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홍남기-김수현은 다를 것…내년엔 ‘경제활력’에 집중”
김광호
| 2018-12-25 10:26:50
“한국경제, 낙수효과 아닌 ‘포용적 혁신성장’ 가야”
최근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불협화음 끝에 낙마하자, 이를 누구보다 안타까워한 정치인이 있다. 경제부총리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져 봤기에 ‘경제 투톱’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지낸 정치권의 ‘대표적인 경제통’ 김진표(71ㆍ경기 수원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현재 당의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으면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성공을 위해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18일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경제전문가답게 여당 의원으로서 현 정부의 경제 문제를 냉철하게 진단하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으로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해답도 갖고 있었다. 특히 지난 12일 열린 올해 마지막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 논의된 이야기를 소개하며, 2019년 문재인 정부가 나아갈 경제 방향에 대해 청사진을 제시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 얼마 전까지 경제사령탑이던 ‘김동연-장하성’ 체제에 대해 불협화음과 엇박자란 지적이 많았다. 김 의원께선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내셨을 때 청와대와의 관계에서 어떤 것을 중요시했으며, 또 관계는 어땠는가.
이번 사태에서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이 문재인 정부의 경우 이전 정권들과 달리 두 달 반의 인수위원회를 가질 수 없었던 점이다. 노무현 정부의 인수위 때는 내가 직접 전 부
처의 차관급 이상을 3배수로 추천하는 작업을 했고, 낙마자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인사(조각) 과정에서 야당이 줄기차게 공세를 취하고 문제만을 부각시키니까
자꾸 낙마자 생기고, 사람들이 (장관직을) 잘 안하려고 한다. 이런 인사과정의 문제점들이 경제팀의 엇박자에도 한몫을 했다고 본다.
사실 장하성 전 실장과 김동연 전 부총리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부총리로 취임하기 전부터 노무현 대통령과 두 달 반 동안 거의 매일 나라 걱정
하고 토론하면서 깊은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김동연 전 부총리는 대통령과 그런 관계를 맺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아무리 보궐선거라 해도 인수위 없이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는 것은 치명적인 제도적 결함이다.
요약하자면 김동연-장하성 사이에 불협화음이 비춰진 것은 불행한 일이고, 국가경영의 성공을 위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출범 초기 정부의 경제정책에서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청와대 정책실장은 당연히 한목소리를 내야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다고 생각한다.
- 결국 새로운 경제사령탑에 홍남기-김수현 체제가 출범했다. 기대 반 걱정 반의 시각이 많은데 이번 인사는 잘 되었다고 보는가.
이번 인사에 대해 걱정을 좀 덜하는 이유는 내가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장으로 임명된 뒤 국정운영 100대 과제 로드맵을 만들 때, 홍남기 부총리와 김수현 실장이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다.
취임 전에 공식적으로 함께 일해보지 않았던 김동연-장하성과 달리 홍남기-김수현은 100대 과제를 만들면서 함께 토론하고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를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인지 김수현 실장은 취임 직후 ‘경제 원톱은 홍남기 부총리’라고 교통정리를 하면서 지혜롭게 얘기한 바 있다.
- 올해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홍역을 치렀는데 어떤 점이 문제였고, 어떤 부분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 만든 개념이 아니다. 지난 2006년부터 IMF나 OECD는 ‘수출 대기업, 재벌 중심 성장정책은 한국에선 통하지 않는다’며 ‘이제는 낙
수효과가 아니라 포용적 혁신성장 전략으로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포용적 혁신성장 전략은 정부가 나서서 소득재 분배 정책을 취해 복지정책으로 확산하고 인력양성 정책을 통해 물적 자원뿐 아니라 인적 자본을 키워내는 것이다. 이를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선 수용하지 않았으나 문재인 정부 들어 뒤늦게라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경제의 수요면에서 보면, 소주성은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요약된다. 우리의 노동생산성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올랐으나 임금 수준은 OECD 국가 35개 나라 중 27위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이 차이를 메우지 않으면 안 된다.
