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 1개월…시장 반응 '뜨뜻미지근'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4-12-17 10:49:42

삼성생명, 지난달 판매건수 214건…출시 첫 주 지나자 계약 '뚝'
"수탁금액 기준, 특약사항 배제, 수익자 제한 등 규제 완화 필요"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허용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생명보험업계의 유치경쟁이 활발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초반 시장 분위기는 뜨뜻미지근하다. 

 

▲ [픽사베이]

 

보험금청구권 신탁이란 금융사가 생명보험금을 관리·운용하고 수익자(상속인)에게 지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보편화된 방식이고 일본에서도 2010년부터 도입됐으나 우리나라는 지난달에야 뒤늦게 도입했다. 지금까지 보험계약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이 유족이나 수익자에게 한 번에 지급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이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해졌다. 

 

17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뤄진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은 기대를 밑돌았다. 출시 초기에는 어느 정도 계약이 있었지만, 추세가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까지 총 214건, 840억 수준의 신탁계약을 맺었다. 앞서 삼성생명은 관련 상품 출시 후 5일간(11월 12~17일) 총 156건, 755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첫 주에 일평균 31.2건이었던 계약이 이후 5분의 1 수준(6.4건)으로 뚝 떨어진 셈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은 종합신탁업 인가가 있어야 취급할 수 있다. 현재 생보사 중 신탁업 인가를 가진 곳은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5곳이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종합신탁업 인가를 갖고 있는데도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따로 만들지 않았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시장상황을 지켜보며 상품 출시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 외 생보사들도 삼성생명 외에는 아예 계약 건수 공개 자체를 꺼렸다.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은 때문으로 여겨진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아직 규제가 강해 유의미한 실적이 나오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 [픽사베이]

 

당초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생보사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의 잠재 규모가 사망담보 보유계약 기준 약 833조 원, 종신보험 보유계약 기준 784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에 전혀 못 미치는 결과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앞서 이 제도를 운영했던 일본의 사례를 보면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 미만"이라며 "일반 대중이 아닌 고액 자산가들이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활성화되려면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완화해야할 규제로는 △보험금청구권 수탁기준 3000만 원으로 제한 △재해·질병사망 등 특약사항 보험금청구권은 신탁 불가 △보험계약대출 불가 등이 꼽힌다. 

 

양희석 NH농협생명보험 변호사는 "주계약이든 특약이든 사망담보는 (수탁을)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신탁가능금액 제한도 위탁자의 선택을 제한다는 것이니 기준을 신탁회사가 스스로 결정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익자범위를 법령으로 한정하는 것도 과도한 입법"이라고 덧붙였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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