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성열의 AI 경제] 범용 인공지능의 등장…시험대 오른 인간의 지혜
KPI뉴스
go@kpinews.kr | 2026-09-28 17:26:38
오픈AI "나비에–스토크스 난제 해결"…수학계 검증은 진행 중
빨라지는 과학기술, 어디에 쓸지는 인간의 선택
인공지능(AI) 기술이 인간과 기계를 구별 짓던 마지막 보안 장벽을 허물고, 수백 년간 풀리지 않던 학술적 난제까지 정복하며 거대한 기술적 특이점에 진입했다. 예측하기 힘든 강력한 성능으로 AI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다는 '기술 종말론'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시 대두되며 정부에 적정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022년 생성형 AI의 출현으로 일어난 '챗GPT 모멘트' 이후 불과 4년 만에 AI가 인간의 지적 업무를 종합적으로 수행하는 범용 인공지능(AGI) 단계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환호의 이면에서는 금융·전자정부 등 기존 인간 기반 보안 시스템의 전면적 무력화 우려와 함께 연구 기여도 배분, 표절 논란, 사이버 범죄 악용 가능성에 대한 강력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가장 AI를 잘 아는 전문가들조차 개발 속도를 조절하지 않으면 향후 10년 내 인류가 멸망당할 수도 있다는 종말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3세대 AI혁명을 열어젖힌 미국 오픈AI가 최신모델 아스트라(Astra, GPT-6)로 다시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아스트라는 AI를 걸러내기 위해 설치한 보안 난관을 99.9% 통과했고, 또 다른 미공개 AI 모델은 지난 92년간 미해결 난제로 남아있던 수학계의 수수께끼를 풀어내 충격을 던졌다. 2016년 구글의 딥마인드가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을 이긴 알파고 쇼크보다 더 큰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샘 알트먼 오픈AI 설립자는 공공연히 인간보다 우수한 AGI의 출현이라고 선전하는 중이다. 그동안 오픈AI의 GPT 모델보다 보안성이 좋고 신뢰도가 높아 공공기관과 기업에서 널리 사용되던 앤트로픽의 클로드 모델을 추월했다는 평가도 전문가들 사이에 나돌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의 위력 앞에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오픈AI의 최신 프런티어 AI 모델 'GPT-6 아스트라'가 컴퓨터 접속 시 진짜 사람임을 증명하는 '캡차(CAPTCHA)' 인증 테스트를 완벽히 통과한 데 이어, 미공개 고성능 모델은 90년 넘게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던 밀레니엄 수학 난제를 단 88시간 만에 해독해냈다. 캡차 인증은 인터넷상에서 매크로 등 자동화 프로그램(봇)을 사람과 구별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로 활용되어 왔다. 오픈AI 개발자 샤리프 샤밈은 아스트라가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캡차 게임 48단계를 단 한 번의 막힘도 없이 연달아 통과하며 인간 증명서를 받아내는 영상을 공개했다. 캡차는 그동안 시각적 맥락 이해, 공간 판단, 정밀 조작 등 인간이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여온 능력을 보안 장벽으로 활용해 왔으나, 아스트라는 처음 보는 문제 해결 능력(ARC-AGI-3) 벤치마크에서 99.9%라는 경이적인 성적을 내며 기계와 인간의 인식 격차를 없앴다.
이 같은 경계 붕괴는 대화와 행동 영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사람이 말을 끝낸 후 0.4초 만에 대화에 끼어드는 실시간 음성 AI가 등장하는가 하면, 주식 거래·결제·이메일 발송 등 온라인 활동의 권한을 위임받아 수행하는 AI 에이전트가 확산되면서 온라인 행위의 주체가 사람인지 AI인지 구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수학 및 과학 분야에서도 이번에 AI가 인류 지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성과를 냈다. 오픈AI는 자사의 미공개 최신 AI 모델이 미국 클레이 수학 연구소가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던 7대 밀레니엄 수학 난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Navier-Stokes) 방정식의 존재성과 매끄러움 문제'의 해법을 도출했다고 발표했다. 약 1만 개의 AI 에이전트가 상호 소통하며 수백만 달러 규모의 컴퓨팅 자원을 소비해 9월 1일부터 연구를 시작한 지 단 88시간 만(9월 5일)에 해법을 찾았다.
