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 공정성 저해" vs "로드맵 후퇴는 위법"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3-11-30 17:56:08
"로드맵대로는 공시가격이 과도하게 오른다"…제도 손질 필요성 주장도
정부가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동결하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두고 한 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나 다른 한 편에서는 제도 손질의 필요성을 긍정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란 부동산의 공시가격에 시세를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 것인지 정하는 비율이다. 공시가격은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토지보상 등 67가지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쓰인다는 점에서 일반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정부는 지난 정권 시절인 2020년 11월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연도별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상향하는 방안을 담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대로라면 내년도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기준 75.6%로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국토부는 정책 방향을 180도 틀었다. 공시가격 상승으로 주택 소유자들의 세 부담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시각에서다. 이에 따라 올해 공시에 적용되는 현실화율을 해당 계획 수립 이전인 2020년 수준으로 하향했고, 최근에는 내년에도 같은 비율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공동주택의 경우 시세의 69.0%가 반영된다. 또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 제도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재검토 방침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거권네트워크가 30일 주최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사실상 폐기 긴급 좌담회'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이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로드맵은 지난 2020년 4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법제화돼 진행한 것"이라며 "기본계획 변경 없이 정부가 마음대로 이것을 변경하는 것은 심각한 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최 소장은 지난 2020년과 2023년 공시가격을 대조한 자료를 근거로 정부가 이미 현실화율과 무관하게 공시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똑같이 69.0%의 현실화율이 적용됐음에도 같은 부동산의 공시가격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공시가격의 하락은 전국 평균보다 서울·수도권 핵심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져 강남 등 고가 아파트는 실거래가가 수억 원 이상 상승했음에도 보유세가 줄었다고 최 소장은 지적했다.
박용대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조세부담이 오른다는 이유로 공시가격을 낮춰선 안 된다고 짚었다. 공시가격은 시장가치를 최대한 반영하고, 세부담은 세율로 조절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박 소장은 "부동산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될 일이지 정부가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부동산 공시가격을 낮춰 조세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이 정한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동수 서울세입자협회 대표는 조세형평성이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폐기는 부자들에게 세금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수혜계층과 부담계층 간 사회적 불신을 확대하고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현행 로드맵에 대해 "부동산 시장의 급변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아 하락기에도 공시가격이 오르고, 상승기에는 시세보다 과도하게 공시가격이 오르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봤다. 또 목표치 달성을 위해 매년 2~4.5%포인트씩 현실화율 제고 폭을 설정한 것 역시 속도가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 21일 부동산 공시제도 관련 브리핑에서 "현실화 계획을 지속적으로 적용하게 되면 국민들이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수준보다 매년 공시가격이 높게 산출되는 문제가 있다"며 "고가주택과 토지에만 먼저 빠르게 시세를 반영함으로써 주택가격에 따른 편차가 커지고 주택과 토지의 현실화율 격차도 벌어지는 등 공시가격의 공정성이 저해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년간 지켜보고 경험한 바로는 이제 점진적이고 절충적인 방식은 안 되겠다는 판단"이라며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이 아니라 부동산 공시제도 자체의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개혁을 주문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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