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고준희·박한별, 위기에 대처하는 여배우의 자세

홍종선

| 2019-04-08 13:00:45

▲ 위기에 처한 배우들, 고준희·박한별·이미숙 [뉴시스]


그야말로 살얼음판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논란'에 연예인은 물론 방송가 역시 몸을 움츠리고 있다. 故장자연 사건 진상규명 및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일명 '지라시'(사설 정보지)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여배우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결국 당사자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의 배우 인생에 닥친 난관에 대응하고 있다. 위기에 대처하는 배우 이미숙, 고준희, 박한별의 자세를 돌아본다. 

 

▲ 배우 고준희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먼저 세 사람과 가운데 가장 빠른 결정을 했고, 해서 대중의 비판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고준희부터 살펴보자. 지난 1일 고준희는 출연을 조율 중이던 KBS2 드라마 '퍼퓸'에서 하차를 결정했다. 오래 검토했고 출연 확정에 가까웠던 작품이었으나 제작자 호가엔터테인먼트는 "제작사와 배우 고준희 측은 드라마 '퍼퓸'에 출연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합의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라며 고준희 하차를 공식화했다. 지난달 2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언급된 이른바 '승리 단톡방 여배우'가 단초였다. 일명 '비밀누나'로 불린 장본인이 고준희인지 아닌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고준희 본인은 절대적으로 부인하고 있고 제작사는 하차를 결정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빅뱅 전 멤버 승리가 지난 2015년 일본 사업가 접대를 위한 파티를 준비하며 가수 최종훈, 정준영 등이 포함된 SNS메신저 단체대화방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최종훈과 승리는 일본인 사업가를 접대할 연예인을 찾던 중 한 여배우를 지목하며 "XXX 뉴욕이란다" "여하튼 배우 X들은 쉬는 날 다 해외여"라며 빈정거렸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직후 파급력은 상당했다. 대중의 화살은 엉뚱한 데로 날아갔고 가해자 질책이 아닌 피해자 찾기가 가동됐다. 일부 누리꾼이 '뉴욕 간 누나'가 승리의 전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고준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고, 메신저로 도는 정보글에 고준희의 이름이 오르자 아직은 '지라시'임에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에 고준희는 지난달 27일 자신의 SNS에 악플을 다는 누리꾼들에게 "('뉴욕 간 누나'는 제가) 아니에요"라는 댓글을 남겼다. 소속사도 강력하게 부인했고, 드라마 '퍼퓸' 측도 하차설에 관해 "사실무근"이라며 캐스팅 마무리 단계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나흘 만에 이 모든 일이 뒤집어졌다. 고준희의 '퍼퓸' 하차가 보도됐다. 고준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참담하고 실망스럽다"고 비애감 넘치는 심경을 표함과 동시에 문제가 된 단체대화창 멤버들을 향해 "왜 가만히 있느냐"고 분노를 표했다. 단체대화방 멤버들은 여전히 말이 없다.

'드라마 하차' 자체가 '비밀누나=고준희'로 읽힐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괜히 하차 시켰겠어?"라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루머에 휘말렸다는 이유만으로 드라마에 불똥이 튈까봐 미리 선긋기를 하는 것은 아니냐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로 "고준희씨의 강경 법적대응 응원합니다. 꼭 법적대응 하시고 처벌할 사람은 선처하지 말고 처벌하세요. 제발 조사하고 법적대응 하시길 바랍니다"(아이디 tige****), "이건 뭐 마녀사냥도 아니고.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사람을 매도, 매장 시키려는 작태는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무대포로 비난하는 사람들 자중들 하세요. 내 여동생이나 누나라고 생각한다면 이리 할 수 없겠지요?"(아이디 lche****), "고준희 씨가 아니라고 인스타에 올렸어요. 그만들 좀 하세요"(아이디 mina****), "고준희가 뭐가 아쉬워서 성 접대를 합니까?"(아이디 jiwo****), "이렇게 또 한 명 매장 당하나?"(아이디 sung****) 등의 의견을 개진하며 고준희를 응원하는 이도 많다.

