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홍콩 ELS' 데자뷔...또 금융사에 손실 떠넘기는 정부
하유진 기자
bbibbi@kpinews.kr | 2024-07-29 17:38:22
"'티메프'가 잘못했는데 고객 피해는 카드사-PG사가 물어야"
"'홍콩 ELS'는 은행 직원의 불완전판매…자필로 안 쓰여진 곳도"
데자뷔다. 올해 초 홍콩 H 지수에 연계된 주가연계증권(ELS)이 대규모 손실을 냈을 때 정부는 은행과 증권사들에게 투자자 손실금을 물어주라고 압박했다.
최근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에서도 돈을 내고 상품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에게 환불 책임은 티몬-위메프(티메프)가 져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부는 카드사와 전자지급결제대행사(PG사)가 대신 환불해주라고 윽박지른다.
"너희들은 돈이 있으니 소비자 피해를 대신 물어주라"는 태도에 시장경제 원칙은 실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PG사 토스페이먼츠는 29일 오전 8시부터 고객에게 자체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은 이의신청 링크에 이름, 전화번호, 상품을 결제한 날짜, 결제 금액 등을 입력하면 최종 처리 결과를 문자로 안내받을 수 있다.
다른 PG사 NHN KCP, 다날도 이날부터 자체 이의제기 신청 채널을 열고 관련 접수를 받기 시작했다.
| ▲ 티몬이 환불 접수를 받기 시작한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티몬 신사옥에서 소비자들이 대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전날부터 간편결제 3사(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가 티몬·위메프 결제 건에 대한 취소를 접수했다.
카드사도 이미 며칠 전부터 결제 취소 및 환불 절차를 실시하고 있다. 모두 정부가 피해자 구제에 나서라고 등을 떠밀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7일 10개 PG사 임원을 소집해 "최근 티몬·위메프와 신용카드 결제 및 결제 취소를 중단한 것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피해자 구제를 하면서 생긴 손실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카드사와 PG사가 함께 손실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손실은 수백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올초 '홍콩 ELS 사태' 대응과 비슷한 모습이다. 피해 규모가 커지자 정부가 개입했고 ELS를 판매한 은행, 증권사 등은 '울며 겨자먹기'로 투자자들의 손실금을 일정 부분 보상해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가 지는 게 자본주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콩 ELS 사태' 피해자 A 씨는 "은행 직원의 불완전판매"라고 주장한다. A 씨는 "은행 직원이 원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는 위험한 상품이 아니라 정기예금과 비슷하다고 소개했다"며 "가입 서류에 고객이 자필로 기입해야 하는 곳에 은행 직원이 대신 기입한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불완전판매니 은행이 물어주는 게 당연하다는 태도다.
'티메프 사태'에서 대금 결제 후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해 환불을 추진하는 소비자들에 대한 책임은 엄연히 정산 지연을 초래한 티몬-위메프에게 있다.
정부는 그러나 티몬-위메프에게 환불해줄 만한 자금이 남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카드사-PG사에게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유는 단지 그들에게 '돈이 있어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 정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자본주의나 시장경제 원칙은 내버린 채 그저 '너희들이 돈이 있으니 대신 물어주라'고 하는 태도는 황당하기 짝이 없다"고 분개했다.
PG사 관계자는 "정말 억울하지만 정부가 저토록 압박하니 환불해주지 않을 도리도 없다"며 "손실 규모가 얼마나 될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KPI뉴스 / 하유진 기자 bbibb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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