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중장년'…주민이 나서 '고립' 막는다
오다인
| 2019-06-25 09:55:21
60대 男 "외로웠는데 이웃 관심 고마워"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고독(孤獨)은 인간의 숙명이지만 고립(孤立)은 사회의 문제다. 1인 가구가 많아질수록 고립되는 이들도 늘고 있다. 1인 가구는 현재 전체 가구의 30%에 육박한다. 2017년 기준 28.6%로 매년 오름세다. 4명 중 1명 이상은 혼자 사는 셈이다. 그런데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 문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가치와 명분에 덮여 은폐된다.
이런 문제는 중장년층에서 두드러진다. 만 40세에서 64세에 이르는 중장년은 고립 위기에 놓여도 자신의 곤란함을 다른 사람과 쉽게 공유하지 못한다. 소통이 어려우니 누군가와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기도 어렵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1인 가구 현황 및 특성'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45세 이상의 비율은 남성과 여성에서 모두 증가하는 추세다. 사별에 의한 1인 가구 비율은 줄고 이혼에 의한 비율은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중앙자살예방센터가 이달 11일 발표한 '2019 자살예방백서'를 보면 2017년 자살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연령대는 50대(2568명)였다.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살률이 높아지는 양상인데 50대는 60대보다 약간 더 높은 자살률을 기록했다고 백서는 지적했다.
중장년 1인 가구가 늘면서 이들의 사회적 고립을 막는 주민들의 노력도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2동 사례가 대표적이다. 성산2동은 2001년부터 주민 조직화가 추진돼 온 곳이다. 공공 행정과 민간 복지서비스가 닿지 않는 사각지대를 발견하기 위해 2017년 말부터 사회적 고립 예방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2018년부터는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부터 사업 지원도 받고 있다.
"이 세상에 나 혼자다"
사회적 고립에 직면한 중장년의 사례를 보자. 성산2동주민센터에서 지원한 경우다. 남성 A 씨는 부모가 모두 사망했고 하나뿐인 동생은 수년 전 다툰 이후로 연락을 끊었다. 배우자와 이혼한 후 자녀들과 소통도 끊겼다.
생계를 위해 막노동을 포함한 "돈 되는 일은 다" 했다. 당뇨로 인해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생계유지에 바빠 치료도 못 했다. 식사는 밥과 김치가 전부다. 40만 원이 조금 넘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얼마 안 되는 벌이로 자신에게 닥친 문제들을 해결해보려고 했다.
역부족이었다. A 씨는 감당할 수 없는 의료비로 인해 삶을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 수개월째 관리비도 내지 못한 상황이 되자 주민센터에 "살고 싶지 않다"는 취지의 전화를 했다. A 씨는 전화를 받은 직원이 "도와줄 사람이 없느냐"고 묻자 "잘 나갈 때는 주변에 사람도 있었지만, 이제 한 명도 없다. 이 세상에 나 혼자다"고 토로했다.
지역 사업을 통한 생계·건강·정서 지원
주민센터는 우선 저소득층 위기 대응을 위한 특별 생계지원비로 A 씨의 관리비 체납분을 해결했다. 또 마포구에서 운영하는 '더-이음' 서비스를 통해 A 씨가 건강 지원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더-이음'은 마포구청과 마포의료협동조합이 협력해 만든 프로젝트로, 중장년층 1인 가구에 보건·복지·돌봄 등 건강관리를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서비스다.
정서적 지원을 위해 주민 모임 참여도 독려했다. A 씨는 처음에는 "건강이 좋아지면 참여하겠다"면서 완곡히 거절했지만, 주민센터 직원이 한 달 뒤 다시 참여를 권유하자 승낙했다. 이후 A 씨는 "모임에 자주 나가고 있는데 만족도가 크다"면서 "처음에 참여를 고민했던 것조차 후회된다"고 말했다.
A 씨가 거주하는 지역의 통장을 통해 반찬 배달 서비스도 제공했다. A 씨는 통장이 처음 찾아왔을 때는 "문 앞에 걸어만 두고 가라"고 했다가 반찬 배달이 계속될수록 문을 조금 열어 직접 받고, 나중에는 안부 확인까지 하는 관계로 발전했다. 해당 통장은 "A 씨가 처음과 달리 눈빛을 비롯해 모든 것이 달라져서 기쁘다"고 말했다. A 씨는 주민센터 측에 "도움을 준 모든 사람에게 고맙다. 앞으로 활기차게 생활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밝혔다.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주민 조직'
성산종합사회복지관(성산복지관)이 추진해 온 주민 조직화 사업은 사회복지사가 취약계층 주민을 돌보는 시혜적 성격의 사업이 아니라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자연스러운 관계망 형성을 목표로 한다.
박미자(61) 씨와 박미나(50) 씨는 2017년 10월부터 중장년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민 모임에 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다. 박미자 씨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주민을 발견해내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골목과 정자에서 마주치는 주민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한 분씩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임에 초대해 처음 만날 때는 서먹서먹하지만 끝날 때는 '내일 또 하면 안 되나'는 후기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박미나 씨도 "처음 만나면 '어디라고요?', '누구라고요?'라며 경계하는 표정이 역력하지만 만나는 횟수가 늘고 대화가 늘수록 표정이 점점 밝아지는 것을 느낀다"면서 "우리 주민들도 단지 어려운 이웃에게 선행을 베푸는 게 아니라 고독을 남의 일이 아닌 내 일로 생각하기 때문에 활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성산복지관 측은 이 사업으로 인한 중장년 1인 가구의 긍정적 변화 사례 중 하나로 60대 남성 주민의 후기를 전했다. "혼자 살면서 아는 사람도 별로 없고 많이 외로웠는데 이렇게 동네 이웃이 관심을 주니 정말 고마워. 종종 초대해서 이웃들과 게임도 하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도 좋아. 내가 후원을 해서라도 이런 시간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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