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에 시름하는 상업용 부동산…"빌딩 굴리느니 은행예금이 낫네"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4-06-06 11:34:59
서울 공실률은 소폭 하락했지만…임대료 못 받는 '좀비상가' 많아
그나마 사정 낫다는 오피스 수익률도 은행 예금금리에 못 미쳐
경기 침체로 상업용 부동산도 부진한 모습이다. 서울 주요 상권조차 임차인을 찾지 못해 '공실'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오피스(업무시설) 시장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 수익률은 은행 예금금리에도 못 미치고 있다.
5일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R-ONE)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강남권 공실률은 5.2%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상승했다. 서울 핵심상권임에도 공실이 빠르게 늘었다.
도산공원 상권 공실률은 무려 20.3%에 달했다. 한때 고급 상권의 대명사로 소비자가 북적였던 것이 무색하게 5곳 중 1곳이 텅 비었단 얘기다. 1년 전에 비해서는 2.3배, 2년 전에 비해서는 3.5배 급등했다.
이밖에 논현역과 신사역 주변 공실률이 각각 66.7%, 28.6% 오르는 등 강남권 여러 상권에서 올 들어 공실률이 빠르게 상승하는 흐름이 보인다.
통상 업계에서는 5% 정도를 자연공실률이라고 본다. 도심지의 남대문(12.7%), 동대문(11.5%), 충무로(11.6%) 상권의 공실률은 자연공실률의 2배를 훌쩍 넘었다. 그 밖에 서울 기타 권역 중에서는 화곡(19.5%)과 영등포역(11.1%), 당산역(7.9%), 잠실·송파(7.4%) 등 지역에 빈 점포가 많았다. 천호(5.5%) 상권은 수치 자체로 높진 않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2.4배나 증가했다.
서울 전체 공실률은 5.4%로 전년 동기(6.5%) 대비 소폭 줄었다. 하지만 사실상 임대료를 받지 못하는 '좀비 상가'가 많아졌기 때문에 시장이 회복됐다고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동대문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 씨는 "상황이 급박해진 임대인들이 몇 개월씩 임대료를 받지 않는 '랜트프리' 기간을 두면서까지 임차인을 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업용 부동산의 고전은 고금리로 소비자들의 씀씀이가 위축된 상황에서 온라인 중심의 소비가 확산되는 등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KB금융지주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공실률 증가와 임대가격 하락,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투자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전반적으로 시장 위축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상가 수요가 당분간 증가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오피스 시장은 상가와 비교하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부동산원이 조사한 전국 오피스의 임대가격지수는 전분기 대비 0.93% 상승했다. 중대형상가(0.04% 하락), 소규모상가(0.13% 하락), 집합상가(0.07%) 등 모든 상가유형의 임대가격이 떨어진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투자자산'으로서 매력은 높지 않다. KB부동산이 산출한 1분기 서울 오피스 부동산 '실효운영수익률'은 3.44%다. 1년 전(3.31%)보다는 올랐지만 여전히 시중은행 예금금리 4월 기준 연 3.53%)에도 못 미친다. 임대료, 관리비, 공실률, 영업경비 등을 신경쓰면서 골치 아프게 오피스 부동산을 운용하느니 그 돈을 은행에 넣어두는 게 나은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상업용 부동산의 거래도 전반적인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집계된 상가·오피스 거래량은 5.8%, 거래금액은 18.6% 떨어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매물이 많아도 매도자와 매수자의 눈높이가 달라 가격 조율이 쉽게 이뤄지지 못 한다"며 "경매시장에도 상가 물건이 쏟아지지만 좀처럼 낙찰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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