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적대시정책 철회하는 실제적 조치 전 협상 의욕없어"

김당

| 2019-10-07 00:08:28

"美,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게 적대정책 철회해야…시한부는 올해 말"
北 외무성 대변인 담화로 ‘재반박’…"美, 국내정치 일정에 대화 도용하려"
'2주내 협상 재개' 가능성도 “사실과 전혀 무근거한 말”이라며 일축

북한은 6일 미국이 자신들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 조처를 하기 전에는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또한 "우리가 문제해결의 방도를 미국측에 명백히 제시한 것만큼 앞으로 조미 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 말까지"라고 못박았다. 

▲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권정근(왼쪽) 전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도열한 가운데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AP 뉴시스]

북한은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결렬로 끝난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6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내고 이 같은 입장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리 인민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전에는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고 강조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우리는 이미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과 인연이 없는 낡은 각본을 또다시 만지작거린다면 조미(북미) 사이의 거래는 그것으로 막을 내리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천명한 바 있다"고 환기했다.

 

북한의 '안전을 위협'하고 '생존권과 발전권을 저해'하는 조치를 철회하라는 것은 체제안전 보장과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완전하고도 되돌릴 수 없게 철회하기 위한 실제적인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는 요구는 사실상 미국의 '선(先)행동'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북미 정상이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항구적 평화체제, 완전한 비핵화의 3대 영역(의제) 가운데서 관계 정상화와 평화체제(불가침 체제보장) 논의를 배제한 채 비핵화 프로세스 중심으로 북미협상이 진행되어온 것에 불만을 피력해왔다.

 

또한 북한은 비핵화 프로세스 협상과 관련 하노이 북미수뇌회담 때 영변 핵시설 폐쇄를 '카드'로 내놓았는데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피력해 왔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번 스톡홀름 협상에 대해 "미국 측은 이번 협상에서 자기들은 새로운 보따리를 가지고 온 것이 없다는 식으로 저들의 기존 입장을 고집하였다"며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연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을 되풀이하였다"고 주장했다.

 

또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은 이번 협상을 위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으며 저들의 국내정치 일정에 조미 대화를 도용해 보려는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려 하였다"고 비난했다.

 

이는 연내 대선용 외교 성과에 목말라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상황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아프가니스탄 평화협정을 전격 중단시킴으로써 이제 '남은 것은 북한뿐'이라는 외교정책의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북측 협상 수석대표인 김명길 순회대사의 협상 결렬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 대응해 미 국무부가 대변인 명의로 반박 성명을 낸 것에 대해서도 "훌륭한 토의를 가지었다느니 하면서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또한 북한측의 협상 결렬 선언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 제기된 스웨덴을 중재로 한 '2주내 협상 재개' 가능성도 이렇게 일축했다.

  "미국이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두 주일후에 만날 의향이라고 사실과 전혀 무근거한 말을 내돌리고 있는데, 판문점수뇌상봉으로부터 99일이 지난 오늘까지 아무것도 고안해내지 못한 그들이 두 주일이라는 시간내에 우리의 기대와 전세계적 관심에 부응하는 대안을 가져올 리 만무하다."

 앞서 김명길 대사는 협상 결렬 직후 북한대사관 앞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결렬 이유는) 전적으로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한 데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김 대사의 회견 3시간여만에 성명을 내 "미국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으며 북한 카운터파트들과 좋은 논의를 가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스웨덴이 자국에서 2주 내에 북미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으로 초청을 했으며, 미측이 이를 수락한 뒤 북측에도 그 수락을 제안했다고도 공개했다.

 

하지만 대화 분위기를 유지하려는 미국의 이같은 입장에도 북한이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15시간여 만에 '재반박'에 나섬에 따라 북한이 말한 '새로운 계산법'에 따른 북미협상 재개는 한층 더 어려워진 것으로 보인다.

 

북미 양측이 추가 실무협상을 재개하더라도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3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에게는 4월 시정연설에서 스스로 설정해 놓은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고, 트럼프에게도 내년부터는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도 이를 감안해 "우리가 문제해결의 방도를 미국측에 명백히 제시한 것만큼 앞으로 조미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 말까지이다"라고 못박았다.

 

북미 실무협상이 장기화되어 연내에 3차 정상회담 날짜를 잡지 못하면 김정은의 시계는 미국 대선 이후로 맞춰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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