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①수출 회복 '기대'…내수 침체돼 물가 안정화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1-02 20:17:04
금리인하로 희비 엇갈리는 금융권…은행 '흐림'·증권 '맑음'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청룡의 해'가 밝았다. 새해엔 수출이 살아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다시 2%대로 올라설 전망이다.
다만 내수 부진은 쉽게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내수가 부진하면서 물가상승률은 점차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안정은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를 부른다. 현재 3.50%인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금융권에선 은행과 증권사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경제성장률·하반기 물가상승률 2%대 예상
정부와 한은은 작년 경제성장률을 1.4%, 올해는 2.1%로 예측했다. 전문가들도 대체로 작년과 달리 올해엔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물진 않을 것으로 진단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2일 "수출이 뚜렷이 나아지면서 그 덕에 2%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예상 밖의 호실적을 내는 등 반도체업황 개선 기대가 크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랜 기간 반도체 업황을 괴롭혀 온 과잉 재고가 지난해 말을 지나면서 점차 해소될 것"이라며 "업황 회복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 속도가 시장 기대치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의 가파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면서 전체 수출을 견인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우리 경제는 수출 및 설비투자 증가세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경제성장률 2.06%를 예상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도 "작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어 지금 흐름대로라면 2%대 경제성장률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2%대 경제성장률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수출이 나아지고 있으나 주요 수출국인 중국의 경기침체가 심각해 사실상 미국만 바라보는 상황"이라며 지적했다. 아울러 내수 부진도 언급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터지면 국내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2%대 경제성장률을 기대하는 전문가들도 내수 부진은 염려한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올해에도 소비가 부진해 내수는 계속 안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봉 교수는 "고물가·고금리로 소비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건설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전했다.
소비가 부진하니 물가상승률은 점차 안정화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은 3.2%로 5개월 연속 3%대를 이어갔다. 작년 연간 물가상승률은 3.6%였다.
김영익 교수는 "올해 하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2%대로 내려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 대표도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하 교수는 올해 물가상승률에 대해 연간 2%대 중후반으로 예측했다. 김상봉 교수도 "원·달러 환율 안정화, 대내외 경기 회복 부진, 고금리 부담에 따른 수요 위축 등으로 물가가 완만히 하락할 것"이라며 "올해 물가상승률은 2.6% 수준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만 지정학적 이슈 등 변수가 많아 물가가 쉽게 안정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강 대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통과 선박 습격 등으로 국제유가가 다시 뛸 수 있다고 짚었다. 김상봉 교수도 "물가 상승세가 재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리인하가 반가운 증권·카드…반갑지 않은 은행
글로벌 물가상승률이 점차 안정화되는 추세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회 연속 금리동결을 하면서 올해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다.
시장은 연준이 빠르면 오는 3월, 늦어도 6월엔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측한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와 UBS, SMBC니코증권 아메리카는 3월 금리인하를 점쳤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도이체방크는 연준이 6월 금리를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한은도 곧 따라갈 전망이다. 금리인하는 은행에는 별로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낮을수록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예대마진이 축소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올해는 작년처럼 역대 최고 당기순이익 행진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상생금융 지출도 커 올해 당기순익은 지난해보다 5000억~6000억 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증권사와 카드사들은 오랜만에 표정이 밝아지는 모습이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은행 예적금, 채권 등 안전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져 주식 등 위험자산의 매력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증권시장이 작년보다 활기를 띌 것"이라며 "증권사 주식매매 수수료 수입도 늘어 실적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려되는 점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적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은 부동산PF 부실"이라며 "부실이 대규모로 터지기 시작하면 많은 증권사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증시가 나아져도 이익이 증가하긴 커녕 오히려 존폐 위기로 몰리는 증권사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카드사들은 금리 하락세로 자금조달비용이 감소한 혜택을 볼 전망이다.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지난해 12월 29일 여신전문금융채(AA+, 3년물) 금리는 3.82%까지 내려왔다. 두 달 전 4.8%대였던 것에 비해 1%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0%대라 적자를 유발하는 가맹점 수수료율 문제는 여전하지만, 하반기에는 금리 하락이 상황이 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낮은 가맹점 수수료율, 높은 대출 연체율 등으로 상반기까지는 수익성 악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금리가 떨어져 실적이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금리 하락은 반가운 소식이나 총선을 앞둔 정부가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율을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더 인하될 수도 있어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험업계에선 보험 계약유지율이 화두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보험업계에 신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서 계약유지율은 보험사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산출의 주요 변수가 됐다. 보험 계약유지율이 높으면 CSM도 증가한다.
다만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계약유지율이 하락세란 점이 우울한 소식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평균 13회차 계약유지율은 각각 80.4%, 86.8%로 전년동기 대비 각각 4.3%포인트, 0.7%포인트씩 내려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지갑이 얇아질수록 보험부터 해지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결국 어려운 상황에서도 누가 계약유지율을 잘 지켜내느냐가 수익 방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 교수는 "생명보험업계는 저출산 기초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손해보험업계는 실손의료보험, 자동차보험 등의 수요가 꾸준해 생보업계보단 사정이 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PI뉴스 / 안재성·황현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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