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조국 청문회도 안했는데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이라고?
김당
| 2019-09-03 22:00:04
인사청문회법(제6조)에는 대통령이 '송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
'재송부 요청'은 '암묵적 관행'이란 이름의 청와대·여당의 꼼수?
거의 모든 매체들이 3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에 따른 것이다.
윤 수석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오늘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등 인사청문 대상자 6명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의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며 "문 대통령은 오는 6일까지 보고서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강기정 정무수석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법이 정하는 절차여서 문 대통령이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수석은 이어 "결국은 오늘을 포함해서 며칠을 (송부 시한으로) 줄지 모르겠지만 재송부 시한을 정해 대통령이 국회에 통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연합뉴스 같은 국가기간통신사와 YTN 같은 뉴스전문 채널, 그리고 공영방송까지 거의 모든 언론이 청와대 관련 수석들이 발표한 대로 "문 대통령이 6일까지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재송부'라는 용어는 법령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는 틀린 표현이다.
우선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하게 돼 있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합의한 인사청문회 일정은 9월 2~3일(이틀)이었다.
그런데 조국 후보자는 '사실상 무산'을 구실로 2일 12시경 더불어민주당에 요청해 오후 3시에 '무제한 기자간담회'를 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청문회와 관련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후보자가 나서서 '사실상 무산'을 선언한 것이다.
민주당은 기자간담회가 인사청문회를 대신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청문회의 '사실상 무산'을 구실로 청와대가 임명을 강행하려는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었다.
청와대, 청문보고서 송부 요청 전자결재 해놓고 '부득불 나흘'?
실제로 청와대는 3일 오전 강기정 수석이 방송에 출연해 "재송부 시한을 정해 대통령이 국회에 통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슬며시 운을 떼었다.
이어 오후에는 윤도한 수석이 "오늘 대통령이 6일까지 인사청문보고서의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해외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도 전자결재를 한 것이다.
그러면서 윤 수석은 대통령이 국회에 청문보고서 송부를 요청하는 시한이 10일 이내(9월 12일)까지인데 6일로 정한 것에 대해 "대통령 귀국날짜가 6일이어서 그때 최종결정을 하기 위해 (송부 요청시한이) 부득불 나흘이 되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야가 증인 신청에 합의하지 못한 가운데 청문보고서 송부일을 나흘 뒤로 잡은 것은 사실상 청문회를 하고 싶은 의향이 없음을 의미했다. 증인 신청에 필요한 최소 시한이 닷새인데 청와대가 청문보고서 송부일을 나흘 뒤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청와대는 청문보고서 송부일을 '부득불 나흘'이 아니라 '일부러 나흘'로 잡은 것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인사청문회법(제6조)에 따르면, 국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그 심사나 인사청문을 마쳐야 한다. 인사청문회법상 조국 후보자의 경우 9월 2일까지이지만 국회는 여야 합의로 3일까지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인사청문회법(제6조)에는 "부득이하게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지 못하여 국회가 인사청문보고서를 송부하지 못한 경우에는 대통령이 그다음 날부터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인사청문보고서를 송부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따라서 대통령은 국회가 부득이하게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마치지 못한 날(9월 2일)로부터 10일 이내, 즉 9월 12일(추석 전날)까지 날짜를 정해 '인사청문회 재요청' 또는 '청문보고서 송부 요청'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럼에도 대통령과 청와대가 법에 정한 최장 시한인 9월 12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6일로 송부 시한을 정한 것은 가능한 한 속전속결로 임명을 강행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6일까지 청문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청문보고서가 없어도 곧바로 임명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내심 인사청문회를 하고 싶지 않은 청와대는 말할 것도 없고, 언론들까지도 인사청문회법에도 없는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다른 국무위원 후보자들과 달리, 조국 후보자는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실시되지도 않았거니와 심지어 인사청문 실시계획서조차 채택되지 않았다. 이런 형편에 '재송부 요청'은 우물에 가서 숭늉 찾는 격이다.
당연히 국회가 청문경과보고서를 대통령에게 송부한 적도 없거니와, 대통령이 이를 검토해 수정을 요청한 적이 없다. 따라서 조국 후보자와 관련, 현단계에서 대통령이 국회에 할 수 있는 것은 '인사청문회 재요청' 또는 '청문보고서 송부 요청'이지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은 아닌 것이다.
이와 관련 김만흠 박사(정치학·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는 "인사청문법(제6조 임명동의안 회부)에는 '송부 요청'이라고 돼 있지 '재송부 요청'이라는 용어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김 박사는 "정치권과 언론이 '재송부'를 가결 법률안을 거부하며 재의 요구하는 것과 혼돈해 쓰고 있는 것 같다"며 "'인사청문회 재요청' 또는 '청문보고서 송부 요청'이 정확한 표현이고, 설령 정치권과 언론의 그릇된 관행을 암묵적으로 양해한다고 해도 '청문보고서 송부를 재요청'이라고 쓰는 정도일 것"이라고 밝혔다.
흔히 '어 다르고, 아 다르다'고 말한다. 특히 여야의 입장이 상충되는 가운데 법률상의 용어는 더 엄격히 사용해야 한다. 인사청문보고서 '송부 요청'이 법률상의 정확한 표현인데, 정치권과 언론이 '재송부 요청'이라고 쓰는 것은ㅡ대통령과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를 성사시키기 위해 애쓰는데 국회가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실제와는 전혀 다른 메시지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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