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복의 타박타박 지구촌] 산행 뒤 계곡 온천욕…'힐링' 여행 참맛

UPI뉴스

| 2019-05-26 12:27:46

코스타리카 '아레날·포아스' 화산

우리는 일상에 지쳤을 때 여행을 꿈꾸곤 한다. 그냥 떨치고 나서면 다 괜찮아질 것 같아서다. 그러나 세상 일이 마음 먹었다고 다 할 수 있던가.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여러 곳을 다녔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여행지에 대한 기억을 펼쳐놓으려 한다. 새삼스런 설렘에 나 자신 다시 길 위로 나설지도 모르겠다.


코스타리카는 국토 중앙에 남북으로 길게 뻗은 산맥이 고원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곳에는 높은 산이 여럿 있는데 화산으로 알려진 것은 14개 정도이고, 그 중 6개는 최근 75년 동안 폭발한 적이 있는 활화산이다. 가장 높은 것은 이라수(Irazú) 화산으로 3432m이다. 코스타리카 정부는 여러 곳의 화산지대를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바다와 운무림과는 또 다른 자연을 찾는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 아레날 호수에서 바라본 아레날 화산 [셔터스톡]


라 포르투나…아레날 화산과 온천으로 유명


몬테베르데에서 아레날(Arenal) 화산 국립공원으로 가려면 먼저 라 포르투나(La Fortuna)로 가야 한다. 원래 조용한 농촌 마을이었던 이곳은 아레날 화산을 품고 있는 덕분에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 1968년 화산이 폭발한 뒤 흐르는 용암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특히 화산의 용암이 시냇물과 지하수를 데워 자연적으로 형성된 온천이 계곡 곳곳에 펼쳐져 있어 매력을 더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세계 5대 온천으로 꼽히고 있는 타바콘으로 아레날 화산 기슭에 자연 온천장이 10여 개 널려 있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따뜻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 가격은 하루 입장권에 식사가 따르는 것도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으나 그다지 싼 편은 아니다. 발디 온천은 규모는 좀 작지만 테마파크처럼 미끄럼틀 등 놀이기구도 갖추고 있어 좀더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수도 산호세에서 그다지 멀지 않아 이곳 사람들도 하루 일정으로 자주 다녀가는 곳이다. 


몬테베르데를 찾기 위해 묵었던 산타 엘레나에서 라 포르투나로 가는 길도 흥미롭다. 버스를 타고 먼저 아레날 호수로 향한다. 그곳에서 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이동한 뒤 다시 버스로 옮겨 타는 것이다. 이 경로는 육로로 이동할 때보다 시간이 절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아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 또 배를 타고 가는 동안 호수 주변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은 뜻하지 않은 즐거움을 선사한다. 


호수는 바다나 들판에도 있지만 어쩐지 계곡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자연스럽다. 물살을 가르며 배가 나아가면 산기슭 곳곳으로 뻗어있는 물줄기가 과연 그곳으로 흘러드는 것인지, 아니면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 따짐 자체가 쓸데없다는 것도 잘 알지만, 하염없이 물을 바라보다 보면 사소한 생각의 한 줄기도 때로 커다란 느낌이 들게 하기 마련이라…. 호수 전체의 모습을 그려보느라 괜히 두리번거려도 보고, 고개도 갸웃거려 보곤 한다. 그렇게 산과 나무와 물이 어우러진 자연에 몸을 맡기고 함께 흐르다 보면 들뜬 마음도 어느덧 잔잔해진다.


아레날 화산 국립공원은 아레날 화산(1663m)과 옆에 있는 차토 화산(1140m), 아레날 호수를 포함하고 있다. 원뿔 모양인 아레날은 아직 연기를 내뿜는 활화산이지만 차토(Chato)는 휴화산이다. 이곳에선 대체로 아레날 화산 주변의 계곡을 둘러보거나 차토 화산 트레킹에 나서게 된다. 


새들에게 신선한 수박 모이로 제공


차토 화산 트레킹은 하루가 꼬박 걸린다. 아침에 출발한 뒤 점심 무렵 정상에 오르고 하산길에 계곡의 온천에 몸을 담그는 것으로 끝난다. 산으로 오르는 길은 습기 때문에 진흙길이 많아 미끄러지기 쉽고 비가 올 때는 아예 산행을 할 수 없다. 또 상당히 가파르고 험한 곳도 있어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끝까지 등정하기가 쉽지 않다. 힘에 부치는 사람은 입구 아레날 전망대(Arenal Observatory)에서 편안히 쉬면서 화산과 계곡을 조망하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다. 


