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재판'의 끝, '김건희 특검' 수사 본격화…꼬리 무는 정경유착 의혹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 2025-07-14 17:16:41

이재용 1심 재판부 "정경유착 병폐, 과거 아닌 현실"
삼성물산 부당 합병 최종 판결 앞둬
'김건희 특검'은 김범수 등 CEO 소환 통보
과거 코바나컨텐츠 전시에 대기업들 협찬

"대한민국의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이 관련된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로 인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

 

2017년 당시 '박영수 특검'의 국정농단 사건 기소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내린 유죄 판결문 중 일부다. 이 회장은 2·3심을 거쳐 2021년 초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구속됐다. 같은 해 가석방, 광복절 특별 복권이 이뤄졌으나 이 회장 사건은 정경유착이라는 구시대 망령이 여전하다는 상징으로 남았다.

 

▲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4월 1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떠나고 있다. [뉴시스]

 

이 회장은 오는 17일 또 한 번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국정농단 뇌물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와 연계된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사건은 이제야 최종 판단을 받는다.

 

기업 수사에서 국정농단의 그림자가 끝자락이라면 '김건희 특검'은 또 다른 시작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이른바 '집사'로 불리는 측근의 부실 회사에 자금을 투자한 기업들, 코바나컨텐츠 전시에 후원했던 기업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비롯해 관련 기업들의 최고경영자 소환 통보가 진행되면서 수사는 본격화하고 있다. 

 

8년 전 법원이 지적했던 것처럼 국가 근간을 훼손하는 구태가 반복됐다면 더 큰 '신뢰감 상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대법원의 이 회장 판결은 10년째 이어온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의 최종 판단이라는 의미가 있다. 지난해 1심에 이어 올해 2월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내려졌다.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만을 위해 이뤄졌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합병 비율도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의도적으로 불리하게 책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골자였다. 

 

대법원은 하급심의 법리 적용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따진다는 점에서 유죄로 뒤집힐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삼성전자는 AI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개발에서 뒤처지면서 위기감이 높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도 절실하다. 그런만큼 이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고 경영에 전념해야 한다는 바람이 적잖다. 

 

하지만 정경유착을 인정한 국정농단 판결에 비쳐 삼성물산 합병도 정상적 절차로 보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대법원은 2019년 8월 국정농단 사건 판결문에서 "삼성그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승계작업을 진행하였음을 알 수 있다"며 "대통령 권한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그에 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무행위와 제공되는 이익 사이에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었고 부정한 청탁의 내용이 될 수 있다"고 적시한 바 있다. 

 

김건희 특검은 이제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있다. 오정희 특검보는 14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집사 게이트' 사건과 관련해 사건의 실체를 신속히 규명하고 증거 인멸 방지를 위해 우선 사모펀드에 184억을 투자한 기관 및 회사 최고 의사결정권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번 주부터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조현상 HS효성 회장, 윤창호 전 한국증권금융 사장,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에게 오는 17일까지 출석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 집사로 불리는 김모씨가 운영한 렌터카 업체 IMS가 심각한 부실 상태였음에도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한국증권금융 등이 180억 원을 투자한 배경에 정경유착의 고리가 있는 지를 파악하는 게 수사의 골자다. 투자 자금이 김 여사씨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도 규명해야할 대목이다. 

 

'집사' 김씨는 2010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 과정에서 김 여사를 만나 친분을 쌓았고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의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는 '김건희 특검'의 기업 수사에도 거론되는 이름 중 하나다. 오정희 특검보는 지난 10일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에 기업들이 뇌물에 해당하는 협찬을 제공했다는 의혹 사건에 대해 준비 기간부터 과거 수사기록을 새로이 재검토했다"며 "더 이상의 의문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다. 

 

김 여사가 운영한 코바나컨텐츠가 2015년부터 개최한 전시회에 협찬한 대기업 명단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 LG전자, 포스코, GS칼텍스 등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2016년에 대전고검에 있다가 그해 말부터 이듬해 5월까지 국정농단 사건 특검 수석 파견검사로 일했고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냈다. 특히 2019년 6월부터 9월까지 열렸던 '야수파 걸작전'에는 윤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후보 추천 이후 협찬사 수가 급증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KPI뉴스 / 박철응 기자 hero@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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