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주차 금지'·'충전기 고장'…아파트 전기차 거부는 합법? 불법?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8-08 17:42:06

'청라 아파트 화재' 후 전기차 두고 아파트 입주민들끼리 분쟁
전기차주들 "전기차 거부는 불법"이라지만 전문가들 "불분명"

'청라 아파트 화재' 사건 이후 여러 아파트 단지들이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진입을 막기 위해 다양한 수단을 쓰고 있다.

 

지하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들이 고장났다며 사용을 막거나 아예 전기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전기차주들은 "불법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합법·불법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관련 법규를 깔끔하게 정비하기까지 아파트 주민들 간 분쟁이 지속될 전망이다.

 

서울시 A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전기차주 김 모(42·남) 씨는 8일 "며칠 전부터 지하주차장 모든 충전기가 사용 금지된 상태"라고 밝혔다. 충전기가 설치된 주차구역 전부가 노란 테이프로 둘러쳐져 접근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김 씨는 "아파트 관리실은 충전기가 고장나 사용하면 위험하니 사용을 막은 거라고 했다"며 "수리 시점에 대해선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전기차 충전을 금지한 것"이라며 "마땅히 충전할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서울시 B 아파트 단지는 입주자대표회의 결정을 통해 피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지하주차장 출입을 금했다. 전기차 충전기는 지상으로 옮기기로 했다.

 

▲ 청라 아파트 화재로 전소된 차량들. [뉴시스]

 

지난 1일 인천시 서구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전기차 벤츠EQE에서 일어난 화재의 여파가 상당하다. 게다가 지난 6일 충남 금산주차타워에서도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경계심을 더욱 높였다.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여러 기업들은 전기차는 지상주차장에 주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문제는 아파트 단지들이다. 최근 신축 아파트 단지들은 지상주차장이 없어 전기차를 주차할 곳을 따로 마련하기 힘들다. 또 모든 동의 지하주차장이 서로 연결돼 있어 화재가 날 경우 피해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전기차주와 그렇지 않은 주민 간 갈등과 분쟁이 커지는 것도 사회적 피해다.

 

몇몇 전기차주들은 과거 판례를 들고 와 "특정 유형의 차량이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는 걸 막는 건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법조계 관계자는 "그 판례는 이번 청라 아파트 화재가 발생하기 전"이라며 "이 정도로 큰 사건이 벌어지면 판례도 뒤집히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불법일지 합법일지는 실제 재판까지 가봐야 알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영석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이미 여러 아파트 단지들은 단지 내에 택배 차나 캠핑카가 못 들어오게 막고 있다"며 "특정 유형의 차량 진입을 금지하는 게 반드시 불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공동주택관리법의 정확한 취지는 '정부는 웬만하면 개입 안 한다'로 볼 수 있다"며 "즉,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장이 났다는 이유를 들이밀며 전기차 충전기 사용을 막는 건 더 애매하다. 법조계 관계자는 "전기차주가 실제로 고장이 나지 않았으며 단지 전기차 충전을 막기 위한 조치란 걸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소송까지 가서 이긴다 해도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전기차주로선 상처뿐인 승리"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결국 명확한 법규가 없기 때문"이라며 "전기차가 생산 및 보급되고 대중의 일상에 자리 잡는 초기 단계라 법규가 미비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와 각계 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관련법규를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KPI뉴스 / 안재성·정현환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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