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국민과 트럼프 입맛에 맞는 요리 내놓을까

김당

| 2018-09-17 16:53:57

3대 의제는 남북경협·적대관계 해소·비핵화 촉진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정상회담(이하 평양 정상회담)의 주제는 4·27 판문점 1차 남북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다. 


판문점 정상회담의 슬로건은 ‘한반도 평화의 길로 가는 새로운 이정표’였다. 평양 정상회담의 표어는 ‘평화, 새로운 미래’다. ‘남과 북이 함께, 새로운 미래를 열자’는 국민 염원을 담았다는 것이 청와대 측 설명이다. 


‘남과 북이 함께 여는’ 평양 정상회담의 궁극적 관객은 우리 국민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과 민주당을 다 포함하듯, 우리 국민에도 야당과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도 포함된다. 

 

▲ CG 김상선


문재인-김정은, 국민과 트럼프 입맛에 맞는 요리 내놓을까

회담을 요리에 비유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회담의 식탁에 트럼프와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메뉴’를 내놓아야 할 요리사다. 문제는 우리 국민과 트럼프 모두 판문점 회담(4. 27)과 싱가포르 회담(6. 12) 때보다 입맛이 까다로워졌다는 점이다. 김정은 요리사가 ‘뜸’을 들이느라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이다.

1차 정상회담 3대 메뉴(의제)는 △남북관계의 전면적·획기적 발전 △군사적 긴장완화와 상호 불가침 합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이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5일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와 발표한 평양 정상회담의 3대 메뉴는 △판문점 선언 이행 성과 점검과 향후 추진 방향 확인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위한 문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방안 협의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 개선 △비핵화 북미대화 촉진 △남북 간 군사적 긴장과 전쟁위협 종식을 3대 의제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금씩 바뀌었지만, 평양선언에 담길 3대 핵심 의제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경협 △군사적 긴장과 적대관계 해소 △비핵화 촉진이다.

남북경협은 두 정상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의제

우선, 남북경협은 두 정상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의제이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가 경제다”고 했다. 비판적 여론이 예상되었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대기업 총수와 기업인들이 특별수행원으로 대거 포함된 것도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경제건설 총력집중 전략 노선을 실현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조선반도와 그 주변의 평화적 환경을 필요로 한다”(8월4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고 평화를 강조했다. 북-미 관계 진전이 예상보다 더디더라도 남북 경협과 적대관계 해소를 통해 공동번영의 길을 열어나가겠다는 공통인식이 깔려 있다.

청와대가 16일 발표한 특별수행원 명단에 장기 중단 상태인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사업과 관련된 개성공단기업협회장과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수행단에 포함된 것은 문 대통령의 ‘평화 경제’ 의지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4대 그룹 대표를 포함해 포스코·코레일·한국관광공사 대표자들이 포함된 것은 당장의 경협보다는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 이후’를 염두에 둔 광범위한 경협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남북 경협을 위해서는 유엔의 제재 완화 및 해제 말고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긴장 완화와 적대관계 해소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 임종석 실장이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판문점선언에서 합의된 내용에 대해서는 더 구체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협의할 것"이라며 "다만 매우 엄격한 국제제재가 있어 실행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뚜렷한 경계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남북한 적대관계 해소는 메인 요리로 식탁에 오를 가능성 


▲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차려진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임종석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뉴시스]

남북한의 적대관계 해소는 이번 평양정상회담의 메인 요리로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남북 정상이 이 요리를 얼마나 잘 만들어 내놓느냐에 따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국민적 합의와 평화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4월27일 1차 정상회담 뒤 공동발표한 ‘판문점 선언’에서 “한반도에 더는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는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숱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시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불가역적 평화 여정의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남북은 이미 장성급·실무 군사회담 등을 통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의 얼개를 마련했다. 정의용 실장은 13일 서울안보대화 기조연설에서 “단계적 군축 실현”(판문점 선언 3조2항)으로 진입할 튼실한 디딤돌을 ‘평양 정상회담’에서 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임종석 실장도 "실제로 무력충돌의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전쟁의 위험을 해소하는 의미 있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이 자체로 종전선언·평화협정과 연결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종전선언·평화협정을 촉진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아울러 "실질적 합의가 타결되면 그 자체로 전쟁위험을 제거하고 무력충돌 위험을 줄일 뿐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촉진에도 의미가 클 것"이라고 짚었다.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군사적 대치와 적대 관계 해소를 통해 비핵화와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튼다는 복안이다.

비핵화 의제는 ‘트럼프 맞춤형 메뉴’…실천적 방안’ 없으면 블랙홀


비핵화 의제는 북-미 대화를 촉진하기 위한 ‘트럼프 맞춤형 메뉴’다. 비핵화 의제는 과거의 역대 남북 정상회담 식탁에 한번도 의제로 올라온 적이 없는 메뉴다. 그만큼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북미 대화의 교착을 풀어내야 한다는 절박감을 반영하는 것이다.

임 실장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핵화 의제는 북미 간에 다뤄지고, 저희가 이 의제를 꺼내도 북한도 미국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비핵화가 매우 중요한 의제가 됐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비핵화 북미대화 촉진에 대해 "북미가 새로운 평화관계를 설정하기 위해 진정성 있는 대화를 조속히 재개, 북한의 진전된 비핵화와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가 추진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두 정상 간 진솔한 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수석협상가 역할을 해달라고 했고,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의제의 핵심은 두 정상이 협의할 비핵화의 ‘실천적 방안’이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핵 신고 리스트와 종전선언의 맞교환’ 방식이 합의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천적 방안’에 진전이 없을 경우 평양정상회담의 다른 성과까지도 집어 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도 있다.

임 실장도 "이번에는 비핵화라는 무거운 의제가 정상회담을 누르고 있다”면서 “이 대목이 이번 회담에 대해 저희가 매우 조심스럽고 어떤 낙관적 전망도 하기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의) 성과를 내야 하는 기대감이 있지만, (여건이) 제한적”이라며 “두 정상이 얼마나 진솔한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진전에 대한 합의가 나올지, 그런 내용이 합의문에 담길지, 아니면 구두합의로 발표될지 이런 모든 부분이 저희로서는 블랭크(빈칸)"라고 답했다.

의제에 없는 ‘서브 메뉴’ 이산가족 해결과 제주 답방 가능성

한편, 추석 연휴를 앞두고 열리는 시점을 감안하면, 3대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이산가족 상봉 의제가 ‘국민 맞춤형 서브 메뉴’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임 실장은 17일 “이산가족의 고통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방안도 별도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실장은 "문 대통령이 계속 강조하는 내용이자, 북한도 적극적인 의사가 있다”면서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피력했다.

역시 정식 의제에는 들어 있지 않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남쪽 답방을 합의할지도 관심사이다. ‘남과 북이 함께 여는 불가역적 평화’를 담보하려면 남북 정상회담의 정례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4·27 판문점 회담은 군사분계선 남쪽이긴 하지만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이라는 특수지역에서 이뤄졌다. 북한 체제의 특성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김 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제주 답방과 4차 정상회담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다면 남북 정상회담의 새 장이 열린다는 의미가 있다.

 

KPI뉴스 / 김당 기자 dang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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