소주성 정책의 성과는 최소 2, 3년은 걸린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 임금을 올려 생산성을 증대시키고, 생산성 증대로 소득이 증가해 소비와 투자가 늘고 그것이 다시 일자리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려면 두 바퀴는 돌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를 단시간에 강행하다 보니까 시행 초기 부작용과 문제점이 크게 나타난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인수위 준비기간이 있었다면 그때 속도와 부작용 방지 대책을 준비했겠지만, 그 과정 없이 가다 보니 부작용이 상당히 증폭됐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정기국회에서 예산안과 조세법을 통과시켜 내년 2월부터 제대로 시행되니까 이제 (소주성 정책의)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어떠한 외압에도 흔들리지 말고 일관성있게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 다만 부작용 방지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 하루빨리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 지난 16일 현 정부들어 첫 확대경제장관회의 열렸다. 문 대통령이 직접 ‘경제활력’을 언급하며 홍남기 장관과 부처에 여러 가지를 주문했는데 어떻게 봤는가?
대통령께서 잘하신 것이다. 이를 위해 앞서 지난 12일 올해 마지막 국가경제자문회의를 개최했다. 나는 그동안 우리 경제에 새해부터 큰 흐름을 바꿔야 하고, 경제 활력이 중요하다고 대통령께 주장해 왔다. 먼저 우리 경제는 기술혁신형 중소벤처 산업 육성을 핵심 전략,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우리 경제가 재벌 중심으로 오래 끌어서 장기 저성장,
양극화 심화 등 부작용이 발생했는데, 이를 반등시킬 수 있는 성장 동력이 바로 기술 혁신형 중소기업이라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 전 부처가 한목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 홍남기 부총리, 김수현 정책실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등에게 전화를 걸어 30분이상 설득했다.
이에 대한 관련 정책들을 12일 회의에서 논의 후 발표했고, 그 결과물이 이번에 대통령께서 언급한 ‘경제 활력’ 정책으로 나왔다.
- 지난 12일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 기술혁신창업 고도화 방안과 혁신성장을 위한 자본시장 활성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금융 혁신을 강조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우리 금융시장은 국민 돈을 끌어다가 비생산적 일에만 집중 투자해왔다. 주택시장에 돈이 몰리면서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 이 점이 바로 은행이 혁신돼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중소 벤처 창업 열풍을 다시 일으키려면 기업금융의 비중을 끌어올리고, 다양한 형태의 자본을 육성해줘야 한다. 쉽게 말해 ‘융자에서 투자’로의 금융 혁신을 일으켜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중소 벤처기업에게 지원되는 금융 지원 중에 대부분이 융자 형태로 투자는 사실상 거의 없다. 또한 개인까지 통틀어서 이런 모험 자본에 투자하는 금융투자가가 2000명이 채 안 된다. 반면 미국은 60%가 투자 형태로 다양한 모험 자본들이 형성돼 있다.
이래서는 중소벤처 창업을 일으킬 수 없고, 경제 활력을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금융 혁신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같은 내용들이 지난 12일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 논의됐으며, 지난 16일 확대경제장관회의때 발표한 핵심전략에도 들어가 있다.
- 의원께서는 올해 9월부터 `진짜 경제를 얘기하는 진표TV`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경제에 특화된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올해 진표TV에선 주로 어떤 내용 담았고 내년엔 어떤 주제를 다룰 계획인가?
올해는 추석 때부터 시작한 ‘진표TV’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였다. 경제에 대해 알기 쉽게 팩트로 알려줘 가짜뉴스의 범람을 막고, 국민들께 경제에 대한 자신감 회복해 주는 것이였다.
그래서 처음엔 부동산 정책이 발표되자 그 자세한 내용들을 진표TV에 다루기 시작했다. 그 뒤에는 왜 우리 경제에 성장 동력이 필요한가, 그 성장동력을 왜 중소기업벤처산업 육성과 금융혁신에서 찾아야 하는가에 대한 큰 골격을 전해왔다.
새해에는 현장에서 이런 것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며, 금융혁신의 구체적인 방향 및 바람직한 변화와 성공신화들을 소개해 주려 한다.
KPI뉴스 / 정리 임혜련 기자 ihr@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