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끝나나…고유가에 다시 달리는 전기차 시장

한상진 기자

shiraz@kpinews.kr | 2026-04-03 17:53:59

자동차 대리점 "전기차 문의 2~3배 증가"
신규 등록 170% 급증, 판매 '역대 최대' 행진
보조금이 변수…일시 반등이냐, 구조적 회복이냐

"요즘은 전기차 문의가 훨씬 많습니다."

 

3일 서울 여의도 A 자동차 대리점 관계자는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를 찾는 소비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장기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빠졌던 전기차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 2일 서울시내 주차장 안 전기차 충전소. [뉴시스]

 

실제 판매에서도 변화가 뚜렷하다이 관계자는 "판매 비중을 놓고 봤을 때 원래는 내연기관차 40%, 하이브리드차 40%, 전기차 20%이었다면 이제는 비중이 거의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 관계자는 "전기차 관련 문의가 작년보다 2~3배 늘었다""체감상 전기차 판매가 더 많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 2월 국내 전기차 신규 등록은 3만5693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70% 증가했다. 전기차 월간 판매가 3만 대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직전 최다 기록은 지난해 9월 2만8519대로 이와 비교해도 25.2% 증가했다.


완성차 업체들도 전기차 판매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친환경차 국내 판매량은 1~3월 6만214대로 1분기 기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1분기 전기차는 1만9040대,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3만9597대로 각각 역대 1분기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지난달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은 7809대로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기아는 1~3월 77만9169대로, 역대 1분기 최다 판매를 기록 했는데 전기차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기아의 1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3만4303대로 역대 분기 최다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달 전기차 판매량은 총 1만61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9% 늘었다.

 

중고 전기차 판매도 40% 증가했다. 실제로 차량 5부제 시행 이후 전기차 구매 문의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중고차 플랫폼에서는 전기차 문의가 2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수요 회복 배경에는 고유가가 있다. 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연료비 부담이 커지자 유지비가 낮은 전기차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완성차 업체들의 가격 인하, 신차 출시도 수요를 자극한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중동 사태로 인한 석유 수급 문제 대안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도 석유 수급 불안정의 대안으로 전기차 확대 필요성을 언급했다. 

 

자동차 업계도 인프라 구축 등으로 보조를 맞출 계획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충전 과정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플러그앤차지를 확대한다. 플러그앤차지는 충전 케이블을 차에 연결하면 원스톱으로 충전과 결제까지 마칠 수 있는 국제 표준 기술이다. 올해 1분기 이 기술을 적용한 충전소를 1500곳 이상으로 확대하고, 하반기에는 완속 충전기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전기차 시장이 본격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긴 어렵다. 시장 회복의 가장 큰 변수는 보조금이다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이미 소진됐거나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3일 기후환경에너지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의 지자체별 보조금 지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160개 지자체 가운데 40곳은 전기승용차 보조금이 바닥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차 보조금은 전기차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24년까지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2025년에는 다시 증가세로 전환됐다"며 "정부가 전기차 수요 확대를 위해 보조금 정책을 확대하거나 재도입하는 등 정책 지원을 강화한 것이 주요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모빌리티산업협회 권오찬 수석(보고서 저자)은 KPI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조금은 전기차 판매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면서도 "전기차 보급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국산 전기차 보급 확대도 중요한 만큼 국내 생산 기반 강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용 기여 등 측면에서도 국산 전기차가 많이 보급되는 것이 중요한 만큼, 현재 논의 중인 국내 생산 촉진 세제 지원에 전기차도 포함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 수석은 "전기차 보조금의 경우 국비와 지방비로 구분되는데 국비와 지방비는 매칭을 해서 진행된다(국비 100% 받으면 지방비도 100%, 국비 50% 받으면 지방비도 50% 받는 식)"며 "결국 지방비가 높을수록 전체 보조금이 올라가는 만큼 전기차 확대를 위해 지방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고유가로 전기차가 많이 팔려 지방비 소진이 너무 빨리 되고 있다"며 "상반기 예산의 경우 승용차는 60%, 화물차는 80%가 소진됐는데, 화물차 예산이 이번에 추경이 된 것처럼 (승용차 지방비 편성에도) 지자체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결국 고유가라는 외부 변수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반등에 그칠지, 본격적인 수요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정책과 시장 환경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KPI뉴스 / 한상진 기자 shiraz@kpinews.kr

[ⓒ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WEEKLY 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