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보좌관들이 본 '이정재 보좌관'…"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김광호
| 2019-06-21 20:48:47
보좌관이 본 '보좌관'은 공감과 황당 사이…"현실과 동떨어져"
보좌진들 "현실과 드라마는 달라…보좌진들의 애환 담아냈으면"
"현실엔 이정재 같은 보좌관, 신민아 같은 국회의원은 없어요"
6월 14일 첫 방영된 JTBC 드라마 '보좌관'을 시청한 국회 보좌관들의 한줄 평이다. 단지 주연 배우들의 예쁘고 잘생긴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이들이 연기하는 보좌관과 초선 국회의원의 모습 중에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상당수 보인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사소한 부분까지 디테일을 잘 드러내 기존의 정치 드라마보다 생생한 묘사가 돋보인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 드라마는 국회의원이 아닌 국회 보좌관이라는 직업을 다룬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화제였다. 국회의원이 주인공인 정치 드라마는 많지만 국회 보좌관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입법 보좌부터 정무적 영역까지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율하는 '코디네이터'로도 불린다. 다만 카메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기자(국회의원)와 달리 스텝(보좌진)은 전면에 나서지 않을 뿐이다. 드라마와 현실의 괴리감은 여기서 나온다.
실제 보좌진 급여 최대 8330만원, 근무환경 의원따라 '천차만별'
국회 보좌진은 스스로를 '비정규직 공무원'이라 부른다. 보좌진은 국회의원실 공고를 통해 채용되는데 사실상 국회의원에게 전적으로 채용권한이 있다. 해임 권한 역시 국회의원이 갖고 있어 의원의 눈밖에 나면 실직할 수 있고, 의원이 의원직 상실형을 받아 의원직을 박탈당하면 함께 일자리를 잃기도 한다.
국회의원은 4급 보좌관 2명, 5급 비서관 2명, 6~9급 비서 각 1명씩 총 8명의 보좌직원과 1명의 인턴을 둘 수 있다. 현재 국회 사무처에는 최근 의원직을 상실한 이완영, 이우현 자유한국당 의원을 제외한 298개 의원실에 약 2300여명(휴직자 포함)의 보좌진이 등록돼 있다.
'별정직 공무원'인 보좌진은 각 직급별로 정해진 만큼 보수를 받는데, 4급 보좌관의 경우 세전 기준으로 약 8330만원, 5급 비서관은 7350만원, 9급 비서는 3431만원을 받는다.
통상적으로 4급 보좌관은 의원의 개인 일정부터 정책과 정무 모두를 총괄하고 이하 비서관과 비서들이 정책 분야를 나눠서 맡는다. 다만 의원실에 따라 지역만 챙기는 지역보좌관, 일정만 챙기는 일정비서를 두는 곳도 있으며, 업무 분장없이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의원실도 있다.
보좌진의 근무환경은 국회의원의 성격과 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되므로 의원실마다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보좌진들은 보좌관이라는 직업을 획일적으로 그려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국정감사 '대목'이 시작되는 9월이면 보좌진은 의원의 국감질의가 언론의 주목을 받도록 하기 위해 날밤을 새우며 피감기관의 자료를 파고 문제점을 들춰내 정리한다.
현직이 말하는 드라마 '보좌관'…"현실적 묘사 돋보여" vs "과장이 심해"
그렇다면 드라마 '보좌관'에서 그려지는 보좌관의 삶은 현실과 비교해서 어떨까? 국회 의원회관에서 '보좌관'을 시청한 보좌진을 만나본 결과, "다른 정치 드라마에 비해 현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는 긍정적 의견과 "과장이 심하다"는 부정적 평가가 공존했다.
드라마는 대한당 원내대표 송희섭(김갑수 분) 의원실의 유능한 수석보좌관 장태준(이정재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정의 실현을 위해선 힘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장태준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송 의원을 보좌하면서, 자신 또한 다음 총선 출마를 꿈꾼다. 장태준의 연인은 변호사 출신 비례대표 초선의원인 강선영(신민아 분)이다.
몇몇 보좌진에게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점을 묻자, 세부적인 설정은 비슷하게 묘사했지만 극의 전개 과정에서 나타나는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주요 사건이 실제 보좌진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드라마 '보좌관'의 1화에서는 조갑영 대한당 의원(김홍파 분)이 같은 당 송희섭 의원의 부정 의혹을 제기하자, 장태준이 역으로 조갑영의 후원금 의혹을 제기하며 당 대표 출마 포기를 유도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장태준이 직접 조갑영을 찾아가 협박하고 조갑영에게 뺨을 맞는 장면에 대해 보좌진들 상당수가 현실에선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7년차인 A 비서관은 "보좌관이 상대 의원을 찾아가 협박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요즘 같은 시대에 국회의원이 다른 방 보좌관의 뺨을 때리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또한 보좌관과 국회의원의 연애 역시 지나치게 파격적인 설정이란 의견이 많았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의 보좌관 B씨는 "국회에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데 그것도 보좌관과 의원이 비밀 연애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국감장에서 상임위원장인 조갑영이 "이래서 비례대표 여자들은 안된다고 욕을 먹는 거야"라며 강선영을 무시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보좌관들은 "현실에서 그러면 난리가 난다"면서 "그런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여성 의원도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꼬집어 말했다.
그러나 일부 장면 묘사와 설정은 실제와 매우 비슷하다는 반응도 있는데. 보좌진이 의원을 부를 때 '영감'이라고 호칭한다거나, 출입기자들이 보좌관에게 '선배'라고 부르는 모습 등이 꼽혔다.
고된 국감 준비 과정도 비교적 현실성이 있다고 평가받았다. 자유한국당 의원실 소속 비서 C씨는 극중 6급비서 윤혜원(이엘리야 분)이 국감 준비하다가 코피를 쏟는 장면을 언급하며 "실제로 국감 준비 중에 너무 힘들어 코피를 쏟은 적이 있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다만 대부분의 보좌진은 드라마로 인해 보좌진의 역할이 왜곡되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국당 보좌진협의회장인 고광철 보좌관은 〈UPI뉴스〉에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우리가 처한 현실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국회의원들 뒤엔 밤낮없이 주말까지 반납하면서 묵묵히 일하는 보좌진들이 있다"며 "드라마의 주인공인 보좌관은 물론 비서관과 비서들의 일상과 애환까지 담아내는 드라마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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