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급' 구청장 정원오 "권력은 사회균형 맞추는 힘"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12-20 09:15:33

KPI뉴스 인터뷰서 밝힌 행정철학 "이념보다 삶"
이재명 대통령 공개 칭찬 이후 더 커진 존재감
"골리앗 맞선 다윗? 그렇게 비칠 수도 있겠다"
서울 난제 '미친집값' 해법으로 '지분형 주택' 제안
한강버스 등 논란엔 "디테일 없이 이벤트성 추진"

요즘 정원오가 ''하다. 일개 구청장(성동구)인데, 체급은 서울시장급이다. 출마의사를 내비친 적도 없는데 이미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다. 가상 양자대결(KPI뉴스·리서치뷰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현 시장을 넉넉히 눌렀다. 정원오 45.2% 오세훈 38.1%이다.

 

"일을 잘하긴 하나 보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칭찬이 한몫했을 것이다. 대통령 의중이 실린 거 아니냐는 해석이 회자했다. 그렇다고 대통령 칭찬만은 아니다. 축적된 평판이 없었다면 최고 권력자의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됐을 것이다.

 

정원오 구청장의 평판은 그만큼 탄탄하다. 구민에게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 "일 잘 한다"는 긍정평가가 92.9%다. 국민의힘 성향 노인들도 그를 지지한다. "민주당이라도 정원오는 인정한다"라고 말한다. 일찍이 본 적 없는 현상이다. 그래서 인터뷰 시작과 함께 물었다.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 얻었나.

 

"어르신들은 주로 태도를 보신다. 어르신들이 제일 많이 하시는 얘기가 '참 태도가 바르다'는 것이다."

 

태도만은 아닐 거 같다.

 

"코로나 시기에 젊은 층은 인터넷으로 마스크나 용품들을 구입하지만 어르신들은 어렵지 않았나. 큰 돈은 아니지만 방역 용품들을 준비해서 드렸는데 만족도는 엄청 컸다."

 

정 구청장은 "꼭 필요할 때 하는 적재적소 행정을 좋게 보셨던 것 같다"고 했다. 비결은 '바른 태도'와 '정책 효능감'이란 얘기였다. 정 구청장은 "시대가 바뀌었다. 이념이나 정치적 구호보다 당장 내 삶을 어떻게 바꿔줄 수 있는 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라고 말했다.

 

그러고보니 그가 3선을 하며 10여년 구정을 이끌면서 많은 것이 변했다. 성수동 낡은 공장지대는 서울 최고의 '핫플'로 변모했다. 사람이 모이고 기업이 들어왔다. '소셜벤처'의 성공적 모델이었다. 정 구청장은 "젊은 층이 도전할 기회를 여러 가지로 줘야 한다. 벤처 정신을 갖고 실패해도 재도전할 정신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고의 난제 '미친 집값'은 어쩔 것인가. 정 구청장이 제시한 해법은 단순한 공급 확대가 아니었다. 그는 집을 '사는 곳'이자 동시에 '자산'으로 규정하고, 이런 이중적 성격을 인정하지 않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구청장은 지분적립형 주택과 공공 리츠를 하나의 해법으로 제시했다. 일부 지분만 확보해 거주하고, 시간이 지나며 지분을 늘려가는 방식이다. 집값 상승 국면에서도 거주자가 자산 상승의 일부를 공유하게 해 '영끌'과 상대적 박탈을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이념이나 구호보다 정책 효능감, 즉 시민 삶을 실제로 바꾸는 힘. 정원오 행정엔 이런 그의 행정 철학이 깔려 있는 듯하다. 성수동의 소셜벤처 생태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 공공과 민간의 협치 모델이 모두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마지막으로 '왜 정치를 하는지' 물었다. "더불어 행복한 사회에 대한 지향"이라고, "이를 위해 권력은 저울추처럼 더 가벼운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력이란 결국 사회의 균형을 맞추는 도구라는 인식이다. 행정가 정원오의 정치는 약한 쪽으로 기울어 균형을 회복하는 행정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정 구청장과의 긴급 인터뷰는 19일 오후 성동구청 집무실에서 22분가량 진행됐다. 20분쯤 됐을 때 비서가 "다음 일정 가셔야 합니다", 재촉했다.

