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 전성시대…변화하는 소개팅 풍속도

손지혜

| 2019-10-15 17:30:42

만남도 거절도 '쿨'…사람대신 앱이 주선, 부담없는 연애경로
외모와 조건만 따져 진지한 관계 어려워…범죄 악용 우려도

# A 씨(여, 28세)는 잘 나온 사진 두 장을 데이팅 앱에 올리고 짧은 소개글을 썼다. "자기소개를 이렇게 이산가족 찾듯 쓰는건지는 모르겠지만 긍정 시너지를 낼 분을 찾습니다" 아는사람(직장 동료나 학교 선후배)을 앱에서 만나면 민망할까봐 A 씨는 '아는 사람 피하기' 기능을 이용했다. 5분 후 한 남성에게서 앱으로 메시지가 왔다. "저도 이산가족을 찾고있어요. 저랑 차 한잔 하실까요?" 남성의 프로필을 보니 키는 180cm에 얼굴은 호감형, 대기업 사원. A 씨가 메시지 수락하기를 누르자 남성의 전화번호가 떴다. 번호를 저장한 후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누다 남성이 서울권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거주지역이 너무 멀다는 이유로 데이트를 거절했다. 남성은 쿨하게 "넵. 좋은 하루 되세요!"라며 대화를 종료했다.

데이팅앱을 통해 만남을 시작하는 젊은 층들이 늘어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선 국내 데이팅 앱 시장 규모를 2000억 원으로 추산한다. 2~3년 내 5000억 원으로 2배 이상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30세대는 "주선자가 사람에서 앱으로 바뀌었을 뿐"이라며 소개팅 앱을 부담없는 연애 경로라고 평가한다. 소개팅의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 국내 데이팅 앱 시장 규모가 2000억 원 대로 추정될 만큼 데이팅 앱을 통해 연애를 시작하는 젊은 층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데이팅 앱들. [네이버 캡처]


기존 만남의 한계 넘어설 수 있어

"주변 지인들에게 받는 소개팅은 인력 풀에도 한계가 있거니와 주선자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불편하다" 소개팅 앱을 이용하는 B 씨(30세)는 앱을 통한 만남이 기존의 소개팅의 한계와 불편한 점을 없앤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객관화와 지표화를 앱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소개팅으로는 차마 주선자 때문에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선뜻 소개팅을 받지 않겠다고 말하기 힘든데, 앱을 통해서는 말을 걸지 않으면 그만이니 상호간에 얼굴 붉힐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데이팅 앱은 상대방의 외모, 사회적인 배경, 가치관 등을 최대한 빨리 알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를 설정해놓았다. 심지어 상대의 목소리까지 알 수 있는 앱도 있다. 이 덕분에 앱 이용자들은 자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따져보고 만남을 시작할 수 있다. 시작부터 선택의 오류가 줄어드는 것.

회사원 C 씨(26세)의 이상형 요소 중 하나는 목소리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소개팅 앱을 찾아보니 '애나'가 있었다. 그는 "애나는 다른 소개팅 앱들과 다르게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이상형을) 고를 수 있었다"며 "이상형을 찾을 때 목소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과 소개글 정도만 다루는 기존 소개팅 앱과 달리, 애나는 목소리로 직접 남겨진 인사말까지 들을 수 있다. 이 덕에 2017년에는 구글이 선정한 '2017 올해를 빛낸 혁신 앱'에 뽑히기도 했다.

이 뿐만 아니라 소개팅 앱은 학교나 직장처럼 좁은 집단 내에서 연애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줄여준다. D 씨(28세)는 "CC(캠퍼스커플)를 하거나 사내연애를 하면 이별 뒤에 여러 사람의 입에도 오르내리기 쉽고 가끔 마주치는 곤란한 상황까지 벌어진다"면서도 "하지만 앱은 만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니 그런 위험성이 덜하다"고 말했다.

