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보선 현장르포] 통영·고성, 창원 성산 '뿔난 민심'의 향방은?

김광호

| 2019-04-01 10:52:41

통영·고성, 민주 양문석 vs 한국 정점식 "내가 조선업 살릴 적임자"
창원 성산, 민주·정의 단일화후보 여영국 vs 한국당 강기윤 '양강'
두 선거구 모두 '2강 체제'…보수-진보 대결 승리 위해 여야 총력전

"먹고 살기 힘들어가 더는 몬살겠다. 누구든 경제 살릴 후보를 뽑아야 되지 않겠나?"

 

4·3보궐선거의 키워드는 단연 '경제'다. 조선업의 불황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경남 통영·고성이나 제조업이 부진에 빠진 창원 성산은 최근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이에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경제난을 해결할 적임자임을 강조하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PK(부산·경남)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 여야는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여야 각 당의 대표들과 원내대표들까지 후보 지원유세에 나서며 세몰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정점식 후보의 출마(통영고성)와 민주·정의 후보 단일화(창원 성산)가 막판 변수로 떠오르며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이다. 이에 본지는 두 선거구 후보들의 유세현장을 찾아 민심을 청취했다.

▲ 3월 25일 오후 경남 고성군 문화체육센터에서 4·3 국회의원 보궐선거 통영고성 후보자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박청정 대한애국당 후보,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후보. [문재원 기자]


'황교안 오른팔' 정점식 vs '통영 토박이' 양문석…박빙의 승부 

 

지난달 25일 찾은 통영·고성 분위기는 '의외의 박빙'이었다. 당초 한국당의 '절대 우세'가 점쳐졌지만 막상 한국당이 정점식 후보를 낙점하면서 판세가 바뀌었다. 정 후보는 '황 대표의 오른팔'로 통할 만큼 최측근으로 알려졌지만, 이 지역에서 지지기반이 얕은 것이 단점이다.


통영 시내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황씨(64)는 "정 후보는 통영 주민들 입장에선 '갑자기 튀어나온 인물'"이라면서 "정 후보 이전에 서필언씨가 오랜 시간 기반을 닦아왔는데 정 후보가 갑자기 치고 들어온 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도 점치기 어려운 상태다. 양 후보가 통영에서 나고 자랐으며, 모친이 오랜 시간 통영시장에서 일했던 만큼 양 후보의 지역 인지도나 주민 친화도는 정 후보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통영·고성은 보수 색채가 짙은 데다가 심각한 경제난 탓에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해 회의적인 민심이 약점으로 꼽힌다.


지난달 25일 고성청년회의소 주관으로 열린 후보 토론회에는 고성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민주당 양문석, 한국당 정점식, 대한애국당 박청정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이날 토론회에서는 양자 대결 구도를 펼치고 있는 양문석 후보와 정점식 후보가 서로를 견제하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두 후보는 지역의 최대 현안인 성동조선 문제와 KTX 역사(驛舍) 문제, 예산 확보 문제 등으로 날을 세우며 격론을 벌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 후보가 모두발언 말미에 양 후보를 겨냥한 듯 "말꾼으로는 안된다. 능력 있는 큰 일꾼이 필요하다"고 발언하자, 곧바로 양 후보는 "잘하면 선동 잘하는 말꾼이 될 것 같고 못하면 일꾼이 되냐"고 맞받아쳤다.


두 후보의 설전은 곧 이어진 상호 공약검증에서 이어졌다. 성동조선 문제에 대한 질문에서 양 후보는 정 후보를 향해 "안정덕포 산단에 수소에너지 4차산업 등을 유치할 것이라고 했는데 산단은 처음부터 사용목적이 정해져 있다는 것을 모르시냐"며 "이같은 공약은 사업자의 계획과도 맞지 않고 취재와 조사가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안정덕포 산단은 사업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라며 "안정공단에 대한 미래의 설계"라고 답했다.


지역 주민들의 주요 관심사인 일자리 대책에 대해서도 두 후보는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양 후보는 "정 후보의 공보물엔 성동조선을 다시 살리겠다고 나와 있다"며 "성동조선은 이미 정부에서 공적자금 투입돼 회생불능 판정을 받았는데 성동조선을 어떻게 살릴 수 있겠느냐"고 따졌다. 

