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硏 "'미국식 토지은행' 도입해 국내 빈집 관리해야"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3-12-05 17:18:42
지방정부·토지은행에 강력한 취득권한 부여할 필요
빈집 등 유휴 부동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미국의 '토지은행'과 같은 기관을 설립하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제기됐다.
국토연구원은 5일 발간한 '미국 토지은행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유휴 부동산의 증가는 지역상권과 인프라 쇠퇴를 촉진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주변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까지와 다른 획기적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유휴 부동산이란 적절히 관리되지 못하고 방치된 부동산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빈집 문제가 대표적이지만, 현재로서는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빈집 발생현황이 정확히 파악돼 있지도 않는 상황이다.
빈집 현황은 기관마다 제각각이다. 지난해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10만8000호였던 반면, 2020년 통계청 주택총조사 기준으로는 전국에 약 151만 채의 빈집이 존재한다. 정부 자료임에도 조사 기관에 따라 15배 정도 차이가 있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미국의 유휴 부동산 관리 방식인 '토지은행'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미국에서는 특히 2010년대 이후로 각 주에서 '2세대 토지은행'을 설립했는데, 전국에 약 250개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기관의 목적은 방치된 부동산을 빠르게 점유하고 정비한 뒤 시장에 되돌려 보냄으로써 재산세를 납부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드는 것이다.
미국의 2세대 토지은행은 빈집을 신속하게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낡은 주택을 고친 것만으로도 지역 여건을 개선했을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또 미국은 토지은행마다 등록된 유휴 부동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방정부나 국가 차원에서 빈집 실태조사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토지은행'이 있지만, 이름만 같을 뿐 미국과 기능적인 차이가 있다. 한국의 토지은행은 장래 공공이 사용할 토지를 미리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다. 유휴 부동산의 재점유나 활용을 촉진하는 기능이 미약하고, 지역실정을 반영한 토지 비축이 어렵다. 또한 법률적인 기반이나 재원의 안정성에 차이가 있어 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2세대 토지은행'과 같은 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주변 지역에 심각한 문제를 유발하는 유휴 부동산에 대해 지방정부나 토지은행이 강력한 취득 권한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유휴 부동산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와 함께 이를 취득·관리할 재원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명식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유휴 토지를 신속하게 재활용하려면 현행 제도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기관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며 "현행 토지은행의 기능을 변경하는 경우 중앙집중형 토지은행을 각 지역에서 개별적으로 설립하되, 지방정부가 직접 역할을 수행하기보다는 준공공기관을 설립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