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축소하라" 떠드는 정부…실제론 확대 꾀하는 정책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 2024-08-28 17:02:34

은행, 가계대출 목표치 2배 초과…당국, 강한 규제 '예고'
정부, 자영업자·청년대출 확대…"가계대출 늘린 건 정부"

정부가 말로는 '가계대출 축소'를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가계대출 확대를 자극하는 정책을 내놔 빈축을 사고 있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7월 모든 금융권 가계대출은 5조3000억 원 늘어 전월(4조2000억 원) 대비 증가폭이 1조1000억 원 확대됐다.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세다.

 

8월에도 같은 흐름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지난 22일 기준 가계대출은 722조5285억 원으로 전월 말(715조7383억 원) 대비 6조7902억 원 늘었다.

 

▲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뉴시스]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초 자체 수립한 목표치를 이미 초과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은행의 1~8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간 목표치의 150.3%다. 연초 계획을 8개월로 환산하면 목표치의 200.4%에 달한다. 가계대출이 자체 계획보다 2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우리은행이 376.5% 폭증해 가장 증가폭이 컸다. 신한은행은 155.7%, KB국민은행은 145.8%, 하나은행 131.7%를 각각 기록했다.

 

가계대출의 가파른 증가세에 정부 기관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5일 "은행들이 스스로 관리를 안 한다면 앞으로 더 세게 개입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강한 규제를 시사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달 기준금리 동결 결정은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는 고민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리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다.

 

그런데 정작 정부의 정책은 가계대출 확대 방향이다. 정부는 이날 추석 민생대책을 발표했다. 자영업자·중소기업에 대출 39조100억 원, 보증 3조9500억 원 등 신규자금 42조9600억 원을 공급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작년 추석 자금공급 목표인 42조7300억 원보다 2300억 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자영업자 부채는 금융위가 집계하는 가계대출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포괄적 의미에서 가계부채의 일종으로 취급된다. 국제적으로 가계부채를 비교할 때는 자영업자 부채를 포함한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가 적합하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와 비영리단체 부채는 2318조 원이다. 이 중 자영업자 부채가 1056조 원으로 46%를 차지한다. 정부가 자영업자 대출을 확대하는 건 가계부채를 악화시킬 우려가 높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을 위한 '햇살론 유스' 공급 규모를 2000억 원에서 3000억 원으로 1000억 원 확대하기로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작 정부는 가계대출 확대 정책을 쓰면서 은행에 책임을 지우려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당초 올해 가계대출 확대를 이끈 건 신생아특례대출, 디딤돌대출 등 정책금융"이라며 "은행은 오히려 가계대출 증가 추세를 조금이라도 늦추려고 노력했다"고 억울함을 표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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