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15% 위협에 세제개편 실망…코스피 급락, 환율 급등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8-01 17:46:27

코스피 3.88% 급락해 3110대…이재명 정부 출범 후 최대 낙폭
대주주 기준 10억 하향 '충격'…고관세 탓 대미 수출 감소 우려도
한동안 증시·원화 가치 하락 지속…"코스피 3000 깨질 수도"
'검은 금요일'에 놀란 與 김병기 "'대주주' 10억서 상향 검토"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한 실망감과 고관세로 인한 대미 수출 감소 우려 탓에 코스피와 원화 가치가 동시에 급락했다.

 

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26.03포인트(3.88%) 급락한 3119.41로 장을 마감했다. 단숨에 3200대가 무너지며 '검은 금요일'이 연출됐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최대 낙폭이다.

 

전날 7거래일 만에 내림세를 보였던 코스피는 이날 하락폭을 더 키웠다. 지난 4월 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당시 미국발 상호관세 충격에 증시가 급락한 바 있다.

 

원화 가치도 뚝 떨어졌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4.4원 오른 1401.4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 1400원을 웃돈 건 지난 5월 14일(1420.2원) 이후 두 달 반 만이다.

 

▲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뉴시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전자(-3.50%)는 '7만전자'를, SK하이닉스(-5.67%)는 26만 원선을 각각 내줬다. 장 초반 상승하던 현대차(-1.41%), 기아(-1.47%) 등 자동차주는 장중 하락 전환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부진 원인에 대해 "정부가 전날 내놓은 세제개편안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며 "한미 관세 협상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란 우려도 일조했다"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전날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을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또 증권거래세율은 현행 0.15%에서 0.20%로 0.05%포인트 인상한다.

 

둘 모두 증권시장에는 악재다. 한 개인투자자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했으니 증권거래세율은 올릴 수 있다 쳐도 대주주 기준까지 강화하는 건 심하다"며 "또 다시 연말마다 대주주 자격을 회피하려는 매물이 쏟아지면서 시장이 무너질 것"이라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증시 부양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던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인식을 시장이 강하게 받으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한미 관세 협상 결과도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정부는 협상에서 미국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1000억 달러어치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를 수입하는 대신 미국의 상호 관세율을 25%에서 15%로 낮췄다. 한국의 대미 관세율은 0%다.

 

'최악의 상황은 면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상 무관세였던 과거보다 불리해진 건 사실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덕에 그간 일본, 유럽연합(EU)보다 유리한 지위를 누려왔다. 대표적으로 한국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관세 없이 팔리지만 일본은 2.5%, EU는 10%의 관세를 부담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의 관세율이 15%라 한미 FTA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경제동향·전망실장은 "한미 FTA 무력화로 일본, EU 등과의 비교 우위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는 경제 전반적으로도 마이너스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4월 발표한 '트럼프 신정부 관세정책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관세율 10% 하에서도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연간 9.3% 줄고 국내총생산(GDP)은 0.34%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관세율이 15%로 결정됐으니 타격은 더 크다.

 

우리 산업 주력인 자동차 수출의 차질이 불가피해 올해 한국은 경제성장률 1%를 달성하기 힘들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최근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8%로 0.2%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은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정도 상향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한은이 지난 5월 발표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8%이므로 추경 효과를 더하면 0.9%가 되는데 문제는 해당 전망치가 상호 관세율을 10%로 계산했다는 점이다. 더 나빠질 위험이 높은 셈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 탓에 세계 무역이 부진할 것"이라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0.9%로 예측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쳐 증시가 부진하니 외국인 투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원·달러 환율에도 상방 압력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6602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증시와 환율 모두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한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정책 일관성 부재에 따른 실망감이 크다"며 "한동안 높은 변동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지영 연구원도 같은 의견을 표했다.

 

이웅찬 연구원은 "코스피는 그간 기대감만으로 올랐기에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관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3000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대외적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데다 대내적으로도 해외자금 유출 위험이 높다"며 원화 약세 지속을 점쳤다.

 

더불어민주당은 코스피가 급락하자 하루 만에 세제 개편안에 대한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병기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당내 코스피5000특위와 조세정상화특위를 중심으로 10억원 대주주 기준의 상향 가능성 검토 등을 살피겠다"며 "당정 간 긴밀한 협의로 투자자 불신 해소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코스피5000특위도 입장문을 내고 "정부 안은 국회의 세법 개정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것이지 아직 확정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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