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손실 100% 배상안 나올까…'ELS 폭탄'에 은행 긴장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1-19 17:45:57
은행원들 "대부분 ELS 투자 경험자고 설명의무 다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만기가 이달부터 시작되면서 막대한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다. 충격을 받은 ELS 투자자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금융사의 손실 보상은 피할 수 없는 분위기로 흐르는 가운데 특히 고령층이 더 두터운 보상을 받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홍콩H지수는 한국시간으로 19일 오후 4시 50분, 전거래일 대비 1.08% 떨어진 5116.33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대거 판매된 2021년 평균(1만44) 대비 49.1% 폭락한 수준이다.
해당 ELS들은 보통 만기 시점의 지수가 가입 시점의 65% 혹은 70% 미만일 경우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미 손실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의 홍콩H지수 ELS 판매 잔액은 총 19조3000억 원이다.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000억 원의 만기가 올해 안에 도래한다. 이 중 상반기에만 10조2000억 원의 만기가 몰려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이 여전해 홍콩H지수가 상반기 안에 크게 오르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머리를 저었다. 이날까지 만기가 돌아온 ELS 대부분에선 50% 가량 손실이 발생했다.
민원이 쏟아지면서 금감원은 지난 8일부터 ELS를 판 주요 금융사 12곳에 대해 불완전판매 여부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전체 투자자 중 약 30%를 차지한다고 알려진,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사가 상품을 판매하면서 자필서명과 녹취를 확보했다고 하나 자기 면피 조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고령 투자자에게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을 권유한 것 자체가 적정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손실 금액이나 피해자 규모가 워낙 커 금융사가 어느 정도 부담을 떠안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며 "고령층에 대한 보상폭이 더 클 듯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만약 금융당국이 고령층에 대한 ELS 판매 자체가 부적정하다고 판단하면 피해자는 100%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며 "그 경우 금융사 부담이 너무 커진다"고 우려했다.
은행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행에서 팔린 ELS 비중이 82%(15조9000억 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자칫 은행별로 수 조 원의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자연히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불완전판매는 없었다는 항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상품에 대해 충실히 설명하고 투자자 성향도 다 파악한 뒤 팔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령층 ELS 가입자 중 약 90%가 ELS 투자 경험자"라며 "이분들이 ELS의 원금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해 몰랐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는 "무엇보다 피해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금융사가 번번이 손실 보상을 하는 건,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