고준희의 호소글이 대중에게 공감을 얻은 결과다. 만일 고준희의 부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러한 공감은 더 큰 분노가 되어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현재 드라마 '퍼퓸'의 고준희 자리에는 고원희가 캐스팅 됐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겠으나 공교롭게도 계속해서 고준희가 생각날 수 있는 상황이다.

 

▲ 배우 이미숙 [싸이더스HQ 제공]


배우 이미숙은 지난 1일 방송된 MBN 예능 '오늘도 배우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하차가 아니다. 개인 사정으로 녹화를 쉬었다"고 설명했다. 보통 녹화가 방송보다 미리 진행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미 3월부터 이미숙의 고심이 시작된 셈이다. 아니 배우 장자연이 유명을 달리한 10년 전 3월부터 고심이 시작돼야 했다.

고심의 흔적은 그로부터 이틀 뒤인 지난 3일 보다 명확히 확인됐다. SBS 새 드라마 '시크릿 부티크' 캐스팅 제안을 받고 검토 중이던 이미숙은 출연을 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음을 알렸다. 소속사는 "출연이 무산됐다. 출연과 관련해 세부적 이견이 있었고, 출연을 논의하던 중 최종 고사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차를 당한 게 아니라 자진 고사했음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고사인지 강제 하차인지는 대중이 판단할 몫이다. 향후 '오늘도 배우다'에 계속 모습을 드러낼지 하차로 이어질지 두고 볼 일이다. 

같은 날, 故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오랜 시간 침묵해 온 이미숙은 "필요하다면 추가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검찰 진상조사단에 자진 출석해 비공개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 배경에는 10년을 두려움 속에서 증인으로 살고 이번에만 16차례 증언을 한 배우 윤지오의 실명을 동반한 증언 촉구, 그리고 유서로 둔갑된 장자연 문건 작성의 시작점에 배우 이미숙의 계약위반이 있었다는 디스패치의 심층보도가 압박으로 작용했을 확률이 높다.

이미숙이 검찰 조사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우리는 아직 알지 못 한다. 갑작스런 후배의 죽음, 그 직접적 원인을 이제라도 알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했는지 "나는 잘 모른다"는 과거 주장을 동어 반복했는지 알 수 없다. 윤지오의 바람대로 "이제라도 존경 받는 선배" 역할을 해 주었기를 바랄 뿐이다.

어렵게 다시 시작된 故장자연 사건의 진상규명. 2009년 배우 장자연이 소속됐던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이었던 이미숙은 매니저 유 씨가 독립해 새로이 문을 연 호야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는 과정에서 계약위반을 했다. 당시 일본 도피 중이던 소속사 김 대표와 결별하고자 했으나, 김 대표는 자신의 모든 지분을 올리브나인에 넘겼다며 이미숙이 남은 계약기간 1년을 올리브나인에 지킬 것을 주장했다. 이미숙은 어떻게든 계약종료를 원했고 김 대표와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자 김 대표의 비위를 적은 문건을 확보하게 되는데, 매니저 유 씨가 장자연과 함께 적은 문건이 그것이다. 배우 장자연 사후, 해당 문건은 '장자연 리스트'라는 대형 사건으로 불거졌고 결과적으로는 이 문건이 이미숙의 소송에 사용된 정황이 별도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유 씨의 재판 과정에서 상당 부분 드러난 바 있다.

여기서 분명히 할 것은 배우 장자연의 문건 작성과 극단적 선택 사이에 누구와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 과연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아직 모른다는 것이고, 진상조사단이 이번에 반드시 밝혀야 할 핵심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배우 이미숙에게 원하는 것도 장자연 배우의 죽음에 책임을 지라는 일방적 요구가 아니고, 아직도 미궁 속인 갑작스런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는 작업을 첫 단추였던 이미숙의 계약위반과 문건 작성부터 '이제라도' 책임감 있게 시작해 보자는 것이다.

