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보험도 축소…'전세의 종말' 가속화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 2025-07-21 16:57:13

전세대출 보증비율 90% → 80%
전세 매물 줄고, 월세 증가 지속
국토부장관 "전세 제도, 역사적 사명 다해"

"전세 보증금 보험은 더 강화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보증금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전세 살이가 어려워집니다."


30대 세입자 A 씨의 하소연이다. 그는 서울에서 전세 보증금 1억3000만 원짜리 원룸에 살고 있다. 중소기업청년대출로 1억 원을 대출받아 마련했다. 

 

대출금의 90%는 보증보험을 들어놨는데 앞으로 이사를 가거나 추가 대출을 받는 경우에는 보증한도 80%가 적용된다. 이래 저래 전세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경. [이상훈 선임기자]

 

정부의 초강력 대출규제로 이른바 갭투자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이 막혔다. 전세 제도의 수명이 다 돼 간다는 평가도 나온다.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 따라 21일부터 수도권·규제지역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90%에서 80%로 하향 조정된다. 그만큼 보증금 우려는 커진다. 전세 대출 6억 원을 받았다면 1억2000만 원에 대한 안전장치가 사라지는 것이다. 

 

금융권의 위험 부담도 커지면서 임차인의 상환능력 등 여신 심사가 강화되고 세입자가 받을 수 있는 대출 규모도 줄어들 전망이다.

 

전세 보증금 반환 보증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때 보증 기관이 세입자에게 가입 금액만큼 선지급하는 제도다. 보증 기관은 한국주택금융공사(HF)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 등이다. 

 

지난달 말 정부의 대출 규제 이후 전세 물량은 감소세다.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2만4855건이었던 서울의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2만4154건으로 줄었다. 

 

송파역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규제 이후 전세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전세 물건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서초구 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들이 규제 전에 오른 전세가격을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수요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07% 올랐다. 23주째 상승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은 "정주 여건이 양호한 선호단지 중심으로 매물 부족 현상을 보이며 서울 전체 상승이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월세 물량은 1만8796건에서 1만9208건으로 늘어났다. 통계청이 조사한 서울 주택 전월세 전환율을 보면 올해 1월 5.3%을 기록한 이후 지난 4월 5.5%까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전세보증금 부담이 커지자 월세로 넘어가는 현상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전세 제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근본적으로 전세 제도 자체가 역사적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월세 시장이 육성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기틀을 마련해 주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세의 월세화'는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실 랩장은 "자금 운용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며 "전세 수요가 줄면 임대인 입장에서도 전세를 내놓을 수 없는 환경이 되기 때문에 임차인과 임대인 모두에게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KPI뉴스 / 설석용 기자 ssyasd@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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