 

대담 = 류순열 편집인

 

다음은 일문일답. 서면 인터뷰 내용을 포함했다.

  

▲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9일 성동구청 집무실에서 K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칭찬이 화제가 됐다.

 

"대통령께서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지자체의 성과를 평가하고, 잘한 정책은 칭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도 정책 성과에 대해 평가를 해주신 적이 있었고, 그 연장선이라고 봅니다. 다만 예상보다 반향이 커서 조금 놀랐습니다."

 

―대통령과 서사가 닮았다는 평가도 있다.

 

"기초지자체장 출신이고, 현장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일잘러'라는 별명이 겹치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대통령께서 훨씬 큰 책임과 업적을 이루셨지만, 행정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왔다는 점에서는 공감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오세훈 대 정원오' 구도로 가면 오 시장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저에 대한 격려 차원으로 덕담해주셔서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새로운 인물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신구 대결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골리앗에 맞선 다윗을 연상케 한다) 그렇게 비칠 수 있겠네요. 저로서는 감사하지요."

 

 ―집값 해법으로 지분적립형 주택을 제시하셨는데.

 

"예를 들어 10억 원 짜리 집을 살 수 없어 전세로 사는 분이 있다고 가정해보죠. 집값이 20억 원이 되면 격차는 5억에서 15억으로 벌어집니다. 하지만 일부 지분이라도 확보한 상태라면 자산 상승을 함께 나눌 수 있습니다. 지분적립형 주택이나 공공 리츠는 '영끌'을 줄이면서도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한강버스, 종묘 인근 개발이 논란인데.

 

"'세금이 아깝지 않은 행정'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습니다. 큰 신념이나 이상도 중요하지만, 디테일이 준비되지 않으면 정책은 멈추게 됩니다. 남산 곤돌라, 마포 소각장 사례도 같은 맥락입니다."

 

▲ KPI뉴스와 인터뷰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 [이상훈 선임기자]

  

―성동구 소셜벤처 성공 비결이 뭔가.

 

"행정이 주도하는 하향식 모델이 아니라, 민간의 창의성을 믿고 실패를 용인하는 생태계를 만든 것이 핵심입니다. 조례 제정과 펀드 조성은 '공식 파트너'라는 신호였죠."

 

―'소셜벤처 1번지'가 되는 과정은.

 

"처음 구청장이 됐을 때 성동구에 있던 소셜벤처는 10곳 남짓이었죠. 이야기를 나눠보니 생각이 굉장히 바르고, 잘 되면 새로운 일자리와 사회적 가치가 동시에 만들어질 수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단순 지원이 아니라, 이들이 뿌리내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었나.

 

"전담 조직을 만들고 펀드를 조성했으며, 경연대회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식적인 파트너'라는 신호를 주는 것이었죠. 2017년 기초지자체 최초로 '소셜벤처 육성 및 지원 조례'를 제정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행정이 뒤에서 받쳐주겠다는 명확한 메시지였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이 따라올텐데.

 

"성수동이 10년 넘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초기에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장치를 병행했기 때문입니다. 건물주와 자발적인 임대료 상생 협약을 맺고, 공공기여를 통해 '안심상가'와 '소셜벤처허브센터'를 조성했습니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혁신의 토대라고 봤습니다."

 

―그래도 문제가 있지 않나.

 

"환산보증금 9억 원을 넘는 상가는 상가임대차보호법 보호를 받지 못합니다. 이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성수동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지요.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가 속도를 내길 기대합니다."

 

정원오는 스스로를 '정치인'보다 '행정가'로 설명한다. 그러나 그의 행정은 이미 정치가 됐다. 이념보다 삶, 구호보다 효능, 말보다 태도. 서울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커질수록, 그의 이름이 자연스럽게 거론되는 이유일 테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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