 

그러자 정 후보는 "성동조선소 법인을 부활시키겠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며 "상징으로서의 성동조선과 조선업의 부활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 후보의 설전 속에 대한애국당 박청정 후보는 자신이 청렴한 해양수산 전문가임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토론회를 지켜본 주민들은 정점식 후보와 양문석 후보가 서로 비방과 비난을 계속하자 박수를 치거나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교사리 주민 구씨(60)는 "성동조선 사태 등으로 인해 조선업이 몰락했고, 관광객까지 급감하면서 지역 경제가 굉장히 어려워졌다"면서 "누구든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월 25일 오후 경남 통영시 봉평사거리에서 정점식(왼쪽) 한국당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고성에서 토론회를 마친 후보들은 통영으로 넘어가 유권자 표심 잡기에 주력했다. 특히 정점식 후보는 통영 봉평사거리 유세에서 황교안 대표와 김순례 최고위원, 정갑윤 국회의원 등과 함께 총력전에 나섰다. 


창원에 원룸을 얻어 두 선거구의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황 대표는 이날 주민들을 향해 "조금전 서호시장에서 소상공인 10여명을 만났는데 시장이 다 죽어가고 있다고 야단"이라며 "이 정부는 검증되지 않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베네수엘라처럼 끌고 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갑윤 의원도 "청년실업이 늘어나고, 기업들이 도산하고, 외교안보가 백척간두에 처했는데 이 정권은 반성할 줄 모르고 있다"면서 "이 정부가 정신을 차리도록 이번 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가 이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도 앞서 23일 홍영표 원내대표 및 우원식, 제윤경, 권칠승, 윤일규, 서삼석, 민홍철 등 현직의원 10여 명이 동시에 통영으로 내려와 양 후보를 뒷받침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통영 중앙시장 유세를 통해 "양 후보가 당선될 경우, 통영·고성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올해 정기국회에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 위원을 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여야의 선거전이 점차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유권자들의 표심도 갈리고 있다. 통영 북신시장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5)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민주당보다는 한국당 쪽으로 표심이 기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인근 조선소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최모(45)씨의 경우 "통영이 보수층 결집 지역이라는 것은 예단"이라면서 "김경수 경남지사와 통영시장이 민주당 소속인 데다가 시의원도 반 수가 민주당이다. 현 시장에 대한 평판도 좋은 편이라 양 후보가 불리할 것이 없다"고 전했다.

황교안과 고(故) 노회찬의 대리전 창원 성산…민주·정의 단일화 막판 변수

"단일화 성공으로 진보-보수간 '진검 승부'가 성사됐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지역구였던 창원 성산은 최대 변수였던 범여권의 단일화가 지난 25일 일단락됐다. 이에 따라 민주당 권민호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후보 가운데 여영국 후보가 민주·정의 단일화 후보로 결정했다.


지난 선거에서도 단일화에 성공한 18대(권영길), 20대(노회찬)에서 범여권이 승리한 반면, 단일화에 실패한 19대(강기윤)에선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이 의석을 가져갔다. 이번에도 최근까지 한국당 강기윤 후보가 다소 앞서는 듯했던 선거 판세가 민주·정의당의 단일화로 다시 미궁 속에 빠졌다. 


창원 성산은 LG전자, STX중공업, 두산중공업 등 굵직한 대기업 공장이 몰려있는 경남권 최대 공업단지로 유권자 중 노동자들이 많다. 이 때문에 노동자, 근로자들의 표심이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선거구다.

 

▲ 심상정 정의당 의원(왼쪽)이 3월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법원사거리에서 여영국 민주·정의 단일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26일 창원 성산은 이른 새벽부터 아침을 깨우는 후보들의 목소리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전날 단일화에 성공한 여영국 후보 측은 이정미 대표부터 심상정 의원까지 동원하며 성산구를 누볐다. 


먼저 유세활동을 시작한 이정미 대표는 새벽 6시반에 유세차에 올라 출근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전날 저녁에 단일화가 결정된 여영국 후보도 아침부터 잇따라 잡힌 방송국의 전화인터뷰 일정을 소화한 뒤, 효성 창원공장 농성장과 민주노총 경남도당을 찾아 노조 표심 잡기에 집중했다. 이후 여 후보는 심상정 의원과 함께 점심 시간에 맞춰 법원사거리에서 예정된 유세일정을 돌면서 주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노회찬 의원이 생전에 '여영국과 나는 쌍둥이'라고 말할 정도로 각별한 관계였다는 여 후보는 "노 의원이 못다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나왔다"며 "상주 된 마음으로 아픈 선거를 치르고 있는데, 반드시 승리해 노회찬 의원을 탈상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법원사거리에서 만난 박모씨(53세)는 "진정으로 노동자의 눈물을 닦아주고 서민의 손을 잡아줬던 노회찬"이라며 "그 빈자리를 노회찬의 정신을 부활시키겠다는 여영국 후보로 채우는 게 맞다"고 여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가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 반송시장에서 거리유세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국당은 강기윤 후보가 선거운동원을 대동하지 않은 채 시장과 아파트 단지를 걸어다니면서 자영업자·노인층 표심을 공략하는 가운데 황교안 대표가 전면에 나서 지원하고 있다.  

