪기 시작했다. 소비 패턴의 변화로 시장을 찾지 않는 고객도 늘었다. 차로 약 10분 거리에 삼척해수욕장과 쏠비치 호텔&리조트 등이 있지만, 관광객의 유입도 적은 상황이다.

삼척 중앙시장 C동 1층 중앙 통로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30대 사장 B 씨는 "시장을 찾는 분 대다수가 50대 이상"이라며 "관광객을 제외하면 20~40대는 명절 때 부모님을 모시고 올 때가 아니면 보기 힘들다"고 귀띔했다.

또 "쏠비치에서 삼척 중앙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주기도 했는데 투숙객들이 시장에 와서 하는 말은 '볼 게 없다'는 것이었다"며 "노브랜드 매장과 청년몰이 들어오면서 젊은 관광객들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브랜드 매장이 들어서는 중앙시장 2층에는 청년몰 25곳도 들어설 예정이다.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판매하는 청년몰을 통해 젊은 고객들의 유입을 늘린다는 취지다.

분식집 사장 A 씨에게 '청년몰로 인한 고객 이탈 우려는 없냐'고 묻자 "요새 청년들도 힘들다는데 다 같이 먹고 살아야죠"라며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삼척 중앙시장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계산대 전경 [남경식 기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는 시장과 판매 품목을 최대한 줄인 것도 특징이다. 과일과 야채, 담배는 판매하지 않는다. 술의 경우에도 참이슬, 카스 등 유명 브랜드 제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노브랜드 매장 바로 아래 1층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C 씨는 "다소 겹치는 품목은 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요새 시장에 손님 자체가 너무 적어서 손님 유입이 늘어나면 뭐라도 하나 더 팔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D 씨는 "노브랜드가 들어오면서 시장이 깔끔해져서 너무 좋다"며 "경쟁을 하는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D 씨는 노브랜드 매장이 기존 상인들에게 끼치는 악영향보다는 다른 대형 매장과 경쟁할 수 있을지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시장 바로 옆에 농협 하나로마트가 있고, 조금 더 가면 홈플러스도 있다"며 "노브랜드가 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노브랜드를 걱정했다. 그러면서 "시장 상인들의 최대 경쟁자는 하나로마트였다"고 귀띔했다.

박시우 노브랜드 상생태스크포스 팀장은 "삼척 중앙시장은 과일, 야채, 수산물 위주여서 먹거리가 부족한 상황이었다"며 "상생스토어와 함께 청년몰을 만들어 시장의 경쟁력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한 "노브랜드 제품 70% 이상은 중소기업 제품"이라며 "대기업에서 전통시장까지 잡아먹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포함해서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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