대중의 의견도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하길. 지금도 못 하면 이젠 정말 용서가 안 된다"(아이디 lshv****), "당신이 연예계 선배이고 어른이라면 진솔하게 밝히는 게 맞다고 봐요"(아이디 eric****), "대중의 사랑을 평생 받았으니 이제 보답하며 사세요"(아이디 eagl****)라며 질책성 진실 촉구를 하는 이가 많다. "욕하지 마라. 지금이라도 용기 낸 게 잘한 거지. 솔직하게 연예계 생활 끝날 수도 있는데. 지금이라도 응원해 주자"(아이디 njh1****), "용기 내 나온 자에게 돌 던지지 마세요. 지금이라도 진실을 말해 주세요"(아이디 myda****) 등과 같이 10년의 침묵을 깬 이미숙에게 응원을 건네는 사람들도 있다.

 

▲ 배우 박한별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제공]

위기에 처한 대중 연예인을 바라보는 대중의 성숙해진 태도가 눈길을 끄는 가운데, 대중의 싸늘한 눈총을 피할 길 없는 이도 있다. 바로 배우 박한별이다. 박한별이 비난을 한 몸에 받는 이유는 '버닝썬 사건'이 '버닝썬 게이트'로 커가는 상황 속에서 보인 단계별 대응이 대중의 신뢰를 얻기보다는 배신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배우 박한별의 남편인 유 씨가 승리의 사업 파트너인 유리홀딩스 공동대표이자 문제의 단체대화방 멤버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박한별은 1차 잘못을 했다. 박한별의 소속사는 "승리와 친분이 있는 것도 사업 파트너인 것도 맞지만 버닝썬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또 "남편의 사업이고 남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는 것이 박한별 측의 입장이었다.

출연 중인 MBC 드라마 '슬플 때 사랑한다'에서의 하차를 바라는 대중에게 "끝까지 마무리 짓겠다"면서 "드라마를 잘 마무리한 후 제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운운했다.

박한별과 소속사의 입장 발표는 곧 거짓으로 드러났다. 남편 유 씨는 버닝썬과 무관하지 않았고, 박한별 자신이 단체대화방 내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리던 윤 총경과 함께 직접 골프 회동을 가진 사실이 드러났다. 대중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드라마 하차 요구의 목소리 역시 더욱 커졌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하차한 고준희, 드라마를 고사한 이미숙과 달리 박한별은 버티고 있다. 다시금 잘못을 반복하고 있다. 대중의 소리에 귀를 막는 형국이다.

"낯짝 두껍다. 나 같으면 정말 창피하고 절망스러워서 하차했을 거다. 그런데 버티는 걸 보니 믿을 만한 누군가가 있는 걸까?"(아이디 stea****), "비호감 됐다. 이제 기사든 뭐든 보기 싫다"(아이디 yyy9****), "점점 미운털 박힌다"(아이디 kysv****), "솔직히 하차하는 게 맞는 것 같다"(아이디 kjhk****)와 같이 계속적 드라마 출연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대중 연예인, 그것도 배우로서, 더욱이 여자 배우로서 산다는 것이 쉬운 길은 아니다. 내가 피해자라고 생각하거나 내가 가해자는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아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고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하여 아직은 죄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더라도 대중 배우와 대중 연예인은 그것을 주장하기에 앞서 대중의 뜻을 살펴야 한다. 지금이 아니고 내일을 생각한다면 대중이 뭐라 말하든 듣지 않고 내 입장만 고집해선 곤란하다. 대중이 믿어 주고 대중이 사랑해야 존재가 가능한 직업이다. 동시에 대중은 웬만해선 연예인의 잘못을 영원히 새기지 않는다. 측은지심이 발동하고 호감이 회복되면 다시 큰 사랑을 준다. 눈앞의 이익보다 장기적 살길을 생각한다면 이미숙과 고준희, 박한별에게도 해법은 있다.

 

K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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