 

이날도 오전에 황 대표가 상남시장을 찾아 소상공인들과 정책간담회를 가진 것과 별도로 강 후보는 뚜벅이 유세를 이어갔다. 오후 들어 반송시장을 찾은 강 후보는 상인들과 손님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명함을 건넸다. 유권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강 후보는 기자와 만나 "누구 때문에 안 해도 될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것인데, 정의당은 후보를 내지 않고 자숙하고 반성해야 한다"며 "야당이면 실정을 하는 정부를 비판해야 하는데 되레 정부 여당과 손잡았다. '야합 중의 야합'"이라고 비난했다.


반송시장에서 귀금속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장씨(63세)는 "현 정부에는 최저임금이 가장 치명타다. 인건비와 재료비를 감당 못해 폐업하는 가게가 너무 많다"고 불만을 나타낸 뒤 "또한 정부가 원전을 중단시켜서 주민들 수천 명이 길거리에 내몰리게 생겼다. 지역 분위기가 아주 안 좋다"고 전했다.


창원 성산은 양강 구도 속에 이재환 바른미래당·손석형 민중당 후보도 단일화를 비난하며 존재감을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날 오전 출근길 유세에서는 공교롭게도 이 후보와 손 후보가 같은 시각 LG전자 사거리에서 서로를 마주 본 채 선거운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왼쪽)가 3월 26일 오전 경남 창원시SK테크노파크 인근에서 이재환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손학규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이 후보는 이날도 손 대표와 함께 출근하는 시민들을 만나 "저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에서 자유롭다"며 "더 이상 제 친구들과 가족이 떠나가지 않는 창원을 만들기 위해 오직 창원 시민들만 보고 나가겠다"고 호소했다. 

 

손석형 민중당 후보 또한 "20년 진보정치에 몸담은 자신에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면서 "노동자와 국민 위하는 진짜 정치를 위해 진보 가치를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각종 여론조사서 창원성산-여영국, 통영·고성-정점식 후보 '우세 속 혼전' 


1일 현재 각종 여론조사 결과 창원성산에선 정의당이 민주당과의 후보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반면, 통영·고성에선 한국당 정점식 후보가 민주당 양문석 후보를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BC경남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6∼27일 창원성산 유권자 50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44.8%의 지지율로, 한국당 강기윤(35.7%) 후보를 10%포인트(P) 가까이 앞섰다. 다만 '적극 투표층'에서는 여영국(45.3%) 강기윤(39.5%) 후보의 격차가 5.8%P 이내로 좁아졌다. 

 

이 기관의 통영·고성 조사(511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3%포인트)에선 한국당 정점식 후보 57.2%로 1위를 차지했으며, 민주당 양문석 후보(29.7%), 대한애국당 박청정 후보(5.3%) 순이였다. 


또한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단일화 직후인 지난 25∼26일 창원성산 성인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7% 포인트)에서는 여영국(41.3%) 후보가 강기윤(28.5%) 후보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었다.

 

통영·고성(지난 24~25일, 7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7% 포인트)에선 양문석(31.2%) 후보가 정점식(38.2%) 후보를 바짝 추격한 결과가 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여기에 지난달 29~30일 실시된 사전투표율도 변수다. 창원성산(14.5%)과 통영(14.7%) 고성(15.5%)의 사전투표율은 한국당이 두 지역에서 1승1패를 기록한 20대 총선보다는 높고, 민주당이 승리한 지난해 지방선거보다는 낮게 집계됐다. 20대 총선에선 창원성산 13.9%, 통영 8.8%, 고성 9.5%의 사전투표율을 기록했고,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창원성산 21.9%, 통영 24.3%, 고성 31.5%였다.

 

4·3보궐 선거는 비록 두 석에 불과한 '미니선거'이지만 PK 민심과 향후 총선 구도에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여야 지도부는 이번 선거에 명운을 걸고 있다. 이에 선거 결과에 따라 진보-보수는 물론 여야의 희비가 크게 엇갈릴 전망이다. 과연 이번 보궐 선거에서는 어느 후보가 금배지를 차지하게 될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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