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메리츠화재, 저신용자 보험가입 배제...내부서도 "부당한 차별" 논란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08-28 18:03:55
'부당한 차별' 명시한 금감원 금지 지침 위반 소지
"개인 신용정보 침해 소지 다분…위험한 영업행위"
메리츠화재 관계자 "상황 확인한 뒤 답변하겠다"
메리츠화재가 저신용·저소득자의 보험 가입을 아예 배제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메리츠화재 내부에서도 "부당한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용평가회사에서 받은 개인정보를 활용한 '차별'이었다.
메리츠화재의 행태는 "개인 신용등급만을 토대로 보험계약 인수 여부를 결정하지 말라"는 금융감독원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기도 하다.
KPI뉴스는 KCB(코리아크레딧뷰로)가 메리츠화재에 제공한 '소득추정서비스분석' 문서를 28일 입수했다. 메리츠화재가 저신용·저소득자 등을 보험가입 대상에서 배제하는데 활용한 근거자료다.
2020년 작성된 이 문서에는 KCB가 은행·카드사에서 수집한 약 112만 명의 신용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이 중 약 12만 명은 소득정보도 보유하고 있다고 적시돼 있다.
문서는 가입자들의 소득금액구간별 보험손해율(지급보험금/수입보험료)을 산출해 보니 소득이 낮아질수록 손해율이 높아진다는 분석도 담고 있다. 아울러 '소득금액을 적용한 심사전략'을 주요 내용으로 안내하고 있다.
KCB는 소득분석 자료를 활용할 경우 상해사망담보 5억~8억 원 구간에 가입한 저신용자(신용등급 9~10등급) 또는 저소득자(연 3000만 원 이하)를 선별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나아가 월 평균 12명 이상의 '방문적부' 대상자를 추려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문적부란 보험사가 피보험자의 실태를 직접 확인하는 조사다. 보험사기 방지 명목의 현장조사가 주된 취지지만 실제로는 가입거절을 위한 절차로 작용한다는 것이 보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메리츠화재의 행태를 KPI뉴스에 제보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신용정보를 토대로 만든 소득추정 자료를 실제 심사 프로세스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신용정보를 활용해 저신용·저소득자의 보험 가입을 배제했다는 뜻이다.
이 관계자는 "거칠게 비유하자면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보험사기범이란 얘기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내부에서도 명백히 부당한 차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했다.
이는 금감원이 2007년 정한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당시 일부 생명보험사가 저신용자의 사망보험금을 제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금감원은 각 생보사에 공문을 보내 "신용등급이 보험사고 발생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신용등급만을 기준으로 보험계약의 인수를 제한하거나 거절하는 것은 부당한 차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며 신용등급 사용을 금지하도록 했다.
피해는 배제된 저신용자만이 아니라 보험가입자들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보험료율을 산정할 때는 저신용자를 포함해 산출해놓고 추후 저신용자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가입자들에게 위험이 전가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정보가 가입자의 동의 없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 역시 문제다. 신용정보법상 개인신용정보 활용에는 반드시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해당 문서 어디에도 대량의 개인정보 수집에 대한 동의 절차는 언급돼 있지 않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절차적으로도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피보험자의 신용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절차는 없다"며 "일반적으로 위험의 크기를 측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의 범위에도 개인 신용등급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불쾌할뿐 아니라 개인정보 침해 소지가 다분한 행위로 생각된다"며 "보험사와 신용정보회사가 개인정보보호법과 신용정보보호법 등 제도의 경계선에서 상당히 위험한 영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관련 의혹에 대해 "상황을 확인한 뒤 답변하겠다"고 밝혔는데, 만 하루가 다 지나도록 답변을 주지 않았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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