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 물 들어올 때 노 젓다 뭇매 맞는 정치인들
남궁소정
| 2019-08-08 19:32:46
누리꾼들 "한-일 경제갈등 상황 희화화" 비판
"시민 자발적 운동에 관(官)이 편승…볼썽사나워"
일부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의 '반일(反日)' 행보를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순수한 시민 운동을 변질시킨다"는 항의는 물론, "정치인들이 시민운동에 무임승차해 금배지 달려고 한다" 등의 지적까지 나온다.
2일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최민희·김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일본가면 코피나(KOPINA)'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방사능 세슘 오염국…일본가면 KOPINA"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트위터 등 에스엔에스(SNS)에서 "현 상황이 희화화할 상황은 아니잖나", "한일 경제 갈등을 정계복귀 명분으로 삼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정 의원이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성범죄로 잊혀졌다가 물 들어온다 싶으니 열심히 노 젓는다"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특히 '코피나'라는 문구가 '코피노(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를 떠올리게 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성학자 권김현영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전 의원의 티셔츠 사진을 올리며 "한일 축구경기 응원전처럼 맞춘 티셔츠에 코피노를 연상시키는 작명까지. 가벼움이 무기가 되는 국면이 아닌데도 상황 파악도 못하고 눈치도 없는 자들"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5일 '반일(反日) 일제 불매'를 주장하는 이른바 '노 재팬(NO JAPAN)' 깃발을 관내 1100곳에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6일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명동 등 주요 거리에 걸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4시간여 만에 철거했다. 중구청이 깃발 게양 계획을 공개한 5일 중구 인터넷 홈페이지 '열린구청장실'에는 "일본인 관광객에게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민간 주도 불매운동에 숟가락 얹지 마라"는 비판 글이 400개 가량 올라왔다.
역사학자 전우용은 "중구청이 '노 재팬' 배너를 걸려면 당장 구 이름부터 바꿔야 한다"며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에 관(官)이 편승하는 것도 볼썽사납다"고 꼬집었다. 중구(中區)라는 지명이 지난 1943년 당시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밀집 거주 지역에 특권을 주기 위해 붙인 이름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 중구청장에게 직접 전화해 "시민들의 집단지성 힘을 믿어보라. 불매운동은 시민이 알아서 하고 있다. 시민들의 우려가 있으니 조정됐으면 좋겠다"고 깃발을 내릴 것을 요청했다. 서양호 중구청장은 결국 "염려하신 국민들게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와 함께 배너를 철거했다.
중구만의 일이 아니다.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6일 구청 대강당에서 '일본제품 사용중지' 타임캡슐 퍼포먼스를 벌였다. 직원 400여 명이 참석해 그동안 쓰던 일본산 제품을 수거해 타임캡슐 상자에 쏟아 넣고 자물쇠를 채운 것이다.
이를 두고 누리꾼들은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SNS)에서 "뭔가 보여줘서 존재감을 증명하고자 하는 급한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소모품이니까 그냥 다 쓰고나서 한국 제품을 구입하면 되는거 아닌가", "새로 사는 문구품은 세금 아닌가" "70~80년대식 전시행정이며 예산 낭비"라고 비판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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