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예고 없는 대출규제…"효과적 방식" VS "피해자 양산"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5-09-08 17:12:14
대출 막힌 차주 '울상'…서민 '주거 사다리' 절단 우려도
또 예고 없이 대출을 막는 사태가 벌어졌다. 금융당국은 '기습 방식'이 효과적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불측의 피해를 입은 예비 차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8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일요일인 전날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기존 50%에서 40%로 축소하기로 했다. 기존 규제지역 30%, 비규제지역 60%였던 주택매매·임대사업자 LTV는 0%로 줄여 사실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다.
또 1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전세자금대출 한도를 기존 최대 3억 원에서 최대 2억 원으로 축소했다.
특기할 만한 대목은 대출규제가 이날부터 즉시 시행된다는 점이다. 이번 '9·7 부동산대책'의 대출규제도 지난 '6·27 부동산대책'처럼 예비 차주들이 대비할 시간조차 안 주고 즉시 실행으로 방향을 잡았다.
금융위원회 측은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 7월 1일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를 시행한다고 예고하자 그 전에 대출받으려는 수요가 쏠려 6월 가계대출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처럼 정책 발표와 시행 사이에 여유 기간을 두면 그 사이 대출 수요가 몰려 의미가 없어진다"며 "가계대출 억제라는 목적을 이루려면 예고 없는 시행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출을 계획하던 예비 차주들에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다. 40대 직장인 A 씨는 "가을에 집을 한 채 사려고 계획 중이었는데 갑자기 LTV 한도가 줄어 곤란해졌다"며 "자금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 하는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50대 직장인 B 씨는 전세대출 한도 축소로 피해를 입었다. 그는 "보유 주택은 경기도에 있지만 자녀 교육 때문에 서울에 전셋집을 구하고 있는데 예고도 없이 정책을 실행하니 깝깝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1주택자가 전셋집에 사는 게 죄라도 짓는 것처럼 괴롭히는 건 너무 하다"고 비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날 갑자기 대출 한도가 축소된다는 소식에 놀란 예비 차주들로부터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다들 무척 당황한 모습"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집값을 잡는다는 미명 하에 거듭된 대출규제 강화가 결국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끊는 부작용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전세로 살면서 목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게 서민의 전형적인 '내 집 마련' 루트였다"며 "거듭된 대출규제 강화는 이를 걷어차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같은 의견을 표하며 월세 가격 상승도 우려했다. 전세대출 규제가 심화될수록 다수 세입자들이 전세에서 월세로 밀려나 월세 가격 오름세를 부추길 거란 진단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대출을 계속 막으니 의사 등 초고소득자 외에는 '흙수저'가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꿈을 꾸기 힘들어졌다"며 "이제 집은 돈 있는 사람만 사는 '사치재'가 되는 흐름"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렇게까지 해도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정부 대책을 평가절하했다. 그는 "'살고 싶은 집'을 공급해야 효과가 있다"며 "공공임대주택 등 공공 부문이 공급하는 주택은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집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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