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쩌란 거냐"…MG손보노조 몰아붙인 설계사들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5-03-17 17:30:38

노조 기자회견 나타나 항의…"고객 떠나고 수입 끊겼다" 호소
약 500명, 같은 배·다른 처지…"고용승계보다 '회사 정상화' 중요"

"'보험금 괜찮냐'는 전화를 매일 수백 통씩 받고 있다. 고객들이 불안해 하는데 우리도 정확히 답변할 수 없어 갑갑하다." (MG손보 전속 보험설계사 A 씨)

 

1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열린 MG손해보험 노동조합의 기자회견에서는 예상치 못한 장면이 연출됐다. 노조의 향후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에 MG손보 소속 설계사 십수 명이 나타나 배영진 노조위원장을 향해 거세게 항의한 것이다.

 

MG손해보험 매각 이슈는 그간 금융당국, 메리츠화재, 그리고 노조의 대립 구도로만 비춰져 왔다. 당국은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조의 몽니'로 매각 협상이 불발됐다는 여론전을 펴 왔고, 노조는 메리츠화재의 적격성을 문제 삼으며 맞섰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약 500명에 달하는 MG손보 전속설계사들은 입장이 전혀 대변되지 않아 패싱을 당했다. 보험계약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지만 매각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된 '잊혀진 당사자들'인 셈이다. 이날 상황은 수면 아래 있던 설계사들의 목소리가 불거진 장면이었다. 

 

▲ 1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배영진 MG손해보험 노동조합 위원장과 MG손해보험 전속설계사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유충현 기자]

 

정규직을 대변하는 노조원들과 특수고용 형태의 설계사들 간 견해차가 선명히 드러나기도 했다. 정규직 직원들에게 고용 승계가 가장 중요한 이슈인 것과 달리 어차피 고용이 보장되지도, 정해진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닌 설계사들은 '회사의 정상적인 운영'이 더 절실했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굴러가야 고객을 만나고 보험영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일이 불안한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장에서는 "노조위원장이 영업가족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회사가 정상화될 때까지 임금이라도 반납해야 하지 않느냐", "빗발치는 문의 전화에 대응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운데, 회사든 노조든 전화 안내라도 도와 달라"는 호소도 나왔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1월 MG손보 인수전에 뛰어든 이후로 노조와 갈등을 빚어 왔다. 결국 지난 13일 MG손보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직원 10%를 고용승계하고 나머지 직원에 대해 6개월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설득에 실패했다. 그렇게 노조 저지로 실사 절차가 계속 지연되자 아예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했다. 

 

설계사 B 씨는 "메리츠화재가 가혹한 최종안을 제시했고 노조가 동의하지 못한 것도 한편으로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노조가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협상에 일방적으로 불참한 것을 보면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MG손해보험 노조원들이 17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설계사들의 가장 큰 불만은 '청산 또는 파산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부분이다. 메리츠화재가 인수를 포기했다고 해서 곧장 회사가 망하는 것이 아닌데도 마치 청산 절차를 밟는 것처럼 알려지면서 계약자들의 불안감이 극대화됐다는 지적이다.

 

설계사들은 금융당국에 대해서도 "MG손보 청산을 기정사실화 하듯 여론전을 펴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했다. 설계사 C 씨는 "특히 MG손보 대표관리인이 가입자들에게 매각협상 최종무산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고객들의 불안이 극에 달했다"며 "우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것은 불안감을 일부러 자극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설계사들은 앞으로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며 공동대응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C 씨는 "수 개월간 신규계약을 체결하지 못해 수입이 없는데 청·파산 이야기까지 나오니 기존 고객마저 이탈하는 상황"이라며 "노조와 회사, 금융당국 모두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우고 있으니 우리 스스로 생존을 위해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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