산행 안내를 맡은 청년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처 앞질러 간다. 몇 번이나 올랐느냐고 물으니 300번쯤 될 거란다. 안내 일을 한 지 5, 6년 정도 된다는데 벌써 그만큼 올랐다니 놀라웠다. 뒷동산 놀이터에 가는 것 같겠다고 했더니 멋쩍게 씩 웃고 만다. 그런데 일행 중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어도 절대로 도우려 하지는 않는다. 그냥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보기만 한다. 아무래도 외국인이어서 손이라도 잡는 게 부담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우리와는 습관이 다르기 때문인 듯도 하다.


정상에 올라 분화구 쪽을 보니 안개가 덮여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조심조심 발을 옮겨 다가가자 물이 풍부한 호수가 들어온다. 산에 오르느라 온몸을 땀으로 적신 사람들은 풍덩 뛰어들기도 한다. 물에 손을 넣어보니 그다지 차지는 않다. 도시락으로 간단히 시장기를 달랜 뒤 갔던 길을 되짚어 내려와 전망대에서 산행을 끝낸다. 전망대는 리조트에서 만든 곳으로 화산과 계곡의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자니 독특한 정경이 눈에 띈다. 한 직원이 가로등 모양의 철판 삿갓에 붙어 있는 철 막대에 수박을 잘라와 꽂고 있다. 알고 보니 새들의 먹이였다. 곧 온갖 새들이 날아와 과일을 쪼아 먹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나 이곳에도 약육강식의 법칙이 있는 듯 덩치가 작은 새는 큰 새들에게 밀려 쉽게 다가가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옆에는 좀더 작은 새들을 위한 것이 따로 있다. 정말 동물들에게도 아주 세심하게 신경을 쓰고 있었다. ‘생태 관광의 천국’을 지키기란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 계곡에서 무료로 온천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김일권 제공]


숙소로 돌아가기 전, 계곡에 있는 온천에 들렀다. 신발을 신고 입은 옷 그대로 시냇물 속으로 몸을 던진다. 깊이가 다른 조그마한 웅덩이들이 널려 있어 담그고 싶은 곳으로 아무 데나 들어가면 된다. 따뜻한 물이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주고 바람은 적당히 불고, 사방에는 물소리만 요란하다. 산행에 지친 몸이 풀리는 것은 물론 세상의 온갖 시름도 사라진다. 말 그대로 신선놀음을 하듯 제대로 된 ‘힐링’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수영복 차림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던 여성 둘이 슬그머니 일어서더니 자리를 옮겨간다. 산행 차림으로 뛰어든 우리 일행이 못마땅했나 보다. 하긴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도 진흙투성이의 옷으로 뛰어든 사람 옆에 앉아 있는 게 언짢았을 것이다. 물 밖으로 나와 젖은 채 안내인이 건네는 샴페인 한 잔을 홀짝인 것도 색다른 기억으로 남아 있다.     


포아스 화산…분화구엔 지금도 유황 냄새 


▲ 구름 안개에 덮였다가 살짝 모습을 드러낸 포아스 화산의 분화구


다음에 찾은 포아스(Poás) 화산(2708m)도 주기적인 분화로 화산재나 암석들이 층층이 쌓여 만들어진 성층화산이다. 이곳은 코스타리카 화산들 가운데 가장 활동이 활발한 것 중 하나로 꼽힌다. 역시 산호세에서 가깝고 주변을 편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잘 꾸며져 있어 관광객이 항상 붐빈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폭발은 1954년이었고, 2014년에는 뜨거운 물이 300m 이상 솟아올랐으며, 증기도 분출했다고 한다. 입구에서 대략 1km 정도 진입로를 걸어 들어가면 분화구를 볼 수 있다. 가까이 가면 유황 냄새를 맡을 수 있는데, 지금도 가끔 증기가 분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 작은 사진은 포아스 화산에 세워진 안내판. 화산 폭발 때 대피경로를 그려놓았다.


분화구는 항상 구름에 싸여 온전히 볼 수 있는 날은 3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구름이 바람에 밀려 언뜻 이나마 분화구가 드러날 때라야 온전한 모습을 보고 갈 수 있다. 잠깐 드러난 분화구의 물 색깔은 아주 짙은 초록빛을 띠고 있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또 분화구 주변을 둘러보니 안내판이 하나 서 있다. 화산이 폭발할 때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유의사항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금 서 있는 곳 바로 앞에서 용암이 갑자기 분출할지도 모른다니 그 위험성에 잠깐 움찔하기도 했지만, 그에 따른 대비도 잘되어 있으리라 생각했다. 


2012년 영국의 신경제재단(NEF)이 세계 151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별 행복지수를 조사했을 때 코스타리카는 1위를 차지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국민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다는 것이다. 바다, 운무림, 화산 등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 펼치는 다채로운 모습의 향연도 만족도를 높이는 데 얼마간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글·사진 남인복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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