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거론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 현실은...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 2026-05-21 16:39:31
2002년 재판소 설립 후 네타냐후, 푸틴 등 체포영장 발부
제대로 집행되진 않아…'힘의 논리 앞에서 유명무실' 지적 ▲ 지난달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열린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 반대' 시위에 한 참가자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거짓말쟁이 피노키오로 묘사한 가면을 쓰고 참여했다. [AP 뉴시스]
21일 청와대는 이스라엘이 나포된 선박에 탔던 한국인들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집행 관련 문제가 당장 양국 간 주요 갈등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은 적어졌지만, 불씨는 살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는 199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UN 외교 회의에서 채택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에 따라 2002년 설립됐다. 관할 대상 범죄는 제노사이드, 인도에 반하는 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 이렇게 4개다.
설립 당시에는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위 4개의 중대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최초의 상설 국제 사법 기관이기 때문이었다. 20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국제 인권 기구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1998년 UN 외교 회의에서 120개 국가가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 찬성했다. 반대표를 던진 것은 미국, 이스라엘, 중국 등 7개 국가뿐이었다. 압도적 다수의 국가가 찬성한 밑바탕에는 1990년대에 옛 유고슬라비아, 르완다 등지에서 자행된 제노사이드, 인종 청소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있었다.
출범 후 국제형사재판소는 몇몇 나라의 최고 권력자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최초 발부 대상은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이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다르푸르 학살과 관련해 바시르 대통령에게 전쟁 범죄, 제노사이드 등 혐의로 두 차례(2009년, 2010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2011년에는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듬해인 2023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했다. 2024년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발부는 이 흐름의 연속선상에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국제형사재판소가 설립 당시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 많다. 이는 각국 최고 권력자에 대한 체포영장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 가운데 수단·리비아 사안과 관련, 주스페인 대사를 지낸 이춘선 전 원광대 특임교수는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 발부·집행 문제를 다룬 2025년 논문에서 "유엔 안보리의 결의로 수단과 리비아 사태가 ICC에 회부된 경우 유엔 안보리가 (중략)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ICC를 지원하는 후속 조치가 없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체포영장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게도 무시를 당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가 자국과 이스라엘 등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았다며 2025년 국제형사재판소 인사들을 제재했다. 강대국과 그 주요 동맹국의 '힘의 논리' 앞에서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 '네타냐후 총리보다 먼저 체포'를 주장한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북한이 로마 규정에 서명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국제형사재판소장을 지낸 서울대 송상현 명예교수는 "(김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적기가 도래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함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ICC에 고소장을 제출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고 지난해에 주장했다.
제대로 집행되진 않아…'힘의 논리 앞에서 유명무실' 지적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 집행 관련 문제를 거론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로 향하던 한국인 탑승 국제 구호선을 공해상에서 나포한 사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서 언급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2024년 네타냐후 총리에게 반인도적 범죄와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2023년 가자 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을 대상으로 자행한 제노사이드 즉 집단 학살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었다. 영장 발부 후 영국, 스페인 등 10여 개 국가는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에 올 경우 체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야당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에서는 이 대통령을 비판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을 언급한 것이 "경솔한 처신"이며, 대통령 논리대로면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부터 먼저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일 청와대는 이스라엘이 나포된 선박에 탔던 한국인들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집행 관련 문제가 당장 양국 간 주요 갈등 요소로 부상할 가능성은 적어졌지만, 불씨는 살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는 199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UN 외교 회의에서 채택된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 규정'에 따라 2002년 설립됐다. 관할 대상 범죄는 제노사이드, 인도에 반하는 죄, 전쟁 범죄, 침략 범죄, 이렇게 4개다.
설립 당시에는 상당한 기대를 모았다. 위 4개의 중대 범죄를 저지른 개인에게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최초의 상설 국제 사법 기관이기 때문이었다. 20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가장 중요한 국제 인권 기구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1998년 UN 외교 회의에서 120개 국가가 국제형사재판소 설립에 찬성했다. 반대표를 던진 것은 미국, 이스라엘, 중국 등 7개 국가뿐이었다. 압도적 다수의 국가가 찬성한 밑바탕에는 1990년대에 옛 유고슬라비아, 르완다 등지에서 자행된 제노사이드, 인종 청소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있었다.
출범 후 국제형사재판소는 몇몇 나라의 최고 권력자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최초 발부 대상은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이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다르푸르 학살과 관련해 바시르 대통령에게 전쟁 범죄, 제노사이드 등 혐의로 두 차례(2009년, 2010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2011년에는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듬해인 2023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했다. 2024년 네타냐후 총리 체포영장 발부는 이 흐름의 연속선상에 있다.
이러한 활동으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국제형사재판소가 설립 당시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이 많다. 이는 각국 최고 권력자에 대한 체포영장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 가운데 수단·리비아 사안과 관련, 주스페인 대사를 지낸 이춘선 전 원광대 특임교수는 현직 국가원수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 발부·집행 문제를 다룬 2025년 논문에서 "유엔 안보리의 결의로 수단과 리비아 사태가 ICC에 회부된 경우 유엔 안보리가 (중략)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ICC를 지원하는 후속 조치가 없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체포영장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총리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에게도 무시를 당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국제형사재판소가 자국과 이스라엘 등을 부당하게 표적으로 삼았다며 2025년 국제형사재판소 인사들을 제재했다. 강대국과 그 주요 동맹국의 '힘의 논리' 앞에서 국제형사재판소 체포영장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에서 '네타냐후 총리보다 먼저 체포'를 주장한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 북한이 로마 규정에 서명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국제형사재판소장을 지낸 서울대 송상현 명예교수는 "(김 위원장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적기가 도래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함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ICC에 고소장을 제출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게 됐다"고 지난해에 주장했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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