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대책' 담긴 전세사기 보완책에 "실효성 의심"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 2024-01-15 17:22:08
공공매입 '0건', 높은 문턱 여전…국토부 "불법건축물·반지하 매입 불가"
다가구주택 매입 동의요건 '임차인→피해자' 바꿨지만, 이해관계는 그대로
법률대행 비용지원 '확대'했다더니…250만원 한도서 140만원으로 뒷걸음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전세사기 피해지원 보완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들에게 별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에는 전세사기 예방과 피해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세사기 지원책의 핵심으로 '피해주택 협의매수 제도 도입'이 대표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피해주택을 시세(감정가)에 매수함으로써 기존 방식인 경·공매보다 빠르게 피해자들의 보증금 반환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매입 대상 범위가 협소한 것으로 지적된다. 협의 매수 대상에는 선순위 근저당이나 압류·가압류 등이 없이 권리관계가 깨끗한 주택만 포함된다. 다가구나 불법건축물 등 전세사기가 다수 발생한 주택 유형은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부분 피해자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려운 내용이다.
피해주택 공공매입 문턱이 높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었다. 지금까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1만994명(이달 5일 기준) 중 LH에 피해주택 매입을 신청한 건수는 141건(지난달 기준)이다. 전체 피해자의 1.3%에 불과하다. 매입이 완료된 사례는 0건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협의매수 방식을 도입하더라도 공공임대로 사용할 수 없는 불법건축물이나 반지하 주택은 여전히 매수할 수 없다"며 "매입 실적이 적은 것은 피해주택에 대한 경·공매가 진행 중이거나 중단된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철빈 전세사기 피해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근저당뿐 아니라 세금 압류도 전혀 없어야 매입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이 기준에 해당되는 피해주택이 얼마나 될 것인지 의문"이라며 "실제 효과를 기대한 대책이라기보다 '구색 맞추기'용으로 보인다"고 혹평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14.5%(1587세대)에 이르는 다가구주택 매입요건을 '임차인 전원 동의'에서 '피해자 전원 동의'로 변경한 부분도 도마에 오른다.
다가구주택은 다세대주택과 달리 소유권이 하나이기 때문에, 개별 등기가 되지 않는다. 피해자들이 피해 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활용하려면 임차인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선순위 세입자는 경매를 원하고 후순위는 경매를 원치 않는 등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이 있었다. 이에 임차인 전원 동의 규정을 전세사기 피해자 전원동의로 바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사례에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여러 세입자가 한 임대인과 계약하는 다가구주택의 특성상 해당 주택의 임차인은 모두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임차인'을 '피해자'로 바꾸더라도 선순위 임차인과 후순위 임차인 사이에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후순위 임차인 동의만으로도 LH 주택 매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지키지 않은 셈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법률전문가 대행 비용(1인 당 140만 원) 지원 규모도 당초 예정했던 것보다 후퇴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10월 6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보완방안'에는 법률 전문가 지원 한도액이 1인 당 250만 원으로 돼 있다. 140만원은 당초보다 44%(90만 원) 준 것이다.
박효주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정부 발표 내용은 실질적인 보완 없이 '수박 겉 핥기'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눈가림을 그만두고 국회에서 처리중인 '선구제 후회수' 방안과 같은 근본적인 대책에 적극 나서는 것이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이번 대책의 핵심은 비아파트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인데, 비아파트 주택은 공급이 부족하기 보다 신뢰를 얻지 못해 이미 있는 주택도 공실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과 재발방지 대책 등 신뢰회복 없이 공급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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