19세기 클로드 루이 나비에와 조지 가브리엘 스토크스가 정립한 이 방정식은 유체(물·공기)의 흐름을 설명하지만 해(解)의 매끄러움 유지 여부는 난제로 남아있었다. AI는 매끄러운 유체의 속도가 일정 시간 후 치솟는 상황이 수학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증명했다. 수학자들은 앞으로 논문 등 학문적 기여를 인간과 AI 사이에 어떻게 배분할지가 논란으로 떠오르며,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도 존립이 불투명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1956년 탄생한 AI는 초기에 틱택토, 체스 같은 보드게임에서 인간을 이기자는 목표로 논리적 정합성을 추구했다. 이 시기부터 전문가 시스템, IBM의 딥블루 같은 인지컴퓨팅 시절을 1세대 추론형 AI로 분류할 수 있다. 그러다가 2012년 제프리 힌튼 교수가 이미지넷 대회에서 딥러닝 학습으로 우승한 것을 계기로 인공신경망 연구가 AI 학계를 휩쓸었다. 그 여파로 나온 알파고, 알파폴드는 2세대 신경망 AI의 정점이라 하겠다.
10년 후인 2022년 오픈AI는 챗GPT 3.5를 선보이며 생성 AI 시대를 열었다. 대규모언어모델(LLM)과 이미지, 소리 생성기는 말하고 보고 듣는 3세대 AI 혁명을 불렀다. 감각 센서로 인간처럼 외부환경의 정보를 받아들인 후, 월드모델 두뇌로 판단해 손, 발을 움직이는 피지컬 AI가 탄생했다. 공장과 집에서 인간을 도와 일하는 휴머노이드와 전쟁터에서 나홀로 전투를 벌이는 자율형 살상무기는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이번 아스트라의 출시는 인간을 능가하는 초인공지능(ASI), 4세대 AI의 시대를 의미할까?
사실 AGI란 단어의 정의는 다소 모호하다. AI 자체가 인간처럼 스스로 판단해 다양한 상황에서 행동(액션)을 알아서 취할 수 있는 범용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파고처럼 바둑에 특화해 학습시킨 '좁은 AI'보다 훨씬 다용도로 자율행동을 하는 '일반(general) AI'라는 뜻에서 범용이란 말이 쓰이게 됐다. AI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보다 우수한 성적을 받는다면 초월(Super) 인공지능이라 부르자는 의미에서 ASI란 단어도 나왔다.
하지만 AGI든 ASI든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지능 업계의 마케팅 용어라는 비판도 거세다. 고등학생의 시험문제나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 자격시험에서 인간보다 높은 점수를 얻어내지만 현실세계의 문제해결 능력과는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다. 아직 공장과 가정의 휴머노이드는커녕, 거리를 누비는 자율주행차도 인간을 100% 대신하진 못한다. 여전히 시범운행, 테스트 단계에 있을 뿐이다.
AGI의 정의에 따라 실현했다고 보는 이도, 아직 멀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아스트라 소동이 남긴 교훈은 '과학의 가속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AI의 가장 강력한 성능은 AI 개발의 기초가 되는 과학기술을 더 빠른 속도로 발전시키는데 발휘된다. 그 결과 발전한 과학이 AI 개발을 가속화하고, 다시 강력해진 AI가 과학기술 발전을 가속화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인류가 청동기·철기 문명을 거치며 농업·공업·정보 혁명을 겪었던 수천 년, 수백 년이 수십 년, 수년으로 단축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수학·컴퓨터공학 등 일부에서 가속화가 일어나지만 머지않아 물리·화학뿐 아니라 생물학·천문학·지질학으로 확산될 것이다. 딥마인드의 수장 데미스 허사비스가 단백질 구조 분석 AI '알파폴드'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은 사건이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벌어진다.
우리는 몇 십 배, 몇 백 배 빨라진 과학기술로 무엇을 할 것인가. 기아와 온난화를 해결할 평화의 수단으로 쓸 것인가, 세상을 파괴할 무기를 만들 것인가. AI의 지능이 아니라, 인간의 지혜가 답해야 할 문제다.
과학과 기술' 편집위원(2023~)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정간물 편집위원(2024~)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책자문위원(2020~2022)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데이터미래전략위원회 미래정책분과 자문위원(2021~2023)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인공지능 활성화 방안 연구' 총괄위원(2023) △주요 저서: 뇌 우주 탐험(이음, 2022), 인공지능 시대 내 일의 내일(동아시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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