▲ 데이팅 앱 '애나'에서는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고 이상형을 고를 수 있다. 아는 사람 만나지 않기 기능을 이용해 직장 동료나 학교 선후배와의 매칭도 피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캡처]

변해가는 소개팅 풍속도…가치관 변화 때문

기성세대에게는 연애와 결혼에 있어 '인간적 교류'가 가장 중요했다. 때문에 앱이 가지고 있는 인스턴트적이고 쉽사리 관계를 리셋할 수 있는 속성은 그간 남녀간의 관계에서 금기시 되기까지 했다. 결혼 후 배우자와 잘 맞지 않아도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참고 살아야 한다는 게 지상명령과도 같이 여겨졌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2030세대는 결혼이나 가정보다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다.

C 씨는 "솔직하게 만나보고 싫으면 삭제할 수 있는 관계가 어떤 의미에서는 만남의 진정성이 높아진게 아닌가"라면서 "결혼을 의무적인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을 미리 아는게 서로에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오의 데이트 앱 관계자는 "이성과의 만남 추세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바쁜 현대인들이 평일에는 야근이나 회식 등으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하루 또는 반나절의 시간을 내서 이성을 만나는 것은 부담스럽다"면서 "5~10분 정도의 시간만 있으면 이성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간편함과 연령이나 직군 등을 미리 알 수 있다는 점은 (오프라인 소개팅) 매칭 확률를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재산이나 직업등 조건을 다지면 '속물'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요즘 젊은세대는 성향이나 조건 등을 투명한 상태에서 시작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진지한 관계·안전성·소외감은 풀어야할 숙제

데이팅 앱 서비스 특성상 인스턴트 만남을 유발하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설문 결과(만 19~44세 남녀 1000명 대상), 77.8%가 "불건전한 목적으로 데이팅 앱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데이팅 앱으로 만나는 상대방이 신뢰가지 않을 것 같다는 비중도 63.1%에 달했다.

여성의 경우 안전성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취재에 응한 여성들은 앱을 통해 연락한 사람과 오프라인에서 만날 때 친구에게 "내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러 갈 건데, 혹시 몇 시까지 나한테서 연락이 없으면 신고해줘"라고 미리 부탁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C 씨는 "상대방이 만나는 내내 거북한 얘기를 해서 그만 일어나자고 했는데 5분만 더 얘기하고 가자며 팔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면서 "가니 마니 실랑이를 하느라 친구들에게 연락이 가지 않자 친구들이 계속해서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수십 통이 걸려 오니 상대방도 아차 싶어서 놓아주는 것 같더라"면서 당시 공포스러웠던 상황을 회상했다.

데이트앱의 공인 또는 검증의 위험성을 보완하는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B씨는 "블라인드앱(회사 정보 교환 앱)의 경우 회사 이메일로 인증을 하기 때문에 신원 보장이 분명하지만 소개팅앱들은 주로 명함으로 신원을 확인하기 때문에 거짓으로 명함을 만들면 걸러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앱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소외감이 심화된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데이팅 앱을 이용하는 사람들끼리는 잘 느끼지 못하겠지만 그 세계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낀다" 소개팅앱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조건이 안돼 승인이 거절된 F씨는 데이팅앱이 인싸(어느 커뮤니티에나 낄 수 있는 인기 많은 사람)의 벽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 그 벽 밖에 있는 사람들의 소외감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외모 평점을 매기거나 명문대·대기업 사용자만 가입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만연하다. '골드스푼'은 남성의 가입 조건으로 의료인·법조인·회계사·5급 이상 공무원 등 전문직 또는 연 소득 7000만 원 이상·수입 차량 보유·강남 3구 거주 등을 내세운다. '스카이피플'은 남성 회원에게 소위 스카이로 불리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 또는 의대, 치대, 약대 출신 등의 조건을 갖출 것을 요구한다. '아만다'에서는 여성 이용자들의 외모수준이 일정 점수를 넘지 못하면 앱에 가입하지 못한다.

▲ 데이팅 앱에서는 이성에게 외모를 평가받고 자신이 앱 내에서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까지도 알 수 있다. [스카이피플 캡처]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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