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좇는 트럼프…'토사구팽' 당한 쿠르드의 운명은?

임혜련

| 2019-10-11 21:25:28

트럼프의 '쿠르드 동맹' 배신…터키 군사공격에 사상자 속출
터키, 美 철군 발표 직후 군사공격 개시…시리아 공습

백악관이 시리아 북동부 지역의 미군 철수 계획을 밝히며 터키가 군사작전을 개시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동맹보다 '돈'을 택했다는 비난이 확산하고 있다.

이익을 앞세워 서방국가와 함께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 격퇴작전에 공을 세운 쿠르드 동맹을 내치며 외교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립주의' 내지 '불(不)개입 주의'로 대변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전면에 내세우며 중동 지역에는 또 다른 전운이 몰려오고 있다.

동맹 관계에서도 비용을 앞세우는 계산적인 인식은 이번 철군 발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확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우리의 '이익이 되는' 곳에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은 중동에서 전투와 치안 유지에 무려 8조달러(약 9600조원)를 썼다"면서 "중동에 개입한 건 우리 역사상 최악의 결정"이라고도 말하기도 했다.

▲ 지난 2018년 7월11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장에 도착해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 뉴시스]


"동맹보다 돈"…쿠르드족 울린 트럼프


미국의 시리아 철군은 충동적인 결정이 아니다.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시절부터 시리아 미군 철수를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시리아에서 발을 빼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보였다.

지난해 4월 발트 3국 정상들과 공동기자회견에서는 "17년 동안 중동에 최소 7조 달러를 쏟아부었다"며 "(시리아에서) 빠져나오고 싶다"고 발언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이 중동의 경찰이 되기를 원할까"라며 일방적으로 미군 철수를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린 시리아에서 IS를 격퇴했다. (IS가) 우리(미군)가 거기에 있던 유일한 이유였다"며 시리아 철군을 발표했지만, 영국·프랑스 등 동맹국은 물론 미국 정계 역시 철군에 반대 입장을 보이는 등 반발이 거셌다.

아울러 제임스 매티스 당시 국방장관이 이에 반발해 사임하고 브렛 맥거크 특사 역시 IS의 위협은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하며 조기 사퇴를 결정했다. 이처럼 후폭풍이 거세게 일자 결국 철군을 진척시키지 못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 사이 합의가 있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12월 17일 쿠르드 민병대인 인민수비대를 공격하겠다고 밝힌 다음날, 트럼프 행정부는 터키에 35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패트리엇-3 미사일 수출을 승인한 것이다. 미국이 무기 판매를 대가로 쿠르드족을 터키에 팔아넘겼다는 지적이 쏟아진 이유다.

▲ 터키와 시리아 접경 지역인 터키 산리우파주 악카칼레에서 10일 터키군의 공격으로 시리아 내 쿠르드족 거주 지역에서 치솟는 검은 연기가 보이고 있다. [AP 뉴시스]


미국과 함께 IS 맞서온 쿠르드…무너진 독립의 꿈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동맹국들의 불안감도 증폭시키고 있다. 이익을 위해 혈맹인 쿠르드를 배신했듯이 언제든 우방국가와의 동맹 관계를 끊어낼 수 있을 것이란 우려이다.

시리아민주군(SDF)은 시리아 내전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조직 IS에 대항하는 아랍인, 아시리아인, 아르메니아인, 쿠르드인 등의 민병대들이 뭉친 연합조직이다.

시리아민주군의 중심은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민병대로 미국의 지원 하에 IS 격퇴 지상전을 벌인 주축이다. 이 전쟁으로 약 1만 명이 넘는 쿠르드민병대 대원이 사망했다.

미국은 2011년부터 중동 최대 격전지인 시리아 내전에 IS 격퇴를 위해 참전했다. 2011년에는 시리아 반군을 지원하는 등 간접적으로 내전에 개입했고 2014년부터 IS 격퇴를 목표로 직접 공습에 나섰다.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엔 미군 2000여명을 파견해 SDF에 군사훈련을 지원했다.

쿠르드 지도자들은 서방 국가들과 함께 IS와 격퇴전을 벌인 대가로 시리아에서의 자치독립을 보장받기를 원했다. 반면 터키는 시리아 쿠르드족의 움직임이 자국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무장투쟁과 연계돼 있다며 쿠르드 세력에 대한 공격을 준비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철군을 결정하며 쿠르드족을 위험에 노출시킨 트럼프 대통령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국제사회는 IS 격퇴작전을 함께 수행했던 쿠르드 동맹을 버린 미국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고조된 것은 물론, 여당인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까지 나서서 철군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쿠르드족은 우리와 함께 싸웠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돈과 장비를 지급받았다"면서 "그들은 수십 년 동안 터키와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비난을 진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터키에 강력한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며 뒤늦은 경고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 "쿠르드족은 그들의 땅을 위해 싸우고 있다"며 "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우리를 돕지 않았다"는 망언을 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어 10일에도 비판 여론이 사그러들지 않자 중재안을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 군대 지원 △ 경제(금융) 제재 △ 터키-쿠르드 합의 중재 등 3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 10일(현지시간) 터키-시리아 국경지대의 악카칼레 지역 주민들이 터키군 폭격으로 시리아 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AP 뉴시스]

 
공습 피해 피난 행렬…사상자 속출

미군의 철수로 시리아에서 권력의 공백이 발생하면 가장 큰 희생자는 민간인이 된다. 쿠르드족과 무고한 민간인의 인명 피해는 벌써 현실화되고 있다.

터키가 공습과 포격을 이틀째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공격 첫날에만 최소 15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8명은 민간인으로 알려졌다.

이어 10일 에르도안 대통령은 '평화의 샘' 작전으로 반군 테러리스트 109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시리아민주군은 터키군의 공격으로 시리아 북동부에서 민간인 9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소식통을 인용, 쿠르드족 전사 29명과 민간인 1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공포에 질린 현지 주민 수만 명이 집을 떠나며 피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유엔인도주의조정국(UNOCHA)은 터키군의 공격으로 시리아 북동부 국경에서 약 7만 명의 주민이 마을을 떠났다고 추산했다.

국제구조위원회(IRC)는 터키군의 작전으로 30만명이 피란길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터키의 군사작전으로 8년째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에도 또 한 번 전운이 짙어졌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시리아내전이 발생한 지 만 8년이 되던 날인 올해 3월 15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시리아 내전 8년 동안 사망자가 37만 명을 넘었다고 보고했다.

KPI뉴스 /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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