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 어떻게?…"과표 상향하고 세율 낮춰야"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6-27 17:28:07

"상속세율 너무 높다…20여년 전 과표라 현실과 안 맞아"
소수 부자만 혜택 본다는 지적도…세수 축소도 우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상속세 개편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편집인 포럼'에서 "7월 말 발표할 세법개정안에 이를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상속세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과거부터 여러 차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세율을 낮추고 과세표준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다.

 

현행 상속세법은 우선 자녀 등은 일괄적으로 최고 5억 원까지, 배우자는 최고 30억 원까지 공제해준다.

 

공제 후 남은 상속재산이 과표가 된다. 여기에 1억 원 이하 10%, 1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 20%, 5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 30%, 10억 원 초과 30억 원 이하 40%, 30억 원 초과 50%의 누진세율이 적용된다.

 

보통 서민은 상속세를 낼 일이 거의 없다. 그러나 재산 규모가 큰 부자에겐 심각한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특히 기업 대주주에겐 큰 위협이다. 대주주는 20% 할증이 붙어 최고 60%의 상속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상속을 2번 하면 기업이 국유화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시스]

 

무거운 상속세를 부담하기 힘드니 기업을 해외 사모펀드 등에 매각하는 창업주들도 여럿이다. 2009년 쓰리세븐, 2013년 농우바이오, 2017년 락앤락, 2022년 라이온켐텍 등이 상속세 부담을 이유로 매각됐다.

 

상속세는 증권시장을 억누르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시를 살리려면 무엇보다 상속세부터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상속세 걱정 때문에 오너 일가 등 대주주가 일부러 주가 내리누르려 노력하면서 증시 상승 동력을 해친다는 지적이다.

 

안 교수는 "상속세제가 정해진 뒤 20년 이상 지나 과표가 현재 상황과 맞지 않는다"며 "과표를 올려 현실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물가상승률에 따라 과표가 매년 조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교수는 동시에 대주주 할증 제도는 폐지하고 상속세율도 단계적으로 낮춰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고 상속세율을 15%로 할지, 20%로 할지 등은 좀 더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현 세율이 너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5~10년 정도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상속세 과표를 정할 때 상속인이 아닌, 피상속인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세제에서는 피상속인이 1명이든, 10명이든 상속세 과표가 똑같다. 상속인의 총 재산에서 일정 부분 공제한 뒤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피상속인들은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재산만 나눠가질 수 있다.

 

이를 피상속인이 실제로 받는 재산을 기준으로 과표가 정해지도록 바꿔야 한다는 견해다. 상속인이 남긴 총 재산이 100억이더라도 피상속인 A 씨가 실제로 받는 재산이 10억이라면 10억을 기준으로 과표를 정함으로써 상속세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속세는 이중과세"라며 "캐나다나 호주처럼 상속세를 완전 폐지한 뒤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속재산은 결국 상속인이 소득세 등을 다 내면서 모은 재산이다. 여기에 상속세까지 물리는 건 이중과세로 판단해 캐나다와 호주 등은 상속세가 없다. 현금은 물론 주식, 부동산 등도 팔지 않는 한 피상속인이 세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물려받은 주식, 부동산 등을 매각할 때는 세금이 발생한다. 물려받은 시점의 가격으로 해당 자산을 취득한 것으로 계산해 매각가와의 차익에 대해 자본이득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을 물려받은 피상속인이 계속 경영할 때는 세금을 안 내지만 매각할 때 세금을 내게 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업 매각 대신 경영에 주력하도록 유도해 일자리 안정화 등을 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20여 년 간 물가가 오른 걸 감안해 과표를 상향해야 한다는 데는 찬성했다. 그러나 상속세율 인하에는 신중한 자세를 표했다.

 

하 교수는 "소득세, 재산세 등 타 세제와 함께 세율 조정을 논의해볼 순 있다"며 "하지만 상속세만 세율을 내리는 건 온당치 않다"고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속세율이 너무 높아 일정 부분 조정이 필요하다"며 "대주주 할증을 폐지하고 최고 세율을 30~40% 수준으로 낮추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상속세 개편이 부의 대물림을 통한 빈부 격차 고착화를 야기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세수 축소도 고려해야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속세수는 총 12조3000억 원이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한국노총, 참여연대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속세 개편 반대 의사를 표했다. 이들은 "상속세 과세 대상은 2022년 기준 100명 중 4.5명에 불과하고 상속세 최고세율 50%를 적용받는 인원은 955명뿐"이라며 상속세 개편 혜택이 소수 부자들에게만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이어 "감세 정책을 철회하고 세수를 늘려 재정의 역할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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