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내수 '깜깜'…"韓 경제 구조조정 필요"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6-02 17:34:25
"AI·양자 컴퓨터 등서 韓 특기 살릴 길 찾아야"
안동현 "대대적인 규제 혁파로 내수 개선 꾀해야"
수출도 내수도 깜깜하다. 한국 경제가 해법을 찾기 힘들 만큼 심각한 위기에 몰렸다.
일시적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 힘든 추가경정예산안, 금리인하 등에 매달리기보다 "전반적인 산업 구조정이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외 41개 기관 중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0.8%), 캐피털이코노믹스(0.5%), 씨티그룹(0.6%), HSBC(0.7%) 등 21개 기관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대로 점쳤다.
특히 소시에테제네랄(SG) 전망치는 0.3%에 그쳐 가장 낮았다. SG를 비롯해 씨티그룹(0.6%), ING그룹(0.6%), JP모건체이스(0.5%) 등 12곳의 전망치가 한은 예상치(0.8%)를 밑돌았다.
수출과 내수 지표가 모두 암울한 탓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5월 수출액은 572억7000만 달러로 전년동월 대비 1.3% 줄었다. 지난 1월 이후 4개월 만의 감소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관세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대미 수출(100억 달러)이 8.1% 줄었다. 대중 수출(104억 달러)도 8.4% 축소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의 관세 조치가 세계 경제와 우리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특히 관세와 관련해 명확한 기준 없이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여 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며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니 다들 움츠러들어 글로벌 무역도 축소되는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됐음에도 내수는 여전히 부진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우리 경제는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줄어드는 '트리플 감소'를 기록했다.
산업생산지수(113.5)는 0.8% 떨어졌다. 재화 소비를 가리키는 소매판매는 0.9% 줄었다. 3월(-0.1%)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설비투자(-0.4%)와 건설기성(-0.7%)도 두 달 연속 축소됐다.
소비심리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3.8(한국은행 집계)로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기준선(100)을 하회했다.
과거 5%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은 현재 2% 초반으로 낮아졌다. 2040년에는 0.6%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21대 대선 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할 것으로 여겨진다. 대선 후 여당이 될 것으로 유력하게 점쳐지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미 20조 원 규모 2차 추경을 검토 중이다.
한은도 하반기에 두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더 인하할 전망이다. 하지만 추경이나 금리인하는 일시적인 효과 이상을 기대하기 힘들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는 "지금 우리 경제는 몰핀이라도 맞아야 할 만큼 심각하다"면서도 결국 추경과 금리인하가 '일시적 효과'임은 인정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 등으로 돈을 풀어도 다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일시적인 효과조차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라며 "최근 화두가 되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양자컴퓨터, 로봇 등 관련 분야 기업에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나라에 반도체, 자동차 정도 외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별로 없다"며 "정부가 구조조정과 적재적소에 예산 투입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 교수는 "AI 등에서 미국, 중국 등을 단지 뒤따르는 걸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다"며 "우리의 특기를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특기는 제조업이므로 AI 등과 제조업 역량을 연계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얘기다. 안 교수는 "대대적인 규제 혁파로 기업 숨통을 트여야 내수 개선을 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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