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하방 요인 혼재된 국제유가…"80달러 전후 등락 거듭할 듯"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5-28 16:56:40
국내 휘발윳값 안정 '기대'…"유류세 인하 혜택 중단은 어려워"
배럴당 100달러 전망이 나올 정도로 치솟던 국제유가가 5월 들어 하향안정세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 등 상승 요인은 여전하지만 원유 수요 감소, 미국의 비축유 방출 등 하락 요인도 섞여 유가가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배럴당 80달러 주변을 맴돌 것으로 예측한다.
2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1.07% 오른 배럴당 78.5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1.19% 뛴 83.10달러를 기록했다.
이스라엘의 라파 공습으로 수십 명이 사망하는 등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며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약간 오르긴 했으나 이달 들어 국제유가는 전달과 달리 하락세다. 70달러대로 내려온 WTI는 좀처럼 80달러 선을 뚫지 못하고 있다. 지난 23일(현지시간)엔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 2월 23일 이후 최저가를 찍었다. 브렌트유도 80달러대 후반까지 치솟았던 4월과 달리 5월에는 주로 80달러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확전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던 4월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는 여전하지만 유가를 끌어내리는 요인들도 함께 등장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비축유(휘발유)를 적극 방출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은 27일(현지시간)부터 독립기념일(7월 4일)까지 매일 100만 배럴의 휘발유를 방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의식해 유가 안정에 힘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어든 점도 유가 하락에 한 몫 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모임인 OPEC+의 원유 감산 지속에도 균열이 가고 있다.
이란 정부가 최근 원유 생산량을 일일 400만 달러로 늘리는 계획을 승인했다고 주요 외신이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OPEC+ 회원국들이 보조를 맞추기보다 자국의 이익을 더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OPEC+가 다음 달 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기로 한 대면 회의를 최근 화상 회의로 전환한 것에 대해 "감산 철회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선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이전 고점을 상회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현 시점에서 강한 상승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에 대해 "지정학적 리스크 등 상방 요인과 비(非) OPEC+ 국가의 증산 등 하방 요인이 혼재돼 있다"며 "한동안 80달러 전후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립증권리서치사 더프레미어 강관우 대표도 상·하방 요인이 혼재된 점에 주목하면서 "80~90달러 사이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유가가 현 수준에서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다. 우선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이 안정될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5월 넷째 주(5월 19∼23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리터(L)당 11.9원 내린 1691.0원을 나타냈다. 3주 연속 내림세를 그리며 4월 셋째 주(1695.1원) 이후 5주 만에 1700원을 밑돌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리터당 1800원을 넘보던 휘발유 가격이 1700원 아래로 내려간 건 반가운 소식"이라며 "앞으로도 국제유가가 뛰지 않는다면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현 수준에서 안정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다만 아직 유류세 인하 조치를 중단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본래 지난 4월 말로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하 조치를 6월 말로 2개월 더 연장했다. 최근 휘발유 가격이 하락세지만 유류세 인하가 중단되는 순간 리터당 1800원을 넘을 수 있어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유가 안정은 한은의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3일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 후 열긴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경향이 확인돼야 금리인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9%로 3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아직 한은이 보기에 높은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가가 고공비행하면 한은이 금리인하 타이밍을 잡기 어렵다"며 "그러나 현 수준에서 안정화만 되면 3분기 중 인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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